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등산복을 구입하게 된 이야기라고 해야 맞겠네요.

 

이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제가 도보모임을 처음 나간게.. 벌써 7년전이네요.

집안에 힘든 일이 한시름 덜어지고 나 자신을 보듬을 시간이 필요했을 때였고 내게 딱!! 맞는 거다 싶어.. 바로 시작했지요.  

 

2008년 3월 여수 향일암 봄바다를 보고 섬진강 매화를 보는 길을 걸었지요..

첫 도보 치고는 1박 3일이라는 무리한 일정이었으나.. 남도의 이른 봄바람은 저를 완전 흔들어놓았지요.


각설하고..

그때까지 저는 등산도 싫어하고(지금도 뭐 그다지..) 야외 레져활동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니..등산복 따위가 있을리가...

그냥 청바지에 티셔츠 겹잠바입고 운동화 신고 걍 털레털레 걸었지만 아무 무리가 없었지요.. 날씨가 좋았으니...ㅎㅎㅎ

 

그렇게 첫정을 붙이고 모임에 자주 나가며 잘 걷다가..... 초여름의 어느날이었죠..

날이 더워지니.. 시원한 옷을 입어야 하잖아요..

얇은 얇은.. 땀이 잘 흡수되어야 한다고 면바지를 얇은 것으로 샀지요.

그리고 집에서 입던 반팔 흰티.. -물론 면- 와 살타면 안된다고 얇은 소재의 긴 남방도 하나(이것도 면..) 샀지요..

 

문제는 그날 초여름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거지요.

보슬보슬 내리던 것이 어느새 제법 굵어졌고...

옷차림이 그따위인데 우비가 있겠습니까.. 그냥 우산 받치고 걷는데..

바지로 물이 스미기 시작합니다..

제 바지는 면이예요.. 물흡수가 잘되는 면.. 쭉쭉 빨아올립니다...

발목근처가 젖었는가 싶더니.. 금방 정강이...무릎.. 허벅지.. 어느새 궁둥이를 넘봅니다...

젖어오른 바지는 어느새 내가 빨래를 입은건지 옷을 입은건지 알 수 없고

달라붙은 젖은 옷사이로 비추이는 적절하지 못한 몸매에...뒤에서 따라오는 분들이 수근대는 거 같고..

어디 산등성이 구릉을 올라가자니.. 젖은 바지가 안따라 올라와요.. 힘을 주어 다리를 당기면 얇은 면바지가 찢어질 기세.. ㅋㅋ

 

그렇다고 윗옷이 편안할 세냐..

마찬가지의 면 남방은 비에 젖어.. 몸에 달라붙으니 팔도 휘저을 수 없고.. 물론 달라붙은 옷사이로 드러나는 몸매는 나자신도 불편하기 그지 없으니.. 이를 어쩝니까..

 

비오는 습한 날씨에 밤사이에 면바지는 마르지 않았어요..

다음날도 젖은 옷을 입고 또 걸었어요.

그 이틀은 정말.. 아아~~~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등산복 매장으로 가서 세일인지 비세일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등산복 상하 한세트 맞춰 입었습니다...(다행히 하복이라 그리 비싸진 않았...) 

다음번 도보를 가자.. 전에는 제가 민망할까봐 미쳐 말도 못꺼내셨던 분들이 다들 입을 모아 옷 사길 잘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아 미리좀 말씀해주시지..

입어보니 정말 시원해...

땀 흡수도 발열 발수 너무 잘돼!

밤에 빨아 툴툴 털어넣으면 담날 아침에 다 말라있어!!  

아!!! 이거야 이거.. 이래서 등산복에 돈을 쓰는구나..

 

저는 그렇게 요새 나오는 리빙박스 한상자 분량의 등산복을 구비하고... 출근할때를 제외한 시간에 입을 수 있는 옷은 등산복밖에 없는 아줌마 패션으로 심각하도록 빠르게 정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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