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와 긴장감이 대단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어서 봤는지, 나올 땐 어깨가 뻐근하더라고요.
엄청난 사건이 하나 꽝 있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불길한 기운을 계속 안고 가니까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에게 극도로 순결과 복종을 강요하고, 무관심 속에 방치하고, 심지어 물리적 폭력과 성적 학대도 서슴지 않는데, 저에게 이 영화는 일종의 아동학대극 내지는 아동수난극이었습니다.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실상이 저러니, 아이들이 제 또래를 괴롭히고 아버지에게 증오를 보이고 어른을 불신할 수밖에 없지요.

 

이 마을의 끔찍한 비극 뒤에 클라라를 비롯한 저 아이들이 있을 거라는 의심이 점점 확신이 돼 가면서, 그 진상이 밝혀질까 긴장이 고조되던 중, 결국 의혹은 풀리지 않고 영화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어쩌면 그래서 더 섬뜩한 합창으로 끝나더군요. 1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함께.

 

어른들 사이에 만연해 가는 불신과 반목의 기운에 1차 대전의 징후가 있다면, 아이들에게서 불현듯 비치는 잔인한 모습에서 2차 대전의 징조가 보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튼, 과문한 저로선 140분 넘는 흑백영화가 지루하기는커녕 이렇게 염통을 쫄깃하게 해 준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나마 긴장을 늦출 수 있었던 선생과 유모의 연애담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어깨가 결렸을 것 같아요.

 

덧) 극장에서 다 내렸을 줄 알았는데, 고맙게도 씨네큐브랑 하이퍼텍 나다에서 다음 주까지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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