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이정희 후보 토론을 보고 처음에는 저도 속 시원했네요. 

트위터 드립 모음을 보며 웃기도 했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좀 다른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정희는 대학 때 NL선배들을 연상시켜요. 

개개인이 일당백까지는 아니여도 일당십인 경우가 많았죠. PD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친화력, 조직력, 개개인의 역량이랄까 모든 것들이요.

말도 지식도 준비도, 정말 잘 하더군요. 


그런데 그녀의 거칠고 센 발언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나 방법도 가리지 않던,

NL운동 내의 오랜 여러 문제들을 떠올리게 해요.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것에서 나아가, 사회의 진보를 위해 필연적인 다른 가치들을 부정하고 충돌하는 것까지두요. 

이정희가 말하는 방식 역시 그런 점들을 그대로 담고 있죠. 


그녀의 감정적이고, 민족주의와 우리에 호소하고, 센세이셔널한 발언들이,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지금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더군요. 

티비토론이든, 그 이후의 반응이든, 매체에도 잘 맞구요. 

선거 전반으로 뭔가 큰 건이 있어야할 시기에 잘 맞은 것도 사실이구요.


그래도, 물론 박근혜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이정희 역시 과거의 유산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청산해야 할 유산 말이죠.  

같은 이야기가 통진당 사태 때 많이 나왔죠...  


그래서 오히려 더욱 이정희가 아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다른 진보정당의 후보가 앉아있을 수 있었다면...


NL의 방식으로 믿음에 가까운 목적을 위해 달려들며 다른 것들을 도외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렇게 감정적이고 교조적인 언어가 아니라,

설사 잔정없고 말발없는 말투라고 하더라도,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지금 시대에서 박근혜와 새누리당과 사회를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죠.

아마 이정희만큼 효과적이지는 못했겠죠. 


그러니 타이밍이 잘 맞은 셈입니다만, 

시대착오적인 방식이 머물러있는 운동의 대표자가 저기 앉아서 

그보다 물론 훨씬 더 시대착오적인 독재의 유산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자리에 다른 사람을 올릴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이 속상하다는... 그런 느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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