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8 23:42
지기의 단짝 친구 로비가 불치병에 걸려서 얼마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이고, 슬퍼라. 그런데 폼 안 나는 알록달록 파자마를 입고 소아 병동에 입원해 있는 녀석의 마지막 소원은 죽기 전에 총각 딱지를 떼는 거라네요. 하지만 15살밖에 안 된 애에게 그게 쉬운 일이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그 임무는 지기의 어깨 위로 떨어집니다. 로비가 죽기 전에 어떻게든 녀석과 같이 자 줄 여자를 찾아내야 하는 거죠.
[내 친구의 소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리 고상하거나 예의바르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병으로 죽어가는 15살 소년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그리는 것도 그렇고, 그런 상황에서 미성년자의 섹스 이야기를 그렇게 풀어가는 것도 그렇죠.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철저하게 논리적입니다. 섹스로 머리가 꽉 차 있을 15살짜리 남자애가 불치병으로 죽기 전에 이런 생각을 품는다고 탓할 수 있겠습니까.
영화는 이를 감상적으로 꾸미거나 미화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를 그립니다. 아직 머리가 채 굳지 않는 15살 남자아이들이 주인공인 섹스 코미디로 만든 거죠. 섹스 코미디라지만 정말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는 건 아닙니다. 그랬다면 좀 민망했겠죠. 하지만 섹스는 영화 내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꾸준히 농담과 드라마를 만들어냅니다. 가끔은 예정된 죽음이라는 우울한 소재와 충돌하기도 하기도 하고 가끔은 능글맞게 같이 어울리기도 하고요.
도발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정말 이 아이들의 기초적인 존엄성을 깨뜨리지 않고 영화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 없기 때문에 영화의 해결책은 예측하기 쉬운 편입니다. 보고 있으면 기왕 이럴 거, 왜 그렇게 돌아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죠. 영화는 이 뻔한 스토리의 약점을 영국 영화 특유의 사실주의로 대부분 커버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두 리버풀 출신 소년 배우들은 기가 막힙니다. 말하는 것에서부터 행동하는 것까지, 진짜 그 나이 또래 애들 같죠. 종종 연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10/12/28)
★★★
기타등등
로비 역의 조쉬 볼트는 이 영화 이후 곧 [노웨어 보이]에도 캐스팅되었습니다. 역시 리버풀 출신의 십대 소년이 주인공인 영화지요.
감독: Bruce Webb, 출연: Josh Bolt, Eugene Byrne, Bryony Seth, Liza Tarbuck, Neve McIntosh, Connor McIntyre, Beverley Eve
IMDb http://www.imdb.com/title/tt122087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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