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9 11:09
심야 라디오 자주 듣습니다. 어제 들은 사연이었는데
25살 모태솔로 대학생 남성입니다. 아가씨를 소개받았는데, 처음엔 카톡이랑 전화 등으로 연락을 했는데 마음이 너무 잘 맞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기도 드디어 연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뻤는데
직접 만나보니 외모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나고 다시 얼굴을 보지 않고 카톡 등으로 연락을 할 때는 정말로 정말로 마음이 잘 통하고 서로 맞았데요.
그렇게 영혼의 짝을 만난 듯 대화할땐 마음이 잘 맞았는데,
직접 만나서 그 아가씨의 얼굴을 보기만 하면, 뭔가 싸 하게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기도 어쩔 수 없이 여자 외모 보는 남자구나 라고 생각했데요.
그래서 그 아가씨와 총 3번을 만났고, 결국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사귀지 않는 것으로.
전화로, 미안하지만 난 당신이 여자로, 이성으로 생각돼지 않는다... 라고 솔직하게 말을 했답니다.
전화기 너머에선 그 여성이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렸고,
그래서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마음이 너무 아팠답니다.
그 사연은 그렇게, 상처주지 않고 거절하는 법이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바보군요. 이 세상에 그런 방법 따위는 없지요.
DJ도 그렇게 말 하고요.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마지막 장면의 츠네오와 조제의 이별 이야기를 해주면서.
25살 모태솔로 청년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겠지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상처준 수많은 사람들, 다 생각나는 밤이었습니다.
내 글솜씨가 별로여서... 그 사연 들었을 때는, 순간 쿵 하고 가슴 가라앉는 것 같았는데, 다시 옮기니 별로군요.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은 그 사람에게 거절당한, 그래서 전화기 너머에서 울고 있었을 그 여성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2014.01.29 11:17
2014.01.29 11:35
당연히 마음이 아프지만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3번 정도 만나고 저 정도로 깔끔하게 끝난 사이면 20년 후에는 그 일이 아예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스쳐간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요?
2014.01.29 11:44
그렇군요. 25살이면 아직 어리니까, 남에게 상처 준 경험도 적을 테니. 게다가 연애를 안 해봤다니.
그런데 왜 난 나이도 많으면서 저 사연에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냥 이런저런 내 과거 일들이 생각나서 그랬나봅니다.
상처주고, 상처받고... 이런 일들의 연속이지요. 인생은. 상처주지 않는 방법을 물어본 그 청년의 순진함에, 순간 탄식이 나왔어요.
2014.01.29 11:49
2014.01.29 11:51
저는 그 청년이 어쩐지 얄밉네요. 라디오에 사연까지 보낼 건 뭐람. 제가 그 아가씨인데 우연히 라디오를 들었다면 눈쌀을 확 찌푸렸을 거 같아요.
2014.01.29 12:30
그 청년의 고민은 마치 '슬픔 없이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것과 같군요. 해결 방법이 있을리가...
...
옛날 모 드라마에서 어떤 배우가 일갈했 듯 '누구나 가슴에 삼천원 쯤은 있'는 거죠.
2014.01.29 15:29
덜 주는 방법은 있죠.
그걸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하고, 그 방법에 따라 상대에 대해 더 존경하게 되기도 하고 상처가 커지기도 하죠.
단지 경험이 부족할 뿐이지 저 25살 청년의 따뜻한 가슴이 나이 들어가면서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네요.
2014.01.29 19:09
2014.01.29 22:18
나쁜남자
2014.01.30 01:23
2014.01.30 02:29
여자분도 이 남자랑 너무 잘맞아서 이번엔 연애성공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저렇게 돌직구를 받으면 마음이 와장창 깨지겠죠
영혼의 짝같은 대화를 나눌 수있는 상대라면 외모가 별로 마음에 안드는 것은 좀 노력을 해보지 저 남자 너무했어요
앞으로 미모만 뛰어나고 그외의 장점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는 여자를 만나서 고생 좀 해봐야 정신 차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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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가씨는 사연속 청년을 조금이나마 마음에 들어했었을까요. 그러니까 전화기 너머로 울었겠지요. 호감 가는 사람에게 여자로 보여지지 않는다니, 잔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