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내수동, 나무사이로

2012.12.16 12:46

beirut 조회 수:2151

드립을 막 배우기 시작했을때, Y군은 저의 소중한 실험대상이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지그재그를 그려가며 어렵게 내렸던 드립실력 덕분에 맛없는 커피도 왕왕 만들었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먹었을까 싶은 커피도, 그때는 친구와 즐겁게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Y군은 맛없는 커피도 마셔줬을뿐만 아니라 저와 테이스팅 노트를 만드는 작업도 했습니다. 외래어로 가득한(?) 커피 맛에 대한 표현에 반감을 가지고 우리 나름의 표현을 찾아보자는게 목표였죠. 홍어, 매주 등등의 단어는 우리가 마신 커피에 대한 주된 표현이었습니다(그만큼 고약하고 맛없게 커피를 내렸단 뜻이겠죠). 어쩌다 맛있게(?) 내려진 커피에는 조금 신선한 표현이 따라붙었습니다. '어린아이의 몽당연필'은 모카 하라를, '초원 위를 달리는 소녀의 치마자락'은 하와이안 코나를, '브라질 광부의 땀방울'은 브라질 커피를 맛 본 후 적어둔 표현이었습니다. 틀에박힌 언어로 커피를 표현하는 저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씩 그 때의 순수한 마음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카페 나무사이로는 그때의 그 마음을 다시 생각나게 만든 카페입니다.

나무사이로의 10주년 기념 블랜드의 이름은 '봉우리'입니다. '노래하는 새'나 '풍요로운 땅'이라는 이름을 가진 커피들은 나무사이로가 커피에 대해 가진 생각을 보여줍니다. '어린아이의 몽당연필'을 생각케 하는 봉우리(커피 콘하스에서 만난) 한 잔은 저를 카페 나무사이로로 이끌었습니다.

 

매번 생각하지만, '나무사이로'는 참 평화로운 이름입니다. 

 

나무사이로는 모든 직장인의 드림 오피스텔, '경희궁의 아침' 상가에 위치해있습니다

 

 

카페 내부가 좁아서, 밖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나무사이로의 메뉴판입니다. 나무사이로는 나인티 플러스(Ninety Plus, 90+)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죠. 쉽게 볼 수 없는 히타치노 네스트도 눈에 띕니다. 저걸 시키고 싶었지만 꾹 참고 에티오피아 네키세와 온두라스 미라플로레스를 시킵니다.

 

나인티플러스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무사이로의 드립커피는 신맛을 지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맛이라 함은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상큼한 신맛이죠. 아주 잘 가공된 고급커피에서 나는 신맛이 극대화된 커피가 바로 나무사이로의 커피입니다.

 

 

 

우선 에티오피아 네키세입니다. 에티오피아 특유의 플로럴한 향이 잔을 가득 메웁니다. 건체리나 딸기에서 맛볼 수 있는 상큼함과 달달함이 인상적입니다. 나인티플러스는 에티오피아의 화려하고 풍부한 맛을 극대화 했죠. 표현하기 벅찬 감동이 찾아오는 한 잔입니다.

 

온두라스의 첫 모금은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고소함과 상큼함이 뒤에 따라오죠. 포도에서 느낄 수 있는 달달한 맛과 신맛은 흡사 화이트 와인을 생각하게 만드네요. 톡톡터지는 상큼함이 인상적입니다. 식을수록 조금씩 치고올라오는 신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네요.

 

최근, 잘 들어오지 않던 온두라스 생두들이 밀려옵니다. 특유의 와인맛 때문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원두이기도 합니다. 세로아줄(Cerro Azul), 네셔널 위너(네셔널 위너, National Winner, Finca El Manantial Subrina)등 훌륭한 온두라스가 요즘 곳곳에서 보이고 있네요. 모두 풍부한 질감에 다양한 와인의 맛을 보여줍니다. 커피리브레, 매드커피, 나무사이로에서 맛 볼 수 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또 다시 평범하고 외래어로 가득한 표현을 써버렸네요. 과거를 회상해 표현해보자면,

에티오피아는 흡사 낑깡을 생각나게 합니다. 개구장이들이 가득찬, 꽃이 활짝 핀 유치원의 맛입니다.

온두라스는 아늑하고 포근한 소파에 누워 먹는 청포도의 맛이네요!

 

 

 

나무사이로의 컨셉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커핑(커피를 분쇄상태의 가루부터,물에 녹아 식을때 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살펴, 커피의 상태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작업)은 그 프로젝트중의 하나죠.

 

최근 나무사이로를 위시로 퍼블릭 커핑을 하는 카페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매드커피, 엔트라사이트에서 커핑을 했었습니다. 관심있으신분들은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

 

나무 사이로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합니다.

 

 

 

나무사이로의 대표적인 블렌드들입니다.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커피들이기도 하죠.

얼마전 들렀던 커피 콘하스에서 만난 봉우리 블렌드가 저를 이곳으로 오게 만들기도 했지요.

 

 

다양한 커피들입니다.

 

나무사이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나인티플러스를 맛볼 수 있는 카페입니다.

 

나인티플러스는 그 의미대로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는(혹은 그 정도 수준의) 커피를 의미합니다.

Joseph Brodsky는 에티오피아 커피가 가진 잠재력을 알아봅니다. 하지만 후진적이고 폐쇠적인 에티오피아의 커피 시장 때문에 우리가 여태껏 맛볼 수 있었던 에티오피아 커피들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죠. 그는 에티오피아의 핵심을 파고듭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에티오피아 커피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죠. 이를 통해 그는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에티오피아 커피들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탄생한 커피들이 잼베, 네키세, 데르나예, 월론디등의 이름을 가진 나인티플러스 커피들이죠.

 

나인티플러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두 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ninetypluscoffee.com

http://blog.daum.net/wahrheim/388

 

 

 

에스프레소를 소개하지 못했던 건, 다양한 싱글오리진 커피 때문입니다.

나인티플러스로 만든 카푸치노에선 딸기케이크 맛이 난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머신은 라마르조고 GB/5 2group, 콤팍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저 멀리 드립용 디팅(Ditting) 그라인더가 보이네요.

 

 

바에는 와인향이 가득했습니다. 마침, 벵쇼를 따르고 계셨기 때문이죠 :)

 

히타치노진저에일을 판매합니다. 침이 꿀꺽. 누구, 저거 한 병 사주실 분 없나요?

 

더치커피도 판매합니다.

 

 

손님이 많아서 내부는 찍지 못했네요. 부분적인 모습들만 사진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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