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차려주는 남편

2012.11.09 13:04

오늘만 조회 수:4460

듀게에서 결혼 이야기가 흥하면 정말 결혼이란 끔찍한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뒷걸음치게 되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뭐 이게 듀게 뿐이겠습니까, 회사에서도 결혼한 사람들이나 결혼 앞둔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내리는 이야기의 절반이 시댁이야기와 육아 이야기니까요. 저 역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결혼해서 좋다는 것 보다는 다 나중에 해라, 후회다, 행복한 가정은 다 가식이다 이런 말이 넘쳐나죠.

 

 

전문직으로 일하던 친척언니가 아이 둘을  2년 터울로 낳으며 지금은 일을 그만 둔 상태입니다.

 

형부는 아침밥으로 토스트도 구워주고 애 둘에 치여서 밥 한끼 잘 못먹고 지내는 언니가 안타까워 밥 꼭 챙겨 먹으라며

물반 감자반 양파반인 된장찌개를 끓여주고 간답니다.

첫째 아가 요플레에 냉동 블루베리도 미리 넣어서 적당히 해동 되어 먹기 좋게 그릇에 덜어 두고 식탁위에 올려 놓고 출근한답니다. 

 

가끔 있는 일이 아니라 거의 매일을 그렇게 챙겨 준다고 하니 정말 결혼은 이런 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 부럽기까지 합니다.

 

 

형부의 이유는 아내를 끔찍히 사랑해서 유난을 떨고 있는게 아니라

우리 두 아이를 위해 자신의 삶과 시간을 희생하고 있는 언니에게 한없이 고맙고 미안해서 라고 했다는데요,

 

아침 챙기는거 뭐, 토스트는 기계가 구워주고 된장찌개 그거 그냥 된장 넣고 냉장고 채소 넣어서 가스렌지인지가 끓여주던데? 하며

쿨하게 말하는 형부가 멋지기도 하지만 이런 결혼 생활로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아껴주는 부부도 있다는 걸 곁에서 보면서

결혼, 해보고 싶은 평생 연인과 가족의 유혹이 되기도 합니다.

 

굳이 아침밥을 차려주는 남편이어서라기도 보다는 부부의 관계 속에서로를 위해주고 배려하는 모습이 보여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언니네 시월드 세상이 형부 만큼 달콤 살랑 하진 않지만 그래도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다 내 마음대로 만족되는건 없다는게 언니의 말,

대한민국 결혼만 불평등한 제도이고 평생 골치 아픈 시댁과 힘겨루기를 해야하는 고달픈 삶이겠냐면서, 회사생활도, 인간관계도 경제생활도

그 외에도 여러부분 끊임없이 인생사 매번 평등한 위치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게 몇 % 되겠냐고 하네요.

 

 

결혼, 너무 꿈 같은 환상 속에서 그리는 것도 문제지만 미리부터 그렇게 현실적으로 보는건 좋지 않다는게 언니의 위로였죠.

 

 

듀게 글을 읽으며 결혼이란 이 두 글자가 너무 꽉 막혀서 답답하게 느껴지던 차에 형부 같은 착한 남편도 있다는 사실,

한해 한해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더 행복하다는 지인의 말에 숨통이 트이느 기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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