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30 02:50
그러니까 이 영화 속 게임의 핵심 규칙은 이겁니다.
1.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전화가 있다
2. 통화는 언제나 정확하게 20년의 텀으로 진행된다. 한 번 했던 통화보다 더 과거와 연결하는 건 불가능.
3. 고로 과거에서 뭐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면 그걸 수습할 방법은 없다.
근데 그렇다면...
정말 강력 스포일러니까 주의하세요!!!
이미 박신혜의 아빠를 죽였고. 어린 박신혜를 붙잡아 놓은 상황에서 전종서가 협박의 성과로 증거 인멸까지 성공했다면 어린 박신혜를 살려둘 이유가 뭡니까.
풀어주면 당연히 경찰서로 쪼로록 달려가서 다 신고할 텐데요. 감옥 가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사람 죽이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싸이코패스가 그 상황에서 내릴 판단이라면 단 하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혹시라도 살려뒀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우리의 종서찡은 본인 엄마의 살해와 박신혜 아빠의 살해를 모두 다 은폐하는데 성공한 후 박신혜를 20년동안 그 집에 가둬놓고 무사히 잘 키워낸 거네요. 우왕 굳...;;
그런데 이것까지도 어떻게 해냈다고 칩시다. 알고 보니 종서양에게 타고난 천재적 육아&세뇌 스킬이라도 있었던 거라고 치구요.
근데 결국 지 혼자 시공 변화의 영향력을 사뿐히 초월하는 박신혜양과 그 엄마의 콤비 플레이로 과거에서 일격을 당해버렸잖아요?
이후의 상황을 보면 엄마와 박신혜는 '일단은' 살아난 게 분명하구요. 종서양은 죽지는 않았지만 최소 감옥행이거나 도망자행이었겠죠. 살아난 엄마와 박신혜가 살인 행위에 대한 목격자가 되었을 테니. 게다가 오피샬로 업무 수행차 방문한 경찰까지 죽여 버렸으니 경찰의 타겟 수사를 피할 방법도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 다음 날에 다시 미래를 바꿀 수 있었던 거죠? =ㅅ=
일단 엄마가 살아난 순간에 현재의 종서찡은 삭제됐잖아요 분명히? 박신혜 눈앞에서 칼 휘두르다 아주 근사한 타이밍에 증발해버리시지 않았나요.
그렇담 과거의 전종서가 그 전화기를 붙들고 할 수 있는 게 뭐죠. 통화해서 도움 받을 상대가 없는데요.
암튼 뭐 이렇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결말이 싫기도 했구요.
또 그 직전의 장면. 박신혜가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미소 짓는 장면이 이 영화 속에서 나름 진지하게 다뤄진 드라마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 싫었습니다. 결국 말짱 다 헛짓이 되어버리는 허무한 결말이잖아요.
깔끔하게 잘 마무리 해 놓고 쌩뚱맞게 왜 그런 장면을 넣었는지 모르겠어요.
옛날 B급 호러들의 전통이라도 흉내내보고 싶었을까요.
아님 '함부로 과거를 바꾸지 말라'는 교훈이라도 전해주고 싶었던 걸까요. 어차피 현실에 사는 우리는 그럴 방법도 없는데요.
아무튼 구립니다.
영화 정말 재밌게 보고 마지막 30초 때문에 이렇게 맘 상하니 억울한 기분까지 드네요. ㅋㅋㅋㅋ
2020.11.30 03:30
2020.11.30 03:35
네. 근데 그 때 해주는 말이 그저 '무슨 일 생기더라도 전화 잘 간수해라' 이거 하나였잖아요. 그러고도 아무 보람 없이 잠시 후 현재의 갸는 삭제되어 버렸으니 과거의 갸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남았을까... 라는 거죠.
2020.11.30 08:40
2020.11.30 08:46
아하. 그런 말씀이었군요. ㅋㅋㅋ 하긴 그래요. 저도 보다가 응? 했는데 역시 깊이 생각할 틈 없이 넘어갔네요.
2020.11.30 09:21
뻔한 한국영화식 신파, 감동엔딩을 피하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쓸데없는 욕심을 부린게 아닌가 싶네요. 영화 잘 보고나서 뒷맛이 참 어휴 ㅋㅋ
밑에 리뷰에도 써주셨듯이 각잡고 따지면 말이 안되는 것 투성이지만 그래도 영화, 장르적 허용으로 대충 넘어가주면 최소한 작품안에서는 나름 일관적인 설정으로 끝까지 잘 간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에필로그는 선을 넘는 수준이었어요.
결말부분만 제외하면 동감을 연상시키는 전반부부터 본게임을 시작하는 중후반부 전부 재밌었는데 다양한 장점들이 있었지만 결국 전종서 하나로 귀결되네요. 이런 장르영화에서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여러 연기들을 종합 선물세트로 한번에 다 해버리더라구요. 초반에 학대당하는 불쌍한 피해자에서 싸이코 연쇄살인마에 찰진 먹방까지 ㅋㅋ 엄청난 화제의 데뷔작이었던 버닝 이후로 스포트라이트를 피해서 쭉 휴식기를 가진 모양인데 앞으로 왕성한 활동이 기대됩니다.
추가로 감독님이 올해 30살밖에 안되셨더군요. 첫 단편영화가 업계내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켜서 젊은 나이에 장편영화 데뷔까지 왔다는데 심지어 외모가 무슨 꽃미남 배우들 뺨치는 수준입니다. 시사회 사진보고 깜짝놀란... 재능이 확실한 분 같은데 이번 에필로그 사태(?)는 젊은 혈기에서 나온 실수로 봐줘야겠네요. 이러면서 더 성장하겠죠.
2020.11.30 10:10
관련 인터뷰들을 찾아 읽다 보니 박신혜가 이 엔딩에 대해서 한 마디 한 게 있더라구요. 대략
"난 엄마와 둘이 걸어가는 장면이 영화의 엔딩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그 뒤는 뭐 그냥 장르 특성 같은 거고" 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본인도 그 끝 장면은 맘에 안 들었던 듯. ㅋㅋㅋㅋ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발언이라면 '네 명의 여배우들의 영화'라는 식으로 말을 한 게 몇 번 보였어요. 그러고보면 포스터들 중에도 여자 캐릭터 네 명의 얼굴만 이어 붙인 게 있고, 기자 회견 사진들 중에도 여자 넷이 사이좋게 모여 찍은 사진이 많고 그렇더군요. 정작 감독은 남성이지만 확실히 여자들이 다 이끌어가는 이야기인 건 맞죠.
마지막으로 블로거들 소감을 보니 감독님 비주얼 언급이 많더라구요. ㅋㅋㅋ 나이가 이제 30이라니 정말 창창하군요. 데뷔작이 극장에 못 걸린 건 정말 아쉽겠지만 넷플릭스에서 크게 흥행하길 빕니다. 차기작 10년 걸리고 그런 사태는 피하기를.
2020.11.30 16:33
아, 몸값 감독이었네. 뭔진 모르지만(스포 안봄요) 이번 영화 마지막에 무리수를 둔 것 같은데.... 단편이 재기넘쳤던 걸로 기억해요. 잘 만들었어요. 배우들 컨트롤도 좋았고. 근데 이런 류 감독들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경우들이 좀 있죠. 두 번은 그러지 말길.
2020.11.30 15:32
스포일러 안봤어요. 뭔가 대단한 실망의 기운이 느껴져서 그냥 과감히 안보면 되겠구나 싶네요.
전 잊고 있던 호러 영화 "장화 홍련"을 새벽에 다시 보다가 잠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