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야식먹다 생긴 일

2012.08.01 22:11

MAGNUM 조회 수:2711

등업됐어요. 등업.
나도 바낭이라는걸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쁜 마음에 첫 글을 씁니다. 

낮에는 도무지 의욕이 나지 않는 요즘은 주침야활이 거의 생활화 되었는데,
근본없는 직장인인지라 낮에 사무실 잠깐 빼꼼히 들렀다가 햇빛 쨍쨍해지면 집으로 도망오곤 합니다.
집에서 잠깐 눈 좀 붙이다가 저녁 무렵 일어나서 일하는 패턴을 반복하느라,
새벽 무렵만 되면 출출, 심심해져서 사촌 동생을 데리고 집 근처 24시간 음식점을 돌아다니고 있네요.

가끔 내키면 멀리까지 해장국, 순대국, 짬뽕을 먹으러 가긴 하는데, 
아무래도 새벽에 든든하게 밥을 먹는다는 게 배둘래햄을 확장시킨다는 불안감에
비교적 거부감이 적지만 살은 더 찌게 하는 햄버거집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내 뱃살... ㅜㅜ

그렇게 주침야식의 생활을 보내던 며칠 전,
롯x리아에서 세트메뉴를 시켜서 사촌 동생과 허겁지겁 햄버거를 들이킨 후, 
남은 감자를 주섬주섬 주워 먹으면서 콜라를 빵빵하게 리필해서 먹는 도중에,
꼬마 하나는 데리고 유모차를 밀면서 부부가 매장에 들어오더군요.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아이들이 쌩쌩한 걸 보니 더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있는데,
엄마아빠가 주문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네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애는 매장을 줄레줄레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한 바퀴 매장을 빙 돌다가 저희 테이블을 보더니만,
수북이 쌓여 있는 감자튀김이 맛있어 보였는지,
저희한테 말을 걸더라고요. "그거 맛있어?"

감자튀김의 맛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을 잠깐 했지만,
꼬마는 천연덕스럽게 감자튀김을 주섬주섬 먹기 시작했고,
동생과 저는 귀엽게 생긴 녀석이 붙임성도 좋네 ㅋㅋㅋ 하면서 잘 먹는다 추임새를 넣어주었지요.

꼬마의 엄마는 주문을 마치고 저희 테이블에서 튀김을 먹는 꼬마를 보더니만,
언니 꺼 뺏어먹지 말고 일루와라고 하더군요. 
제가 머리를 묶고 있어서 뒷모습을 보고 여잔 줄 알았나 보더라구요.
얼굴 보고 흠칫 놀라는데 제가 더 무안했습니다. 수염도 엄청 기르고 있었거든요. 

엄마가 뭐라 하든 꼬물거리면서 감자튀김을 맛있게 다 먹고는,(케찹도 잘도 찍어가면서!)
꼬마는 빠이빠이 하면서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사촌동생과 저는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를 남발하면서 집에 왔네요.

사촌 조카들은 여자애들이라 천연곱슬 장발에 덕지덕지 한 수염을 보면 무서워하던데,
처음 보는 아이들은 그런 게 신기한 것인지 빤히 쳐다보면서 머리카락을 당기기도 하고
가까이 와서 수염도 만지작거리고, 갑자기 누가 건드려서 흠칫 놀라서 보면 꼬마들...
아이들 그다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데, 애들의 시선에서는 예티나 바야바처럼 보이나 봅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p.s. 날이 너무 더워서 수염은 깎았습니다. 
수염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니 더 더웠는데, 깎고 나니 체감온도가 5도는 하락한 느낌이네요. ㅎ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2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2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46
158 피어스 호소른 영감님이 <커뮤니티>를 떠나는군요. [4] 소파 2012.11.23 4256
157 후보단일화 문재인, 안철수 100분토론 불판깝니다. 디아블로3 하다가 나왔다지요. [321] chobo 2012.11.21 10100
156 (기사링크) 신생아에 손가락 욕설한 ‘무개념’ 간호조무사 [9] chobo 2012.11.08 3957
155 이봐~ 하이파이는 감성의 영역이야. [12] 자본주의의돼지 2012.11.05 3333
154 저 바본가봐요. [4] 자본주의의돼지 2012.11.05 2561
153 게임에서 전투는 배트맨 아캄시리즈가 갑이었어요. [11] 나나당당 2012.10.30 1710
152 해피밀 먹고 받은 키티 [9] 봄눈 2012.10.30 3201
151 팬질의 허무함에 대하여 [17] 잠깐만익명 2012.10.28 4634
150 [듀나 대나무숲] 출근하셨습니까? 아, 출근이 정말 싫은 아침, 책상에 왠 PC가 있는데! [30] chobo 2012.10.02 4139
149 슈스케 4를 보니 김용범 피디가 잘했던거군요;;; [11] utopiaphobia 2012.09.29 5425
148 듀나in) 허브티 어디서 구매하셔요?? [5] pennylane 2012.09.25 1743
147 골든타임에서 좋았던 대사. [3] peony 2012.09.06 2855
146 이제껏 본 것중 가장 더러운 소설 [21] 와구미 2012.09.03 6569
145 식문화 하니 떠오르는 라면 두개 섞어 먹어보셨나요? [13] 소전마리자 2012.08.24 4352
144 [아이돌] 카라 컴백 위주로 주절주절 아이돌 잡담 [24] 로이배티 2012.08.22 3757
143 몇몇 드라마에 관한 잡담 [5] 크라피카 2012.08.22 3178
142 [아이돌바낭] 어느 카라 덕후의 멘탈 붕괴 [14] 로이배티 2012.08.13 4636
141 영험한 듀게 덕분에 즐긴 티벳인들과의 짧은 제주 관람기 (비루한 폰카사진 주의) [12] Ano 2012.08.13 3402
140 오늘내일 UMF 입니다. [6] 불가사랑 2012.08.03 1763
» [바낭] 야식먹다 생긴 일 [9] MAGNUM 2012.08.01 271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