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21:27
- 202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보시다시피 원제는 이렇습니다.
제목 짓기의 어려움은 이해 하지만 '저주의 시작'은 영 별로에요. 왜냐면...
그만 좀 시작했으면 좋겠기 때문입니다. ㅋㅋㅋㅋ
- 암튼 대충 끔찍한 호러 이벤트 하나와 함께 시작합니다. 찰스 댄스가 나오길래 오오! 했는데 도입부에만 나오고 안 나와요. ㅋㅋ
암튼 그게 지나가고 나면 '마가렛'이라는 이름의 젊은 견습 수녀가 이탈리아에 도착해요. 미국의 카톨릭 보육 시설에서 자란 이 분은 이 곳에서 곧 정식 수녀가 될 예정인 것인데... 그러기 위해 찾아 온 수녀원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부적응 소녀 하나가 눈길을 끌고. 또 비밀스러운 방에 갇혀 있는 괴이한 삘의 임산부도 부담스러운 가운데 또 영문을 알 수 없게 괴상한 표정으로 헤헤 웃으며 신출귀몰하는 선배 수녀님도 하나 보이구요. 이렇게 정신 산란하고 심란해 죽겠는데 또 도입부의 신부 아저씨가 툭 튀어나와서 마가렛에게 해괴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부탁을 합니다. 그 수녀원에서 적그리스도 탄생을 위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으니 힘 좀 빌려 달라나요. 아니 대체 어쩌라고... 70년대의 이탈리아란 이리도 무서운 곳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마가렛 (견습) 수녀님. 트렌드에 맞게 이번 오멘은 여성이 주인공이구나! 했지요.)
- 어린 시절 오컬트 호러 영화... 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투 탑이 있었죠. '엑소시스트'와 '오멘'이요.
그 시절 제 주변에선 대충 투 탑 취급이었지만 나이를 조금 먹고 나서 둘이 비슷한 급으로 취급 받는 관계가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엑소시스트'가 부동의 원탑이고 '오멘'은 그냥저냥 재미나게 만든 영화 정도... 라는 평가더라구요. 그걸 알게 됐을 때 좀 섭섭했습니다. 왜냐면 전 '오멘'을 상당히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소설까지 찾아 읽었는데... 그것도 재밌긴 했지만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건 거기 나오는 기자 양반(아닐 수도? ㅋㅋ)이 자기 소변으로 거시기를 씻는 장면이었네요. 생각만 해도 역해서 말입니다(...)
암튼 그러다 작년에 두 영화의 오피셜 새 작품이 나란히 나왔죠. 이 영화와 '엑소시스트: 믿는 자' 였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엑소시스트 쪽은 그냥 망했고. 이 영화는 흥행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평가가 아주 좋았어요. 수십년만의 관계 역전!! 그래, 다시는 오멘을 무시하지 말라!!! 라고 생각하며 괜히 뿌듯해했... 습니다만. 보기는 이제사 보게 됐네요. '엑소시스트: 믿는 자'도 넷플릭스에 있지만 아직 안 봤어요. 이걸 보고 나니 그것도 봐야 하나 싶고...
(팬서비스 겸... 해서 원작의 유명 장면들을 새롭게 만들어 보여주는 호러씬들이 좀 있습니다. 이 짤만 해도 아주 유명한 장면이 떠오르죠.)
- 암튼 그래서 프리퀄입니다. 오리지널 영화의 적 그리스도 '데미안'의 탄생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고 또 아주 정직한 프리퀄이에요. 원작의 내용이나 설정을 해치는 것 하나 없이 그냥 정확하게 바톤을 넘기며 끝나거든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꽤 큰 핸디를 안고 시작합니다. 어차피 결말을 다 아는 이야기라는 게 그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적 그리스도 막는 이야기보다 적 그리스도 탄생의 이야기가 더 재밌을 리가 있나? 라는 거죠. 그렇잖아요. 결국 이 영화에는 끝까지 신적인 능력으로 사람들 죽여대는 사악한 어린이 같은 건 안 나옵니다. 그럼 대체 어떤 식으로 흥미를 끌려고? 라는 게 보기 전부터 참 궁금했어요. 영화의 평가까지 좋다니 더더욱이요. 그래서 그게 뭐였냐면...
