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즉각적이고, 너무 단속적이며, 정말이지 극단적이라는 점.


뭐랄까, 한국인 전체가 초 긴장상태에 놓여 있는 것 같달까, 과민 상태 같달까. 그런 느낌을 요사이 자주 받아요.

마치 풍선을 바늘도 아니고 볼펜으로 찌르는데도 건드리자마자 바로 폭발하는 그런거죠.


알기 쉬운 예로는 아이폰5와 iOS6를 들 수 있지 싶어요.

물론 저도 실망스럽긴 했죠. 하지만 그 실망의 반응이 너무나도 격렬하달까.

"애플 망했네"/"Siri 말 못 알아먹네 XXXX"/"애플맵 때려치고 구글맵 돌려달라고 XXX"/...

계속되는 XXX, XXX...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너무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치 갓난아기가 구구단을 못한다고 채찍으로 후려친 다음에 내다 버려버리겠다는 듯한 기세의. 그런.


얼마 전의 T24도 어느정도는 그런 의미에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쪽은 좋은 쪽으로 발현된 경우지만요.

기억하세요? 말도 안되는 내기를 건 사람도 많았다 - 손목을 건다느니, 장기를 어쩌구 저쩌구... - 는 거. 물론 실천할리도 없고 실천할 생각도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풍선의 볼펜구멍으로 몰려들게 했고, 이 에너지가 T24 소셜 페스티벌이라는 형태로 폭발했죠.

최근에 <한복이 너무해>인가요? 이것도 비슷하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 같아서 흐뭇하게 - 한 거라고는 단 하나도 없지만 - 바라보고 있고요.


반면에 이번에 벌어진 슈퍼7 콘서트 취소사태는- 당연히 나쁜 쪽으로 폭발한 사례겠죠.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이상하게 비난의 덩어리가 뭉쳐들고 덩치를 키우더니만- 쾅! 멋지게 스트라이크를 날리며 프로젝트를 좌초시켜버렸어요.

전 무도 팬은 고사하고 TV도 잘 안 보는 사람이긴 하지만, 전 이번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도 취소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알았어요. 그만큼 단시간에 불어넘친거죠.

그런데 여기서 극단적인건 대중도 대중이지만 무도 멤버들 측도 극단적이긴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해요. 뭐, 이제 와서 뭘 이야기해봐도 소용 없는 일이지만요.

또 재밌는 건, 이제 비난의 화살이 소위 '무도팬'이라는 집단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겠죠. 무도팬이라는 집단이 연대행동해서 비난을 쏟아부은 것도 아닐진대.


사실 제가 이 '느낌'을 구체화하기 시작한건 얼마 전의 일이에요. 소위 트롤러들로부터 많이 공격받는 모 커뮤니티에서 처음 보는 사람의 약간 과격한 글이 올라왔는데, 분명 거기서 논의할만한 화제가 있었음에도 너무 사람을 몰아붙이고 차갑게, 냉혹하게 대하면서 단체로 두들기고, 분위기에 질려서 실언하면 또 꼬투리 잡아서 그걸 빌미로 또 두들기는 걸 봤던 겁니다. 심지어 또다른 처음 보는 옹호 의견 제시자가 나타나자 동일 인물 아니냐고까지 하더군요. 평소에 많이 공격받아서 다들 그런 트롤링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광경이 너무나도 비합리적이고 강압적이라 충격을 받았죠. 순간적으로 여기가 그런 동네였나 싶더군요.


모르겠어요. 다들 너무나도 폭발하고 싶어하는 걸까요?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걸까요?


사람들이 사안에서 조금만 떨어져서, 조금만 더 멀리보고, 조금 더 찬찬히 생각해 본다면....하는 그런 생각을, 요즘에 하고 있습니다.

저만 그런 걸까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저렇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73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460
126565 콰이어트플레이스...상영시작 1분만에 기대를 내려놓은 영화 new 여은성 2024.06.27 91
126564 스페인/영국 언론에 보도된 손웅정 아동학대 [1] update daviddain 2024.06.26 172
126563 Love is an open door 우크라이나어 catgotmy 2024.06.26 31
126562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주연 오승욱 감독 리볼버 예고편(길복순 VS 박연진 VS 동해야) update 상수 2024.06.26 180
126561 프레임드 #838 [3] Lunagazer 2024.06.26 85
126560 [단독] 'SON아카데미' 폭행 코치는 손흥민 친형…"피멍 들자 웃으며 잘못 때렸다 해" [2] daviddain 2024.06.26 239
126559 손웅정 감독 아동학대 혐의 피소…"고소인 주장과 달라" 반박/손웅정 “합의금 수억원 요구” VS 피해 아동 쪽 “2차 가해” [단독] 손웅정 고소 학부모 “지옥 같은 시간…피해자 더 없길” daviddain 2024.06.26 138
126558 칼리굴라 완전판 예고편/시리즈온 무료 ㅡ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 7.4.까지 [6] daviddain 2024.06.26 146
126557 We Don't Talk About Bruno - 헝가리어 catgotmy 2024.06.26 27
126556 이런저런 잡담... 여은성 2024.06.26 146
126555 잡담바낭 - Oil, GPU, 그리고 자본주의 상수 2024.06.26 107
126554 [넷플릭스바낭] SF인줄 알고 봤지 뭡니까. '행복도시'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6.25 215
126553 심심하신 분들은 롯데 기아 보세요/하이라이트 영상 [42] daviddain 2024.06.25 218
126552 인사이드 아웃2 스페인,남미 예고편을 별생각없이 보니/프랑스 예고편의 따분이 [2] daviddain 2024.06.25 117
126551 프레임드 #837 [4] Lunagazer 2024.06.25 40
126550 왜 ‘프렌치 수프’를 봤는데 ‘베이크드 알래스카’가 먹고 싶어지는가?(스포일러 없음) [4] ally 2024.06.25 183
126549 Love is an open door 크로아티아어 catgotmy 2024.06.25 37
126548 모임, 동호회에서 한 인간이 흑화하는 과정에 대해 [5] update ND 2024.06.25 544
126547 [정보] 에릭 로메르 감독전 - 아트하우스 모모 6.24~7.6 soboo 2024.06.24 120
126546 왓챠의 옛날 홍콩영화들은 한글자막이 있다는것에 의미를 둬야겠군요. [2] ND 2024.06.24 18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