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9 20:51
기태는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는 말년병장이고, 준배는 얼마 전에 제대한
선배입니다. 준배는 자기 차로 기태를 부대에 데려다주는데, 둘의 분위기는
심상치가 않습니다. 기태는 준배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를 건내고, 잠이 든
준배를 태우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갑니다.
[남쪽으로 간다]는 이송희일의 퀴어 3부작 중 마지막 편입니다. 고로 기태와
준배가 어떤 관계였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단지 여기서 추가할 정보가
있다면, 준배는 제대한 뒤 기다리고 있던 여자친구에게로 돌아갔고 취직 준비
때문에 미칠 듯 바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태는 그런 준배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를 인용한다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죠.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송희일은 '동성애/이성애로 분할되는 성 정체성의 경계'에
대한 영화로 [남쪽으로 간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 생각엔, 이 영화에서 이 주제에 가장 심하게 얻어맞는 건 잠시 남자애와
놀았지만 그래도 자기를 이성애자라고 생각하는 준배가 아니라, 그런 변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기태인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오로지 자신의 관점과
경험을 통해서만 보려고 하는 건 기태라고요. 준배가 자길 어떻게 생각하건,
솔직히 기태가 알 바 아니죠.
그 결과는 지독한 스토킹과 집착입니다. 이번 퀴어 삼부작에 속한 영화에서는
늘 한 명 이상 불쾌하고 위험한 남자들이 나왔는데, 기태는 그 중 최악입니다.
그가 저지르는 일도 최악이고요. 전 진심으로 준배 입장에서 기태가 무서웠습니다.
군인 신분으로도 저러는데, 사회에 나오면 도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아마
영화가 끝난 뒤에 준배는 추리소설에 나올 법한 살인계획을 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전 이해합니다. 자기 보호는 중요한 거니까.
물론 그렇다고 이 끔찍함이 영화의 질과 연결되어 있다는 건 아닙니다.
[남쪽으로 간다]는 나쁜 영화가 아니라 끔찍한 감정을 극으로 밀어붙이는
센 멜로드라마입니다. 단지 제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기 힘들 뿐이죠.
(12/11/29)
★★★
기타등등
이송희일 감독의 트위터를 보니, 어떤 나이 지긋한 관객이 포스터를 보고 "이거, 탈북 영화야?"라고
했다고. 한참 웃었지만 제목과 소재, 포스터를 고려하면 지극히 논리적인 추론이었어요.
감독: 이송희일, 배우: 김재흥, 전신환,
다른 제목: Going South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Going_South.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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