7번국도입니다.

 

제가 피아노 학원에 다닌게 88~90년이니, 피아노에서 손을 뗀지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그때 사서 치던 피아노가 

고등학교 졸업할때 까지는 집에 있었는데, 서울로 진학을 하고난 뒤,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이 제가 없는 동안 이사를 하면서

피아노를 초등학생이던 사촌동생에게 줘버렸습니다ㅠ 제가 없으니 칠 사람도 없는데 먼지만 쌓이고 때때로 조율도 해줘야고

이사할때는 짐만 되고 추가요금까지 받는 피아노를 굳이 가지고 다니실 이유는 없었나봐요. 그때만 해도 피아노를 끊은지(?)

10년 가까이 되던 시절이라서 별로 아쉬울거 없고, 어린 사촌동생이 피아노를 잘 쓸꺼 생각하니 (결국 그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한

사촌동생은 몇년전에 음대에 진학했습니다) 부모님께 잘하셨다고 말했는데, 나이가 먹고 날이 갈수록 조금씩 아쉬웠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와락든건, 재작년 가을쯤에 만들고 있던 음악 프로그램에 양방언씨 무대를

제작하면서였어요. 앨범을 사서 듣지는 않았어도, 오며가며 양방언씨의 음악이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대를 준비하면서 여러 앨범을 들으면서, 아 나도 피아노를 계속 쳤으면 이렇게 칠수도 있으까 싶으면서 아쉬움이 커졌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어렸을때 피아노를 배운적 없어서 피아노 치는게 로망인 친구가 1년쯤 전부터 서른이 넘는 나이에, 동네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서 애들과 바이엘을 뚱땅거리면서 친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머리는 잊었어도 손은 기억할수 있을지도

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원래 피아노를 치다가 친정에 피아노를 두고온 와이프도 피아노를 치고 싶어해서

지지난주에 디지털 피아노를 샀어요.

 

디스플레이 된 모델이 제일 많다는 용산 아이파크몰의 피아노 매장을 돌아보고 맘에 드는 기종을 골라서, 가능한 저렴하게 사려고

야마하 전문매장 몇군데를 돌기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최저가를 물색해놨는데, 마침 디지털피아노 커뮤니티의 중고게시판에서

제가 사려는 모델을 구입한지 2달만에 판다는 분이 있어서, 아침에 찜하고 그날 저녁으로 달려가서 매입해왔습니다.

피아노 치려고 구매했다가, 막상 사놓고 안치게 되자 다시 중고로 파는 분들이 꽤 있는 편인데, 저한테 파신 분도 그런 경우였었는지,

보증서상 딱 2달지났는데, 흠집하나 없는 완전히 새거더라구요. (제가 운송하면서 상처하나 만들었지만요, 흑흑ㅠ)

 

막상 집에 가져다 놓고 지난주 내내 뚱땅거려봤는데, 잘 못치겠어요ㅠ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악보를 전혀 못보겠습니다.

낮은음자리는 도대체 '도'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다장조에서 샾이나 플랫이 하나만 붙은 조성이 되도 앞이 깜깜 합니다.

20년전에 체르니 30번까지 끝낸 기억이 있는데, 와이프가 친정에서 가져온 뷔르크밀러는 어림도 없고, 간단한 소곡집도

시작하기도 힘들어서  하논1번 '도미파솔라솔파미 레파솔라시라솔파'만 하루에 30분씩 일주일 내내 쳤습니다.

 

그러다 찾아보니 집에서 5분 거리에 구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수련관'이 있는데, 그 중에 '성인피아노 교실'이 있더군요!!

평일 주2회반도 있고 토요일반도 있어요!! 접수처에 가서 물어보니, 가격이 저렴하고 정원이 적은 편이어서 어린이 피아노는

순식간에 마감되고, 성인 피아노도  지난달에 재등록 안한 사람들만큼만 신규 등록을 받는데, 반별로 1-2명밖에 티오가

없더라구요!! 마침 알아본 다음날이 3월분 신규 등록일이라, 다음날 새벽 5시부터, 아이들 피아노나 놀이교실 등록하려는

엄마아빠들 사이에 줄서서 번호표를 뽑아서 드디어 등록하고, 내일이 첫 수업일입니다!!!

 

어제 미리 가서, 담당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제 피아노 히스토리와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말씀드리니, 성인 피아노는 그런분들이

많은데, 20-30년전에 배웠어도 다시 시작하면 처음 시작하는 사람보다 훨씬 손이 움직인다면서 금방 칠꺼라고 격려해주십니다^^

 

이번달에는 시간이 좀 많이 남을 예정이라 피아노와 함께 10년만에 검도도 같이 등록했는데, 오랜만에 검도 다시 하면

손에 익지 않아 한동안은 내가 연습용 타격대인양 맞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좀 걱정스러운데, 반면에 피아노는 새로 시작할 생각하니

아주아주 설렙니다. 새로 시작하는 기념으로 어제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어린이용 소나티네랑 소곡집을 하나씩 사왔어요.

 

다시 직장이 바빠지면 얼마나 연습을 자주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긴 하지만, 당분간이라도 열심히 연습할거에요.

내일부터 피아노 다시 배울 생각하니, 소풍 전날처럼 설레서 오늘 잠을 설칠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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