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집에서 실장님 번호 딴 얘기.

2011.01.27 11:58

Paul. 조회 수:4147

참치 완젼 좋아합니다. 부위 이름은 몰라도 부위별 맛은 아니까 오호호 아하하 암냠냠 맛나게 잘두 먹어요.

인근 웬만한 참치집은 다 가봤는데 다찌에 열 명이나 앉을 수 있을라나, 테이블은 세 개. 이 정도 규모의 조그만

참치집을 단골삼았습니다. 호남쾌남실장님 혼자서 일하셨는데 우하하하 수다떨면서 맛난이 썩썩 잘라주시고

배부르다 싶으면 좋아하는 참치구이 몇 번 더 갖다주시고 마무리로 참치죽도 한그릇 더 주시고 이럼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참치집 문 닫을 때까지 있었던 적도 한두 번 있는데 언젠가는 와인을 사주기도 하셨죠(단둘은 아니고, 맨날 같이 가는 언니랑 ㅇㅇ).

근데 한 5개월 전 호남쾌남실장님은 다른 곳으로 옮기시고, 뽀얀 얼굴의 어린 실장님이 새로 오셨드랬죠. 저보다 다섯 살 많은데

경력은 10년! 위엄있다! 그리고 귀엽게 생겼

글서 제 주특기인 호쾌하게 친한척하면서 갈구기 까기 들이대면서 드립치기 이런거 했죠. 맨날 같이 가는 언니도 옆에서 막 거들고.

심지어는 언니가 '실장님 핸드폰 주세요' 이러더니 저한테 슥 건넵니다 '번호 찍어'

어...장단 안맞추면 민망할 분위...기...응 사실 번호 알고 싶었어

음..그래서 '오호호호 그럴꽈' 찍고 나서 실장님한테 건네주며 명령조로 얘기합니다 '지금 전화하세요.'

번호 교환 석세ㅋ스ㅋ.

왕년에 좀 노셨던 믓쨍이 여사장님까지 '실장 쉬는 날 만나' 라며 푸쉬해주시니 분위기는 대략 걷잡을 수 없이...흠...

이남자 쨍하게 생겨갖고 대략 차도남 컨셉인데 별로 싫지도 않은 눈치입니다. 10년경력의 노련미인가. 나 갖고노는건가. 나도 노는거지만

어이쿠 이남좌 나 배부른데 자꼬자꼬 참치주네효. 소주 시킬때마다 금가루 넣어주네효.  아싸 참치셔틀

내일 출근해야돼서 한병만 마시고 일날라그랬는데 커플엮기에 재미붙인 언니가 일어날 생각을 안합니다.

세 병 마시고 히레사케를 시켰더니 저를 보며 '괜찮겠어요? 녹차 줄게 그냥 녹차 마시고 가요'

까도남의 챙김. 아아.............뭐야 이 역할놀이 나 빠져들것같아..............

볼은 후끈 달아오른 주제에 요즘 말술이 된 저는 절주결심을 잊고 괜찮아요 합니다. 우리가 갈 생각을 안 하니 저 실장 드립 보게

'나 세시에나 끝나요' 이사람아 나 안 기다려요 곡춍마...이미 정신은 내방 침대에 가있어 졸려 죽겠다구 언니 젭알 집에 가좌 엉엉

그러나 실장님과 여사장님께도 거푸 술을 돌리고(제 술자리는 항상 이모양입니다) 정종에 소주 하나를 더 까고서야 집에 갈 수 있었어요.

새벽 두시 엉엉 내일 자다가 바로 출근하려고 일곱시 이십분에 알람맞추고 침대에서 숨졌는데, 알람이 울리자마자 문자 하나가 들어옴미다.

 

-피곤하겟다 좋은하루~

 

네 당연히 실장님이죠. 저 근데 이남자한테 말 까라 그런 기억 없는데 혼자 막 말 놓고 그럽니다 짜식 귀엽긴. 아침 일곱시반에 웬 문자질? 이러면서

 

-이제일어났어요생각보단괜찮군요ㅎ실장님도좋은하루:)

 

고운컨셉으로 답문찍으니*-_-*

 

-진짜춥다 이제 들어가 잘려구 수고^^

 

흠.....................................이러다 실장님이랑 문친되겠음. 쉬는날 물어볼까? 놀자그럴까? 하다가 아 난 애인이 있으니 이럼 안되나. 근데 하고싶...

이러고 있어요 아하하하하. 귀요미는 귀요미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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