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0 14:44
[크림슨 피크]의 주인공 이디스 쿠싱은 작가 지망생입니다. 공들여 쓴 소설을 본 출판사 사장이 "이건 유령 이야기군요"라고 말하자,
이디스는 "아뇨, 유령 이야기가 아니라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예요"라고 대꾸하지요.
이 대사는 [크림슨 피크]라는 영화의 장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크림슨 피크]는 요새 관객들이 호러 영화라고 생각하는 장르에서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유령도 자연스러운 일부인 세계를 다루는 고딕 로맨스죠. 40년대 할리우드에서는 이런 식의 영화가 인기였습니다. [레베카], [드래곤위크], [언인바이티드] 같은
영화들요. 장르 문학 세계에서 이 인기는 조금 더 오래갔지요.
아서 코난 도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건 감독이 노골적으로 도장을 찍어두고 있죠. 찰리 허냄이 연기하는 앨런 맥마이클은 유령 사진을
수집하는 안과의사인데 이 영화의 탐정 역이에요. 과거가 수상쩍은 가난한 귀족과 결혼해 영국으로 건너간 부유한 미국인 상속녀라는 설정은 코난 도일의
소설에서 흔해빠졌죠. 물론 당시 이런 소재를 다룬 작가가 그 양반뿐이겠습니까만.
영화에서 중요한 건 스토리보다는 장르 자체입니다. 한마디로 사라진 장르를 복구하려는 팬의 영화죠. 이야기의 독창성보다는 그 전형성을
자기식으로 살리는 것에 더 집중하는 영화입니다. 스토리보다는 비주얼이 더 중요하고요. 19세기 선정 소설의 재료, 40년대 고딕 로맨스의 분위기,
마리오 바바의 전통을 이은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전통, 델 토로 자신의 스타일이 마구 뒤섞여서 만들어진 오페라인 것입니다.
완벽성과는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어떤 때는 과하고 어떤 때는 부족하고. 그 혼란스러움을 꼭 단점으로만 볼 필요는 없겠지요. 개인적으로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후반부에서 톰 히들스턴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친절할 필요는 없었지요. 그러지
않아도 관객들은 다 안다고.
(15/11/20)
★★★
기타등등
이 영화에도 더그 존스가 괴물로 나옵니다. 아니, 이 영화에서는 유령.
감독: Guillermo del Toro, 배우: Mia Wasikowska, Jessica Chastain, Tom Hiddleston, Charlie Hunnam, Jim Beaver, Burn Gorman, Leslie Hope, Doug Jones
IMDb http://www.imdb.com/title/tt255427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1990
2015.11.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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