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2 20:35
[녹터널 애니멀스]를 보고 왔습니다. [싱글 맨]에 이은 톰 포드의 두 번째 장편작으로 원작은 오스틴 라이트의 소설 [토니와 수잔]이라고요.
[녹터널 애니멀스]는 [토니와 수잔]에 나오는 소설 제목입니다.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토니 헤이스팅스라는 남자가 아내랑 딸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그만 동네 깡패의
습격을 받습니다. 아내와 딸은 강간당한 뒤 살해당하고 토니만이 간신히 빠져나오죠. 가족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에게
범인 중 한 명이 체포되었다는 연락이 오고... 하여간 이런 이야기입니다. 제가 질색하는 종류죠.
그런데 여기엔 액자가 있습니다. 이 [녹터널 애니멀스]를 쓴 작가는 에드워드 셰필드라는 남자입니다. 그는 이 원고를 아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전처 수잔에게 보냅니다. 수잔과 에드워드의 결혼생활은 2,3년 안에 끝났고, 수잔은 돈도 더 많이 벌고 전망도 좋은 허튼이란
남자와 바람이 났고 결국 이혼한 뒤 허튼과 재혼했습니다. 남편으로서는 기분이 안 좋았겠죠.
수잔은 이 소설이 단순히 폭력적인 느와르 이상임을 읽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독자입니다. 익숙한 장르소설의 주제와 내용을 갖추고
있지만 에드워드의 소설은 수잔의 배신에 대한 이야기죠. 에드워드는 자신과 수잔의 인생을 뜯어서 이 이야기를 만든 겁니다.
20년이나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이를 극복하지 못한 이 남자는 소설로 전처에게 복수하려 하는 겁니다.
솔직히 많이 치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별은 슬픈 일이고 배우자의 배신에 화를 내는 건 당연하죠. 그 고통을 재료삼아
소설을 쓰는 건 좋은 일이고요. 하지만 이 소설을 복수하겠다며 20년전에 이혼한 아내에게 보내는 건... 네, 맞아요. 치사하지요.
여기엔 어떤 깊은 의미도 없습니다. 그냥 치사하죠. 에드워드의 소설에서 수잔과 에드워드의 삶을 읽어내는 과정은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이 얄팍함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더 재수없는 건 영화의 이야기가 에드워드의 관점에 완전히 동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드워드를 버린 뒤 수잔의 삶은 공허하고
허튼은 바람을 피우는 게 확실하고. "그것 봐라. 날 떠난 뒤 넌 그 꼴이 났지! 게다가 너랑 달리 난 진짜 예술가가 됐다!"라고
으스대는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요. 저 같으면 절대로 영화 속 수잔처럼 착하게 안 굴었어요.
(17/01/12)
★★★
기타등등
[토니와 수잔]은 얼마 전에 번역되었더군요.
감독: Tom Ford, 배우: Amy Adams, Jake Gyllenhaal, Michael Shannon, Aaron Taylor-Johnson, Isla Fisher, Ellie Bamber, Armie Hammer, Karl Glusman,
Robert Aramayo, Laura Linney, Andrea Riseborough, Michael Sheen
IMDb http://www.imdb.com/title/tt455009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409
2017.01.12 21:36
2017.01.1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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