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영화가 많이 아쉽네요.

2012.12.16 13:14

칸막이 조회 수:1199

영화가 아주 힘들게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평이 썩 좋지 않음에도 의리상 봐줘야지 하고 관람했는데, 예상대로 아쉬움이 많은 영화네요.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의 목적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사람'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쌓고, 그 분노를 해소하려고 하는 극중 인물들의 행동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영화의 내용


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가 가지고 있는 분노가 먼저 느껴지니 문제입니다.. 관객들이 감정을 쌓기도 전에 영화의 전달자가 미리 흥분하고 


있다는 말이죠.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서 터트리는 게 아니라, 분노나 슬픔이 당위로서 제시되는 기분입니다. 이런 양상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서 몰입을 방해합니다. 만약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어떤 감정을 느낀다면 그건 이야기나 연출의 힘이라기보다는, 거의 전적으로 현실 


세계의 부조리함 덕분일 겁니다.



문제의 '그 사람'은 너무도 위악적으로 묘사되고 있어서 거악이라기보다는 3류 영화에나 나오는 얄팍한 악당 정도로만 보일 뿐입니다. '이 놈이 이렇게


나쁜 놈이야, 이 놈을 미워해, 이 놈을 증오해'라고 계속 부추김을 당하는 기분입니다. '그 사람'에게 이런 저런 대사를 주기보다는 차라리 실루엣이나 뒷모습 위주로 


노출한다든지 해서 최대한 등장을 줄이는 편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편집도 뚝뚝 끊어지고, 대사도 썩 좋지가 않습니다. 상투적이고 상황에 맞춰 대충 만든 대사들이 많아요. 배우들은 작중 인물이라기 보다 그냥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배우들의 연기력 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총체적인 연출의 문제라고 봐야겠지요. 



원작 만화의 설정을 변형시킨 부분이 꽤 있지만, 왜 바꿨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있고, 바꾼 부분들이 썩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바꿈으로 인해서 외려 납득이 더 안 가고 덜컹거리는 부분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캐릭터 구축도 실패했습니다. 



결국 지금껏 나온 광주와 관련한 영화 중 제 마음에 차는 건 "스카우트" 뿐이네요. 이 영화도 세부적으로 이러 저러한 문제점이 있지만, 그래도 '쿵'하고 가슴을


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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