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

2012.07.03 17:16

조성용 조회 수:2452


[세이프 하우스]

   CIA 요원인 맷 웨스턴은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CIA 안전 가옥을 관리하고 있는 자리에 묶인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전출 명령이 오길 학수고대하고 있을 찰나, 안전가옥에 아주 중요한 ‘손님’이 오게 됩니다. CIA 요원으로 활약하다가 해외를 무대로 비밀 정보 거래를 해오면서 악명이 자자한 토빈 프로스트가 안전가옥에 호송되어 심문 받게 되는데, 얼마 안 되어 안전 가옥은 급습당하고 그리하여 웨스턴은 상부 지시대로 프로스트를 지키고 보호하면서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써야합니다. 잘 만든 액션 영화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으시면  괜찮게 보실 수 있는 가운데 덴젤 워싱턴과 라이언 레이놀즈도 주연으로써 성실하지만, 후반부에서 가면 갈수록 이야기가 뻔해져 가서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정도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좋은 조연 배우들을 모아 놓고 기능적 조연 역할만 시키니 실망스러운 점도 있지요. (**1/2)





[레드 테일즈]

  [레드 테일즈]가 다루는 소재는 여러분들도 아마 어느 정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공군 최초의 흑인비행대였던 터스키기 에어멘은 상당한 활약을 펼치면서 폭격기들을 적으로부터 보호했었는데, 이는 이미 1995년 TV 영화 [터스키기 에어맨]에서도 다루어진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조지 루카스가 제작을 맡았으니, 저예산의 한계가 간간히 보였던 그 TV 영화보다 본 영화는 더 마음껏 스펙터클한 비행 장면들을 연출하지만, 정작 이야기는 전형적인 전쟁 영화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온갖 클리셰들을 주렁주렁 매달면서 비행하고 심지어 별 필요도 없이 포로수용소 영화까지 손대려고 하지요. 이러니 실력 있는 배우들이 출연했음에 불구하고(참고로 TV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그 영화에 나왔던 쿠바 구딩 주니어가 이젠 장교급 캐릭터로 나오는 것에 재미있어 하실 것입니다), 이야기는 산만한 구성 속에서 상당히 밋밋해지고 게다가 이 소재에 당연히 따라올 그 당시 인종 차별도 그리 깊게 다루어지지 않지요. TV 영화도 이야기나 기술적 면에서 여러 단점들이 있었긴 했지만, 적어도 왜 그들의 노력과 희생이 그 전쟁에서 의미 있었는지에 대해 뚜렷하게 전달했으니, 그 영화를 대신 추천하겠습니다. (**1/2)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

 5월 달 초에 나온 [백설공주]와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을 비교해 보면, 둘은 비슷한 장점들과 단점들을 가졌습니다. 일단 분위기는 확 차이가 나지만, 둘 다 시각적으로 나무랄 데 없었고, 저는 전자의 발랄한 풍경만큼이나 후자의 음울한 광경 그리고 그와 확 차이가 나는 막간극 무대를 꽤 즐겼습니다. 귀엽게 악랄한 줄리아 로버츠만큼이나 냉혹하게 악랄한 (하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삼천원을 품고 있는) 샬리즈 테론의 연기도 재미있었고, 이번에 난쟁이들을 맡은 배우들은 이야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영화들 모두 다 이야기는 그저 그런 가운데, 전 영화를 보는 동안 어떻게 밥 호스킨스, 이안 맥쉐인, 에디 마산, 닉 프로스트, 레이 윈스턴, 토비 존스 등의 익숙한 배우들을 어떻게 그렇게 작게 보이게 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2) 







 [다른나라에서]

 이자벨 위페르께서 변산반도 해안가를 돌아다니실 뿐만 아니라 소주도 들이키십니다. 이건 흔하지 않은 볼거리입니다. 그리고 많이 낄낄거리면서 볼 수 있습니다. (***1/2)



[프로메테우스]

  이미 듀게에서 정말 많이도 얘기되었으니 간단히 평하겠습니다. 전반부는 극장에서 안 보기엔 아까울 정도로 근사한 시각적 볼거리였고 제 두 눈들은 거기에 푹 빠졌고 영화 주제에 관련된 여러 질문들에 제 머리는 재미있어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요소들이 등장하는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좀 모자란 감이 있었고 배우들이 낭비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미 라파스와 마이클 파스벤더의 좋은 연기가 영화를 잘 지탱해 주고 있고, 전반적으로 볼 때 [프로메테우스]는 영리한 볼거리입니다. (***)   




[마다가스카 3: 이번엔 서커스다!]

