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이야기] 앞마당 버프.

2011.03.15 20:24

그냥저냥 조회 수:1806

저녁에 이웃아주머니가 그 댁에서 키우는 흰푸들을 데리고 놀러오셨어요. 어머니가 개랑 산책 중에 만난 아주머니신데 알고보니 같은 아파트 윗층에 사시는 이웃에 연세도 같고, 그 댁도 반려견이 있어서 금방 친해지셨어요

사람끼리는 사이가 좋은데 개들은 앙숙입니다 처음엔 푸들이 저희 개를 개무시했습니다 개도 푸들을 개무시로 맞대응. 두마리가 서로 투명개 취급하기로 합의를 본 듯이 말이지요

그런데 개가 윗층아주머니한테 귀염받는 걸 푸들이 시기를 해서 폭언(혹은 사나운 개소리?)를 퍼 부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일로 제 개가 앙심을 품고 푸들만 보면 주인품에 안겨서 짖습니다 ㅡ.ㅡ 소심한 놈.

그런데 윗층 푸들도 자기 집에서는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란 몸이라 물고 뜯고 구르는 개싸움은 할 줄 몰라요
얼마나 귀하게 자랐으면 이름부터 이쁜이. 그러나 현실은 비만 푸들 ㅋㅋ 뭐 이쪽은 혼혈종 떵개(그래도 우리 개가 더 이쁘...)

하여튼 두 놈이 만나기만 하면 서로의 엄마 품에 안겨서 끊임없이 짖습니다. 견공계의 키배인냥. ㅡ.ㅡ
하도 으르렁대길래 제 개를 방 안에 가두고 문을 닫았더니. 이쁜이가 쪼르르 문 앞에 달려가서는 약을 올립니다
"ㅋㅋㅋ 버로우탔어"
"아놔. 문만 열리면 너님은 나한테 캐발림."

둘이 문을 두고 앙앙 거리길래 시끄러워서 문을 열어줬더니.. 둘 다 흠찟. 현피 뜰 것처럼 난리를 치던 녀석들이 말이지요. 서로 눈길을 외면하며 각자의 엄마 품으로 쪼로록 달려갑니다. 엄마 품에서 키배 다시 시작.

어머니와 윗층아주머니 대화소리보다 개 두마리가 앙앙대는 소리가 더 시끄러웠어요
둘다 막상막하의 소심쟁이들이지만 그래도 우리 개가 "떵개도 지 집 앞마당에서는 30% 먹고들어간다" 버프를 받아서 이길 줄 알았는데..

결국엔 무승부. 이쁜이는 윗층아주머니 품에 안겨 고고한 눈빛을 날리며 집에 갔고요. 개는 현관 앞에서 분이 안 풀려 한참을 씩씩거렸습니다

지금은 윗층 이쁜이와 키배로 에너지가 소진되어 거실바닥에 널부러져 있는데요. 분은 아직도 안 풀렸나봅니다 누워서도 으르렁거리는 걸 보면..

하아.. 앞마당 버프를 받고도 이쁜이를 제압 못 하다니. 우리 떵개한테 완전 실망이에요
이쁜이 고것이 얼마나 같잖다는 눈빛으로 널 내려다보면서 돌아갔는 줄 아니? ㅠ.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52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77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185
105420 그런데 리비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요(...) [7] 빠삐용 2011.03.15 1913
105419 장자연사건은 이렇게 묻히나요?(짧은 글) [7] at the most 2011.03.15 2140
105418 일본 해일 전후 .... 위성사진 같네요 [1] 홀림 2011.03.15 1858
105417 몇가지. [4] 01410 2011.03.15 1932
105416 문신을 했어요. [11] Cocoon 2011.03.15 3263
105415 지진놈아 물러가라 라는 뜻에서 대나무 숲 사진들 Bamboo Grove [9] Q 2011.03.15 3152
105414 한국영상자료원 향후 상영일정 [7] nixon 2011.03.15 1813
105413 사기예방) 한국 대학생 홍보회 [1] 오키미키 2011.03.15 1318
105412 링크) 듀나 - 사실과 사람이 먼저다. [7] 자본주의의돼지 2011.03.15 2027
105411 (진짜 바낭) 살다 보면 이런 날도... [13] S.S.S. 2011.03.15 2493
105410 보통 친구의 부모상엔 어디까지 참여하나요. [8] 푸른새벽 2011.03.15 5614
105409 엄기영, 한나라당원에 “속 썩여드려 죄송합니다”(feat. 엄넙죽) [12] utopiaphobia 2011.03.15 2853
105408 자객이 들이닥친 기분이었지만 [24] 가끔영화 2011.03.15 4431
105407 곪은 게 터졌다는 느낌을 받은 건 저뿐일까요? (바낭?) [2] cnc 2011.03.15 2596
105406 KBS1 스포츠뉴스 없어졌나요? [1] 달빛처럼 2011.03.15 956
105405 저도 눈팅족일 뿐이지만... [29] TooduRi 2011.03.15 3763
105404 바낭 / 왜들 옥상에 올라가서 언쟁을 할까요? [14] 안녕핫세요 2011.03.15 1881
105403 듀9) 네 번 만난 남자의 생일선물은 뭐가 좋을까요? [14] 토토랑 2011.03.15 2204
105402 주상욱 게이설 일축 “매우 어이없을 뿐” [15] S.S.S. 2011.03.15 5164
» [개이야기] 앞마당 버프. [9] 그냥저냥 2011.03.15 18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