(본의 아니게 빌 나이 아저씨 영화를 두 편 연속으로 보았습니다. 여전히 멋지시구요.)
- 임신 호러, 여성 수난극... 그러니까 결국 여성 영화입니다 이거. ㅋㅋㅋㅋㅋ
옛날 카톨릭, 수녀, 그리고 적 그리스도를 '임신'하는 여성. 이렇게 세 가지를 조합해서 머리를 굴려 보면 대충 떠오르는 그림이 있잖습니까. 영화를 보고 나서 이렇게 설명을 하니 되게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이지만 애초에 이걸 생각해낸 게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미안의 탄생 과정을 그린다는 영화 컨셉에도 딱 들어 맞고, 원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카톨릭 교회를 소재로 활용하기에도 더 이상 적절할 수가 없구요.
하지만 컨셉만 잘 잡았다고 자동으로 영화가 재밌어지는 건 아니겠죠. 먼저 말했듯이 적 그리스도의 탄생 과정을 적 그리스도에 맞서 싸우는 것만큼 재밌게 그려내야 한다는 짐을 지고 있는 이야기인데요. 자자한 호평대로 그것도 잘 해냈어요. 그건 또 어떻게 되냐면...
(사실은 그냥 넬 타이거 프리 패션 화보 영화입니다!)
- 그냥 정석적인 거죠 뭐. 주인공 마가렛의 캐릭터와 드라마가 아주 좋습니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를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그렇게 충분하게 여유를 두고 주인공 마가렛의 처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는데 그게 설득력이 있어요. 고아로 어려서부터 보육원에서 자랐고, 그마저도 적응을 잘 못해서 맨날 벌 받는 방에 갇혀 살다 나이 먹으면서 극복... 했다지만 여전히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구석이 있구요. 그렇게 보육원 안 세상만 보며 살다가 갑자기 말도 잘 안 통하는 낯선 땅에 와서, 처음 만나는 으르신들의 오묘하게 비호감스런 대접을 받으면서 일생을 바꿔 버릴 결정(정식 수녀!)을 해야 한단 말이죠. 굳이 적 그리스도나 오컬트 호러 요소 같은 게 출동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불안하고 무서운 일 투성이인 거죠.
그리고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넬 타이거 프리가 정말 완벽한 캐스팅이었어요. 사실 이 분의 연기는 애플 티비의 '서번트'에서 이미 보여줬던 것을 살짝 튜닝해서 다시 보여주는 것에 가깝습니다만, 그 시리즈에서 워낙 완벽했기 때문에 여기서도 아주 좋습니다. 그 시리즈를 보면 이 분이 청순하고 금욕적... 일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내 등에 식칼을 찔러 넣을 광인 같은 복합적 이미지가 있거든요. 여기서도 똑같은 재능(?)을 발휘하면서 시선을 잡아 끕니다. 참 걱정되고 불안불안한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이 놈이 막판에 좋은 쪽으로 갈지 흑화되어 난장을 부릴지 예측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래서 감정 이입도 되고, 동시에 긴장을 유지하면서 극의 흐름에 집중하게도 되구요.
(잘 되기를 바라는 젊은 여배우님들 중 한 분이십니다! 흥행은 망했다지만!! 영화 평도 좋고 연기도 잘 했으니까 뭐!!!)
- 또한 당연히도 이게 어쨌든 호러 영화니까요. 호러 장면들도 상당히 좋습니다.
뭔가 좀 일본 호러스러운 느낌이 있었어요. 별 거 아닌 장면에서 미묘하게 위화감이 드는 표정이나 몸짓 같은 걸로 사람 불쾌하게 만들고 또 긴장시키는 류 있잖습니까. 그걸 참 잘 하는 영화인데 또 배경이 70년대 낡은 수녀원이 배경이고 하니 호러의 효율이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더군요.
그리고 잊을만할 때마다 한 번씩 원작 오마주 호러 장면들이 나옵니다. ㅋㅋ 그래서 어이구 반갑구먼... 하는데 그게 또 세월의 흐름을 반영해서 꽤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어서 반갑기만 한 게 아니라 충분히 불쾌하고 무섭고 그렇습니다.