 [마다가스카 3]는 생각보다 괜찮은 애니메이션입니다. 1편은 그저 그랬고 2편은 그보다 약간 더 나았는데, 이번 3편은 시리즈 작품들 중에서 가장 활기 찬 작품입니다. 이야기야 꽤 단순하고 뻔하긴 하지만, 이를 빠르게 굴려가면서 에너지와 유머를 잘 버무려 넣고 거기에다가 좋은 악당도 양념으로 추가하니 썩 괜찮게 보일뿐더러 의외로 많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 




[인 다크니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폴란드 영화 [인 다크니스]는 2차 세계 대전 동안 유대인들을 하수구에 숨겨주었던 레오폴드 소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원래는 전쟁 동안 갖은 수단들을 동원해 가족을 부양해왔었던 소차는 유대인들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왔지만, 어느 덧 그는 기꺼이 이들을 지켜주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그리하여 많은 위험들을 감수하게 됩니다. 소재만 간단히 얘기해도 금세 [쉰들러 리스트]를 비롯한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실화 드라마들이 줄줄이 떠오를 텐데, 영화는 이들에 비하면 꽤 밋밋한 편입니다. 캐릭터들도 평면적인 것인 것도 그렇지만, 상영 시간(145분)의 상당 부분이 그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하수구를 무대로 전개되니 갑갑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결말에선 숨통이 트이는 것 같지만, 갇혀 있는 동안에 전개되는 드라마는 서스펜스가 간간히 곁들여짐에도 불구 심심한 편입니다. (**1/2)    




 [돼지의 왕]

 최근에서야 정식 다운로드로 봤습니다. 제 중학교 경험에 비하면 이야기가 너무 좀 비현실적으로 어두컴컴한 것 같지만, 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동안 진이 빠질 지경이었고, 나중에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후궁]

  [후궁]은 시작부터 배경 시대가 좀 혼란스럽긴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조선 시대 같긴 하지만 의상들은 고려 시대에 온 것 같으니 퓨전 사극이란 용어가 이 영화에 더 적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간에, 조선 시대이든 어느 시대이든 간에 궁중 암투는 늘 있었기 마련이었고, [후궁]은 이 위험한 게임을 차갑고 가차 없이 밀어 붙이면서 욕망과 생존 욕구가 화면 안에서 꿈틀거리는 인상적인 사극 드라마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후반부에서 이야기가 너무 성급하게 흐른다는 인상이 남지만, 전반적으로 보기 좋은 사극이고 배우들 연기도 볼만합니다.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이 영화가 작년 말에 개봉할 때 유감스럽게도 볼 기회를 놓친 가운데 영화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정식 다운로드로 풀린 뒤에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무척 긍정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 감각을 잃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정이 가는 영화를 만들었고, 실제 형제들이기도 한 주연 배우들인 마에다 코키와 마에다 오시로는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1/2) 




 [Jeff, Who Lives at Home]

  형제 지간인 제프와 맷을 보다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프는 어머니 샤론의 집 지하실에 눌러 앉아서 대마초나 피우면서 M. 나이트 샤말란의 [싸인]이나 보고 앉으면서 세상에 숨겨져 있는 어떤 패턴을 찾으려고 하는 백수이고, 맷은 제프와 달리 꽤 번듯한 직장도 있고 결혼도 했지만 아내와 상의도 않고 포르셰를 사서 아내 린다의 속을 긁어 놓지요. 마크와 제이 듀플래스 형제의 신작 [Jeff, Who Lives at Home]은 제프가 어머니 샤론의 간절한 부탁대로 어머니 심부름을 위해 밖에 나가는 것으로 시작해서 겪는 일들을 덤덤히 지켜보고 그런 동안 어머니 샤론이 직장에 겪는 일도 같이 진행 시킵니다. 절정 부분만 빼고 그다지 큰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이들 일상이 전보다 약간 나아졌다는 생각이 드니 좀 흐뭇합니다. 인지도를 어느 정도 얻은 미국 코미디 배우들이 그러듯이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제이슨 시걸, 맷 헬름스, 그리고 주디 그리어도 마음에 들지만, 수전 서랜든은 군더더기 같은 서브플롯을 정감 있게 만듭니다.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세 가지만 이야기 해두겠습니다. 1) 너무 이른 리부트이고 새로 할 얘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샘 레이미의 2002년 버전보다 여러 면들에서 약간 좀 더 낫게 보였습니다. 2) 3D 대신 2D로 보았는데 손해 본 건 없었습니다. 3) 속편에서 뭘 할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일단 두고 봐야 겠지요. (***) 




