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8 22:11
시골마을 경찰관인 대니얼 카터는 밤순찰을 돌다가 심한 부상을 입은 남자를 발견하고 의사인 아내가 일하는 병원으로
데려갑니다. 그 병원은 저번에 일어난 화재사고 때문에 이사를 갈 준비를 하고 있어서 대부분 의사와 간호사들이
철수한 상태예요. 그런데 남자를 입원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간호사 한 명이 이상하게 변하면서 환자를 살해합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얼굴에 삼각형이 그려진 하얀 유니폼을 입은 광신도들이 병원을 둘러싸기 시작하네요.
[살인병동]은 스토리보다는 만드는 과정에 의해 정의되는 영화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러브크래프트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소위 '코스믹 호러'로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 애매합니다. 그냥 좀 향수 돋죠. 존 카펜터가 80년대나
90년대에 영화로 만들었을 법한 그런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영화의 배경도 그 무렵이에요. 브라운관 모니터를
쓰고 아직 휴대전화는 없는 막연한 과거요.
영화에서 스토리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특수효과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디지털 효과를 거의 쓰고 있지 않아요.
아주 안 쓰는 건 아니겠지만, 알맹이가 되는 고어 묘사, 괴물 묘사에는 대부분 80년대 영화에서 썼을 법한 구식
효과들을 쓰고 있습니다. 검색해봤다니 이 영화를 만든 두 감독인 제레미 길레스피와 스티븐 코스탄스키는
아트 디렉터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본업이더군요. [살인병동]은 자기네들의 장기를 발휘하기 위한 놀이터였던
셈입니다.
결과는 어떠냐. 괜찮습니다. 아주 사실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대부분 사실성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장면들은
아니거든요. 이 영화의 라텍스 괴물들에겐 아직 CG가 따라잡지 못하는 강한 존재감과 징그러움이 있어요. 단지
역동성은 어쩔 수 없이 떨어지죠. 영화가 모델로 삼았을 존 카펜터의 [괴물]에 비해서도 그렇습니다. 그거야
어쩔 수 없죠. [괴물]은 과거의 기술을 썼어도 일급 영화였지만 이 영화는 아니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영화들이 나오겠죠. 일종의 틈새 시장이기도 하지만 영화쟁이들이 직접 조물락거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를 이렇게 쉽게 잊을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18/01/08)
★★☆
기타등등
개봉은 안 한 거 같고. 얼마 전에 VOD에 풀렸어요.
감독: Jeremy Gillespie, Steven Kostanski, 배우: Aaron Poole, Kenneth Welsh, Daniel Fathers, Kathleen Munroe, Ellen Wong, Mik Byskov, Art Hindle, Stephanie Belding
IMDb http://www.imdb.com/title/tt425530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6531
2018.01.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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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호러 장르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게 웃겼어요. 처음엔 정체불명의 사교 집단이 연루된 한적한 시골병원의 학살극일 것 같았는데 갑자기 흉측한 크리처 괴물이 튀어나오더니 닥터 모로, 에일리언, 악마의 씨, 이벤트 호라이즌, 헬레이저가 짬뽕이 되서 뒤죽박죽... 주인공은 결국 헬게이트(?)를 넘어 지옥?이공간?으로 넘어가고 현실의 세계는 무사히 아침이 온다 로 끝나는...;;;; 저예산 영화라서인지 어두운 화면과 어색한 촬영 편집때문에 꽤 공들여 만든 듯한 괴물들이 제대로 안보여서 아쉬웠는데 감독들이 그쪽 분야 사람들이었군요.
초반에 희생자가 되어 금방 사라져버릴 줄 알았던 동양계 여성이 끝까지 살아남는 것도 클리셰 파괴일까요 ^^;
영화 절반은 웃으면서 봤지만 그래도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서있는 사교 집단의 비주얼은 정말 섬뜩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무서웠던 장면은 저들이 등장하는 몇몇 장면들이었어요. 미친 박사는 빼버리고 사교 집단이 병원을 둘러싼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제 취향엔 더 맞았을 거예요
VOD 고를 때 출연진 이름을 확인하는데 브레이킹 배드의 아론 폴이 나오는 줄 알고 봤더니 아론 '풀'이란 남자 배우가 주인공이었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