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가끔 생각나는 기억

2011.05.01 01:12

샤넬 조회 수:1199

아주 오래된 일인데 비오는 날이면 가끔 생각 납니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이었죠. 

아침부터 몸이 으슬으슬 좋지 않았어요.

한적한  약국에 불쑥 들어갔는데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던 약사아저씨가 저를 보더니 눈이 동그레지더라구요.

왜그러나 싶어서 약사아저씨 뒤에 붙어있는 거울을 보니 제가

 

너무너무 대박 예쁜 겁니다!!

 

화장기 없는 하얀 얼굴에 머리도 좀 촉촉히 젖어있고 봄비라는

애틋한 장치가 있어서인지 제가 봐도 허름한 약국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 같았어요.

 

광동쌍화탕 주세요.

아, 예.

온장고(?)에서 따뜻한 쌍화탕을 꺼내는 약사아저씨가 잠시 망설이더니

종이컵을 꺼내서 직접 쌍화탕 뚜껑을 열어 종이컵에 따라 주십니다.

 

뜨거워요.

 

이 아저씨 나와 눈도 못마주치고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다 들릴정도였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몸이 안 좋았던 저는 뜨거운 쌍화탕을 원샷하고

 

얼마에요?

 

아, 저... ...

 

잠시 침묵.

 

약사아저씨는 저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을 적극적으로 짓더군요.

 

하지만 그때 몸이 너무 좋지 않았던 저는 그분이 갑자기 고백을 한다고 해도

 

귀찮을 뿐이었습니다.  빨리 집에 가서 침대에 기어들어가 눕고 싶었거든요.

 

천원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왔더니

 

 

언니가 깔깔거리고 웃었습니다.

 

거울을 보니

 

종이컵 모양으로 강렬한 쌍화탕의 갈색이 하얀 제 얼굴의 입가에 ... ...

 

제 입이 조커가 되어있었던겁니다!

 

 

뭐, 그렇다구요.  비가 오면 가끔 그 약사아저씨가 생각납니다.

 

환청이 들리는 거 같아요.

 

입 닦으세요....... 입 닦으세요....... 입 닦으세요...... 으아악.....ㅠㅠ

 

 

진실과 허구가 약간 뒤섞인 기억입니다.  대박 예쁜 얼굴이라느니 이런 거.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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