 [캐빈 인 더 우즈]

 현재 극장 상영 조건 문제로 말이 많으니 극장가서 보시라고 권해드릴 수 없지만, 영화 자체는 재미있는 호러 영화입니다. 호러 영화 재료들 갖고 노는 거야 [스크림]같은 영화들이 이미 여러 번 했으니 그리 새로운 건 아니지만, 감독 매튜 고다드와 그의 공동각본가 조스 웨든은 초반부에 분위기 잘 깔아놓은 다음에 후반부에서 꽤 신나게 놀아대면서 캐릭터들을 밀어붙이고, 그 결과 호러 영화들의 X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의 피투성이 구경거리가 벌어집니다. (***)




 [21 점프 스트리트]

  [21 점프 스트리트]는 동명의 1980년 미국 TV 시리즈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설정은 뻔한 소재 둘을 접목시킨 것인데 하나는 고등학생 십대 코미디이고 다른 하나는 [리썰 웨폰]으로 대변되는 2인조 형사 코믹 액션이고, 이 접합에서 당연히 기대할 법한 웃음들이 상영 시간동안 이어집니다. 운동만 잘하지 공부는 못하는 젠코와 공부는 잘하는데 운동을 못하고 인기도 없는 슈미트는 전혀 안 맞는 한 쌍인 것 같지만 우연히 경찰학교에 같이 들어간 계기로 서로를 보완해주는 단짝이 됩니다. 한데, 예상보다 자신들의 일은 그리 폼 나지 않고 그러다가 업무 중 과잉 행동으로 인해 고등학생으로 잠복근무를 하는 처지가 되지요. 한 고등학교 해서 마약 수사를 하면서 다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동안 정 반대의 상황들을 겪는 이들 모습에서 영화는 농담들 꽤 성실하게 뽑아내는 편이고, 채닝 테이텀과 조나 힐은 생각보다 잘 맞는 2인조입니다(특히 테이텀은 생각보다 많이 웃기는 편입니다). 후반부에 액션이 가해질 때 웃음은 적어지지만, 그래도 별 부담 없이 가볍게 보면서 웃을 수 있습니다. (***)


 P.S. 원작 시리즈 관련 배우들이 카메오 출연합니다.  





[투 빅 투 페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대마불사’를 의미하는 [투 빅 투 페일]은 2008년 월 스트리트 금융 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작년에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이나 아직 미개봉작으로 머물러 있는 영화 [마진 콜]을 보신 분이라면 꽤 재미있게 보실 수 있겠지만,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재난 영화 정도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상황 설명 위주로 가다보니 드라마 강도가 약해져가는 게 영화의 단점입니다. 게다가 [인사이드 잡]에 언급된 대로 이 재난에 책임 있는 사람들인 행크 폴슨, 티모시 가이트너, 벤 버냉키와 같은 사람들에게 너무 관대한 것도 거슬리고요. 뭐 그래도 윌리엄 허트, 폴 자마티, 제임스 우즈, 빌리 크루덥, 토퍼 그레이스, 빌 풀먼, 매튜 모딘, 에드 애스너, 캐시 베이커, 신시아 닉슨, 토니 살룹 등의 빵빵한 배역진들이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정말 한심한 인간이었던 리처드 펄드를 맡은 제임스 우즈야 신나게 연기하고 있고, 폴 자마티는 튀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화면을 장악하는 실력을 발휘해서 올해 초 SAG상을 수상했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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