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4 19:29
일단 그림이 참 예쁩니다. 영상이 깔끔해요. 색보정을 장면장면에 어울리게 산뜻하고 화사하게 잘 했어요.
내용은 무슨 견우와 직녀처럼 1년에 딱 하루씩 만나는 얘기는 아니고요. 원 데이는 그냥 상징적인 의미같네요.
1년 동안 아예 안 만나는 해도 있고 몇날 며칠을 프랑스 여행가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영화가 전개도 빠르고 시간대별로 구성됐는데 지루하지 않아요.
포스터로 쓰인 후반부 키스 장면도 달콤하고요.
1년도 더 지난 영화가 뒤늦게 국내 개봉하는거라서 몇 관 잡지도 못할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극장에서 상영 회차를 넉넉하게 배당받았죠. 영화 보면 그럴만합니다. 노트북이나
이프 온리 같은 영화가 국내에서 짭짤했으니 이런 멜로물을 가지고 틈새시장을 노린듯한데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할만한 내용의 멜로물이었습니다. 캐릭터도 뻔하고 내용도 별다를것 없지만
감성적으로 먹혀드는 구석이 많고 배우들도 매력적이에요.
배우들이 배역을 잘 살렸네요.
앤 해서웨이는 아무래도 영국식 악센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출연한듯한데
먹귀라서 영국식 악센트를 잘 소화했는지, 마돈나처럼 어설프게 발음한건지는 모르겠어요.
암튼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머리스타일이 열번도 넘게 바뀌는데 그건 남자 주인공인 짐 스타게스도 마찬가지.
배경이 1989년부터 2011년까지이며 각 시기별로 머리스타일과 의상이 수시로 바뀝니다.
90년대 초반 묘사에서 남자 주인공이 면바지에 뽕 잔뜩 들어간 마이, 그리고 안에 흰티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 입고 뛰어오는 모습이 보이는데
영락없이 90년대 초반 남자들의 전형적인 '세련된' 복장 스타일이라서 예전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앤 헤서웨이가 맡은 역은 날라리 킹카를 남몰래 좋아하는, 미인은 아니지만 공부 잘 하고 남자들에게 인기 없는 전형적인 모범생 문학도
캐릭터라 배역 자체는 뻔합니다. 그런데 앤 해서웨이의 스타일과 옷맵시가 좋아서 그렇게 보이진 않고요. 배역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에요.
짐 스타게스는 배역이 배우를 살려줬고요. 얼마 전 관람한 업사이드 다운에선 그렇게 찌질하고 못나 보이고 매력도 없더니만
원데이에선 말끔하네요. 역시 배우는 꾸미기 나름인가 봅니다.
근데 짐 스타게스가 내한을 했네요. 클라우드 아틀라스 때문에 온 모양인데 우연찮게도 내한 시기와 원데이 국내 개봉 시점이 완벽하게 겹쳐진게 재밌네요.
무릎팍 녹화까지 했더라면 더 좋았을것을.
감상 보니까 좀 더 땡기는 부분이 있네요. 각 시대나 어떤 분위기를 대표하는 스타일이 전시되듯 죽 병렬배치되는거 좋아하는데.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