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였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천성산의 현재 실태에 대해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도룡뇽 알이 넘친다는 군요. 이를 근거로 천성산 터널 공사 당시 터널 뚫으면 도룡뇽 다 죽는다고 단식하면서 공사 중단시켰던 지율스님을 비난하고, 그 논리를 연장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보호론자들까지 비판했습니다. "거 봐라. 늬들은 공사만 하면 환경 다 죽을 것처럼 호들갑떨지만, 막상 해놓고보니 아무 일도 없지 않느냐?"

 

반론보도가 있나 싶어 보니 오마이뉴스측에서 지율스님을 인터뷰해 보도했네요. 일단 천성산 터널이 뚫린 영향이 다 나타날 시기도 아니고, 당시 단식의 핵심은 도룡뇽이 죽네 사네 하는게 아니라 "도룡뇽은 있지도 않음" 이라고 주장하는 환경영향평가서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에 반박하는 것이었다고요. 설사 결과적으로 도룡뇽이 잘 먹고 잘 산다고 해도, 도룡뇽은 있지도 않다고 뻥치고 밀어부쳤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의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요.

 

사실 매체의 영향력이나 전체적인 모양새로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지율스님이 불리해보입니다. 당시 본인의 의도가 뭐였건간에 사람들에겐 "천성산 터널이 뚫리면 그 지역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대표적인 결과가 도룡뇽이 다 죽는 것"이라고 인식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도룡농이 멀쩡히 잘 살아있다니, 뭔가 속은 기분이 드는 겁니다.

 

가능한 경우의 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지율스님의 주장이 원래 무리수였다 (2) 원안대로 추진되었다면 도룡뇽 다 죽었을텐데 지율스님의 단식으로 인해 많이 수정된 결과 살아남은거다 (3) 지금은 많을지 몰라도 도룡뇽이 서서히 씨가 마를 것이다. 기타 등등...

 

아마도 남은 임기동안 4대강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서, 반대하는 환경보호론자들은 계속해서 "천성산 도룡뇽"을 근거로 공격당할겁니다. 뭐라고 답할 수 있을지 전 잘 모르겠어요. "당시의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 정도로는 약해보여서 말이죠. 몇 개 종의 동식물이 씨가 마른다고 해도... 구제역 사태때 수만마리의 소, 돼지를 생매장한 사람들에게 그게 별 임팩트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환경보호와 개발이익의 싸움은... 계속해서 개발이익의 승리로 갈 수밖에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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