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1 18:53
[다이 하드]는 크리스마스 영화인가? 몇 년 동안 영어권 영화팬들 사이에서 벌어진 참 쓸데없는 논쟁인데, 전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데에
한 표를 던집니다. 사람들이 좀 많이 죽어나가긴 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고 남자 주인공은 영화 끝에 아내가 다 맞고
자기가 틀렸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으며... 무엇보다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인용구 중 하나가 등장하는 영화잖아요?
"나도 이제 머신건이 있다. 호.호.호."
원작이 있습니다. 로더릭 소프라는 작가가 쓴 [Nothing Lasts Forever]란 소설인데, 이 작품의 전작인 [형사]는 프랭크 시내트라 주연으로
영화화된 적이 있지요. 기본 스토리는 비슷하고 영화에 살아남은 아이디어도 많은데, 분위기는 훨씬 어둡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노인네이고
구출하려던 딸은 막판에 죽고... 주인공도 소설이 끝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이 하드]는 이 우울하고 폭력적인 이야기를
1980년대 스타일의 밝고 호쾌한 액션물로 개조했는데, 여기에 불만이 있다는 사람은 아직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하긴 대부분 원작을
안 읽었을 테니까요.
내용은 다들 아시죠. 주인공 존 맥클레인은 뉴욕시경 형사인데, 아내 홀리를 만나러 LA로 옵니다. 그런데 아내가 일하는 나카도미 회사에
한스 그루버라는 독일인 악당이 이끄는 악당들이 들이닥칩니다. 원작에서는 테러리스트예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루버 일당의 목표는 회사
건물에 있는 금고입니다. 맥클레인은 이제 권총 한 자루를 들고 이 악당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다이 하드]는 지금 관객들에겐 80년대 마초 액션물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지만 영화가 나왔을 무렵엔 사정이 좀 달랐습니다. 브루스
윌리스는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미래의 주지사 양반과는 달리 비정상적인 근육질 액션 스타가 아니었습니다. 존 맥클레인 역시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한 형사였고요.
하지만 주인공이 그렇게 막강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건 장점이었습니다.
그래도 주인공이니까 쌈질 실력이 나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이 일당백으로 악당들을 쏘아죽이는 스탤론식 액션과
거리가 멉니다. 끊임 없이 변화해가는 상황 속에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순간순간의 상황에 맞서는 주인공의 위기대처가
더 중요하죠. 존 맥클레인은 근육질 초인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이 안전을 확신할 수 없고 그 때문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지금 보아도 재미있는 영화일까요? 전 이번 크리스마스 밤에 이 영화를 블루레이로 다시 보았는데 80년대에 처음 보았을 때의
감흥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그 동안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은 속도가 빨라졌고 자극도 강해졌지요.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오히려 자잘한 컴퓨터 그래픽 오브젝트가 마구 날아다니는 요새 영화들에 비하면 더 생생한
액션 영화의 느낌이 있습니다.
[다이 하드]는 개봉 이후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원형을 제공했고 그 뒤로 수많은 아류작들을 낳았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다이 하드]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다들 스티븐 시걸이나 장 클로드 반 담 같은 전문 액션 배우들에게 갔으니까요.
아무리 [다이 하드]의 설정을 꼼꼼하게 심어도 스티븐 시걸이 그 역을 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19/12/31)
★★★☆
기타등등
영화 중간에 전문가라는 남자가 나와 '헬싱키 신드롬'에 대해 뭐라고 떠들어대지요. 당연히 스톡홀름 신드롬의
실수인데, 찍는 동안 지적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 말입니까.
감독: John McTiernan,
배우: Bruce Willis,
Alan Rickman,
Alexander Godunov,
Bonnie Bedelia,
Reginald VelJohnson, Paul Gleason, William Athert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9501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12
2019.12.31 20:40
2019.12.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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