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우 자주 피로감을 호소하곤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된다는 게 이제는 구속같아요. 시간만 나면 아이폰의 사파리를 켜서 (누구도 찾질않는) 본인 블로그의 댓글을 확인하고, 자주가는 게시판에 새로 올라온 글 없나 뒤져보고, 포털 메인화면의 시답잖은 뉴스를 하나하나 눈에 힘주고 살펴읽고, 그러다 정말 지치고 피곤하고 지겨워질 무렵이 되어서야 인터넷을 종료하곤 합니다.

그래서 작년 언젠가 아이폰을 해지했어요. 와인폰이라는 노인분들 쓰시라고 만들어진 핸드폰을 들고 다녔죠. 무슨 디지털 러다이트라든지, 아날로그에의 향수, 이런 거창한 이유때문은 아니고, 맨날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는 제가 한심해서 그랬지요. 그런데, 이게 정말 필요할 때가 생기더군요. 영화 시간을 찾는다던지, 네이버 지도를 켜서 약속장소를 찾고 싶을 때는 3G인터넷 망이 간절하더라구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찾은 타협점이 sK유심칩을 아이폰에 끼워서 개통해 들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3G인터넷은 사용이 불가하지만, 서울하늘아래 어디건 비번없는 와이파이가 한두개쯤은 잡히는 탓에 꼭 필요할 때는 인터넷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SK로 아이폰을 쓸 경우 멀티메일이 송수신이 안된다는 치명적인 결점을 뒤늦게 알게되었지만요.)

이렇게 자제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은 합니다만, 그래도 하루에 인터넷 사용하는 시간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곳이면 괜한 짜증도 샘솟구요. 스마트폰 창에 부채표만 잡히면 허겁지겁 사파리를 켜는 내 모습을 볼 때 뒤늦게 닥쳐오는 환멸감이란...

그럼에도 언젠가부터 친한 동호회사람들도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고, 트위터로 수다를 대신하는 걸 보면서, 그 대열에 끼지 못하면 왠지 소외된다는 기분이 들었기에, 선뜻 3G 및 Wifi망을 탈출할 다짐을 못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이기는 얄밉게 쏙쏙 다 누리면서, 굳이 필요치 않을땐 이 중독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화면밖의 세상에 주목할 수는 없는 건지. 휴. 오늘 아침 인터넷을 하지 않겠다고 거창하게 뇌까렸으나, 어느덧 듀게를 뒤지고 있는 의지박약의 부끄러운 자기고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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