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고단함

2014.05.19 09:10

여름숲 조회 수:2846

뭐 세상의 모든 엄마가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즤집 어무이는 고생을 사서 하신다 싶게 헌신적인 살림을 살아오신 분이신데...

뭐 예를 들어 김장은 자식들 팽팽 노는 주말보다 주중에 해서 오빠집까지 다 챙겨주시고

식혜 수정과 정도는 당근 집에서 하시고

장도 담그셔야 하고

매해 매실을 좋은 곳에서 구해 매실액을 수십킬로씩 담그시고

엿을 곤다던가(아파트에서... )

온갖 저장음식 깻잎장아찌, 콩잎장아찌, 무장아찌, 마늘쫑장아찌, 그리고 장아찌의 최고봉은 마늘장아찌.

왜냐 우리집은 잔잔한 마늘을 사서, 마늘을 껍질을 모조리 다 까야만 담그시는 근성의 풍습이라..(그냥 담그면 먹을때 지저분하게 손에 묻혀야 된다고 질색)

뭐 서너접씩은 우습게 까서 담그셔서 오빠네도 나누어 주시고 하던걸 봐온터인데...

 

뭐 이제 연세드시고 어깨 석회성 관절염에 백내장, 녹내장, 허리디스크까지 생기시니.. 위의 대부분의 것들은 포기하고 사십니다.

그런데..어제 저녁..함께 시장에 나갔다가 좋은 풋마늘이 나온 걸 발견..

 

"어휴~~ 이제 내 몸이 이러니 마늘장아찌도 이젠 못담겠다!"하시는 말씀에 저는 호기롭게..

 

"아이 제가 까면 되지요.. 까짓.. 두접 삽시다.."

 

일단 시장서 10분거리의 집까지 마늘 두접 들고 오는데 손 끊어지는줄 알았어요.. 마르지 않은 풋마늘의 무게가 만만히 볼일이 아녔어요.

근처 아파트 재활용수거장에서 박스 뜯어 손잡이 만들지 않았으면 정말 오다가 내던졌을 수도...

그리고 아우 저녁내 붙잡고 앉아 12시까지 깠는데 한접도 못깠어요..

10시가 넘어가면서 부터는 저도 허리가 뒤틀리기 시작하고 비닐 장갑을 끼고 까는데도 손은 아리아리 아파오고, 손톱은 부러지고, 구멍난 장갑사이로 흙과 마늘 진액이 들어가며 쓰라리고..

 

아니 이걸 어케 서너접씩 까서 장아찌를 담그시냐고요..그것도 매해.. 때 맞추어...

 

어쩌다 엄마가 집을 비우셔서 조금씩 살림 해보면 먹고 돌아서면 또 먹을거리 걱정에

 

아무리 쓸고 닦아도 다시 지저분해지는 바닥.. (특히 물쓰는 주방은 더더욱...)

 

한시적으로 하는 일이니 잠깐 하고 만다고 하지 이게 계속 반복된다면 저는 못할거 같은데.. 어찌 그렇게 그런 일을 평생을 해오셨는지..

 

아~~~ 주부는 위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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