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봉변을 당할 뻔 했습니다..

2010.07.14 22:57

khm220 조회 수:5061

퇴근 길에 회사 근처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점심시간때 들렀을 때 천원의 행복의 행사를 하더라고요. 이것저것 과자들을 묶어서 천원에 팔길래 이따 집에 가는 길에 들러서 사다가 동생줘야겠다-했거든요.

그래서 사려고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손님이 좀 많았습니다.

 

천원의 행복 셋트가 총 3종류였는데 저는 2종류를 집어들었고

계산하려고 계산대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셋트 내용물을 보는데 정신이 팔려서

줄이 있다는 걸 모르고

셋트들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어요.

제 앞에는 어떤 아주머니가 백세주 대여섯병을 올려놓고 알바생이 계산해주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야! 너 안 비켜????"

 

깜짝 놀래서 뒤돌아보니 이 아주머니 뒤로 50대후반으로 보이고 키가 180은 족히 넘어보이는 아저씨가 험상궂은 얼굴로

제게 소리쳤습니다.

 

제가 여기서 그냥 "죄송합니다"하고 이 아저씨 뒤로 가서 줄을 섰다면 일이 크게 되지 않았을텐데

저는 그 아저씨의 거친 말에 순간, 욱 해서

 

"몰랐어요."

 

하고 뒤로 한발짝 물러섰습니다.

그리고 계산하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야! 저거 안치워?????"

 

제가 계산대 위에 올려놓은 과자들을 치우라는 소리였습니다.

 

여기서...순간 제 안에 무언가가 뚝 끊어졌습니다.

저는 너무 화가 나서

그 과자들을 집어다가

도로 제 자리에 올려놨습니다.

 

그리고 그냥 나갔으면 역시나 일이 크게 되지 않았을 것을..................

 

저는 못참고 한 마디 내 뱉었습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참나..."

 

순간

 

"이 년이!!!!"

 

그 아저씨가 갑자기 제 곁으로 오더니 들고 있던 신문지를 말아서 제 머리를 내리치더군요.

 

저는 폭발해버렸습니다.

 

"뭐예요?? 왜 때려요???? 좋은 말로 하면 되지 왜 그러세요??!!"

 

"이년아!!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

 

"제가 언제요??? 아저씨가 먼저 험하게 말하셨잖아요!!! "

 

그 아저씨는 제게 무슨 년 무슨 년 하며 갑자기 제 얼굴을 잡았습니다. 그러니까 제 턱을 잡았어요.

 

"왜 이러세요!!!! 경찰서에 신고할꺼예요!!"

 

"이 년아 그래 신고해봐 신고해봐!!!"

 

 

저는 그 아저씨를 뿌리치고

편의점을 황급히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미친 개를 제가 건드린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따라나오더니

제 팔을 붙잡고

무차별

신문지 뭉치로 제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아~ 진짜 왜 이러세요!!"

 

"이 년아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

 

"아저씨가 먼저 좋은 말로 하셨어야죠 아 진짜 왜 이래애!!@!!!!"

 

 

그냥 뿌리치고 도망치면 될 것을

저는 맞으면서도 바락바락 대들었습니다.

 

 

편의점 앞이 버스 정류장이었는데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게 느껴졌습니다.

 

그 때 어떤 아저씨가

그 아저씨를 저지하시더니

 

"빨리 가봐요~!!"

 

 

그래서 저는 뒤도 안돌아보고 막 걸어왔습니다.

 

 

너무너무 화가 나고 분해서 눈물도 안 나오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막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도 참..... 걱정 끼쳐드리게.. 근데 정말 엄마 밖에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엄마는 제게 왜 그랬냐고 그냥 죄송하다고 하면 아무일 없었을 것을 왜 그랬냐시며 다그치셨습니다.

 

네.. 엄마 말이 맞지요..

 

근데 그 상황에서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 저는 그 아저씨가

 

"이봐 줄 서있는거 안보여"

 

이렇게까지만 말했어도 저는 죄송합니다 하고 그냥 군말없이 뒤에 가서 줄 섰을꺼예요.

 

근데 정말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야!! 이러는데...

 

평정심을 지킬 수가 없더라구요.......

 

 

엄마 말씀이... 이런 무더운 날에는 잘못하면 살인도 일어난다...예전에 공중전화박스에서 앞 사람이 길게 통화한다고 뒤에 줄 서있던 사람이 죽인 일도 있었다..하시더라구요.

 

정말이지..

 

사람이 제일 무섭네요..

 

그리고 여자라는 게 싫네요.

 

만약 제가 남자였다면 그 아저씨가 저에게 그렇게 막 했을까요?

 

물론 그 아저씨 입장에서는 새치기 하고도 사과 안한 제가 괘씸해보였겠죠.

 

그런데 그렇게 막말할 필욘 없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뜸 야! 라고 하는데 ...

 

 

버스 타고 오는데

 

너무 분하고 속상해서

 

그제서야 눈물이 나더라구요.

 

엉엉 울면서 왔네요..

 

 

 

그런데 냉정을 되찾고 보니

 

왠지 그 당시 그 아저씨 행색이 뜨내기 손님같진 않아보였습니다.

 

즉슨, 왠지 편의점 근처, 그러니까 저희 회사 근처에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점심시간때 밥 먹으러 회사 주변 왔다갔다하다가 재수없게 걸릴 수도 있다는 거죠.

 

가스총을 소지하고 다녀야 하나 고민입니다.

 

 

50대후반으로 보였지만 키가 크고 건장했고 얼굴도 험악했거든요.

 

 

더운 날씨라 그런지

 

사람들이 예민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정말 이런 일 처음이라

 

잊으려고 해도 자꾸 생각나서 분해요...

 

 

다음 번에는 그냥 드럽다 생각하고 무시해야겠어요.

 

 

혹시 오늘 저녁 8시 쯤에

 

광화문 르미에르 빌딩 1층 세븐 일레븐 편의점에서 신문지 뭉치로 맞고 있던 검은티 검은 레깅스 입은 덩치좋은 여자애 보셨다면 그게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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