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얘기에 저도 제 어린시절 최고의 순정만화를 꼽는다면 전영희의 백작의 딸을 꼽습니다.
호소카와 치에코 작 아닙니다. 무려 전영희라는 엄청난 유령작가였죠ㅡㅡ;
암튼 이모의 강추로 보게 된 만화였는데,
세상에 너무 재밌는거에요.
고아원의 미소녀가 알고보니 백작가문의 딸이었고 본가로 돌아가는 중에 만난 소매치기 소녀에게 당해 신분이 바뀌고 기억상실증 걸리고 그 와중에 그녀에게 반한 빠리의 신문왕인 청년이 그녀를 얻기 위해 약혼자라고 데려가고(하지만 그녀는 특유의 미모로 고아시절 동네 귀족 소년과 이미 약혼상태--)
그녀를 차지하려는 미청년들과 신분 바꿔치기한 소녀와의 암투 등등 소녀들이 실신할만한 내용으로 가득했었죠.
저는 보는 내내 눈물흘리며 전영희 이 작가는 천재야! 만화의 신이라고! 를 외치며 찬양했는데 어느날 이게 베낀 만화구나라고 깨달았죠.
만화 내용 중에 종종 나레이션으로 19세기 프랑스 상류 사회에 대한 설명이 나왔는데 이게 도저히 그당시 한국 만화사에 등장할 만한 디테일을 넘었더군요.
가령 피앙세니 코르셋이니 하는 단어는 그전에 한국만화에서 들어본적이 없거든요.(피앙세 라고 쓰고 프랑스어로 약혼자라는 주석이 친절하게 달려있던 백작의 딸)
그렇게 온갖 의심에 전영희라는 작가의 존재를 보다가 그 작가의 또 다른 대본소 만화를 보고 더 확고해졌죠.
다른 만화에선 그림이 너무 구리더군요.
그동안 라이트박스로 베끼다가 창작을 하니 주인공 얼굴만 같고 다른건 그지같은..;
그렇게 백작의 딸을 봤지만 결국 완결을 보지 못했어요.ㅠㅠ
출판사가 망한건지 애초에 해적판이라 중도에 포기한건지.
너무 좋아하던 만화라 아쉬움이 큽니다.
원작자인 호소카와 치에코 할매가 자신의 만화가 해적판으로 남발하는 한국을 싫어해서 정식으로 나오긴 힘들거란 설이 있더군요.
왕가의 문장의 해적판도 신의 아들 람세스도 나중에 나일강의 소녀 캐롤이란 이름으로 길게 나와서 이게 정판인가 했더니 이것도 해적판;
기적적으로 왕가의 문장으로 정판 발행.
이정도면 작가가 싫어할 만도 하네요.
그래도 백작의 딸 좀 정판 내주세요ㅠㅠ
지금보면 오글거려 미치겠지만 제 어린시절을 지배했던 만화 중 하나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