분위기 조성도 탁월하다고 생각했는데, 많이들 얘기하는대로 '악마의 씨'와 '서스피리아'를 섞어 놓은 듯한 그런 분위기랄까요.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카톨릭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본인들 까는 영화에 대체로 관대한 것 같기도 하구요? 정말 대놓고 까는데요. 그게 주제에 가깝습니다. ㅋㅋㅋ)
- 원작의 이야기를 대략이라도 기억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는 꼴을 보면서 금방 '아 반전이 있겠군' 이라고 짐작을 할 수밖에 없고 또 정말로 예상대로의 국면 전환이 후반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다 예측 가능해도 괜찮아요. 오히려 그 반전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기는 긴장감과 몰입감이 있고 그걸 정말로 그런 방향으로 잘 활용하거든요. 게다가 그 뻔한 반전을 이야기 끝에 넣어서 김 새게 하지 않습니다.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설명은 못 하겠지만 꽤 영리했어요. ㅋㅋ 그러니까 양쪽 방향으로 다 좋은 각본입니다. 주인공의 드라마와 주제 의식을 이 유명한 뻔할 뻔자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는 센스도 좋고, 그냥 흥미로운 호러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쪽으로도 잘 했구요.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여성 감독에다가 각본에도 직접 참여를 했군요. 장편 영화 감독으로는 이게 데뷔작인 듯 한데 앞날이 촉망되는 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대하겠어요.
(소재와 내용도 그렇지만 뭔가 분위기나 정서 같은 게 보는 내내 여성 감독일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래서 결론적으로, 영리하게 잘 만든 호러 무비였습니다.
재밌고, 무섭거나 불쾌한 느낌도 제대로 살아 있고, 유명 영화의 프리퀄이라지만 자신만의 스탠드 얼론 영화로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각본을 잘 짰구요. 그 와중에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 같은 부분도 아주 자연스럽게 잘 녹아 있습니다. 거기에 아직은 신예에 가까운 배우 넬 타이거 프리가 기가 막히도록 완벽하게 캐스팅 되어서 영화를 홀로 캐리하며 잠재력 뿜뿜 해주고 빌 나이나 소니아 브라가 같은 고참 배우들이 주변에서 충실하게 잘 받쳐 주고요.
난 호러가 싫어!! 안 볼 거야!!! 라는 분이 아니라면 대체로 평타 이상의 재미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수작이었어요. 즐겁게 잘 봤고 부디 속편도 나오길 빌어 봅니다. ㅋㅋ
+ 듀나님이 리뷰에서 '원작과 별개의 새 속편도 가능하다'고 적으셔서 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궁금해하며 보다가 막판에 껄껄 웃었습니다. 비웃음이 아니라 감탄의 웃음이었어요. 작가님 참으로 씽크빅이셨던 것... ㅋㅋ
++ 흥행으로 말하자면 순 제작비는 넘기고 홍보비까지 합한 것엔 많이 못 미치는 정도 성적이었습니다만. 알고 보니 원래는 디즈니플러스 컨텐츠로 기획되었던 거라네요. 결국 돈을 꽤 벌고 디즈니, 훌루에 들어갔으니 이 정도면 성공인 셈치고 속편 꼭 만들어 달라구요!!!
+++ 그래서 배경이 이탈리아지만 언어 쪽으론 현실성이 철판 깔고 무시됩니다. 주인공이 의사 소통 때문에 애 먹을 때만 이탈리아어가 나와요. ㅋㅋㅋ 저야 이거든 저거든 남의 나라 말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이탈리아 관객들은 이 영화 대체 왜 이러나...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고 주연 배우나 캐릭터가 맘에 드신 분들은 애플 티비의 '서번트'를 꼭 보세요. 듀게 문서 에디터에 궁서체 옵션이 없는 게 참 아쉽네요. 암튼 전 진지합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미국에서부터 마가렛을 데려온 건 미국에서의 은사 빌 나이 신부님입니다. 적응 못하고 방황하는 못된 양이었던 마가렛을 감화시켜주고, 수녀까지 시켜주려고 직접 데리고 오셨죠. 그렇게 도착한 수녀원에서 좀 까칠한 대접을 받고 쫄아 있는 마가렛을 같은 수녀 지망생 룸메이트가 달래주다 "기분 전환 삼아, 우리 일생의 마지막으로 화끈하게 한 번 놀아보자!"며 근방 클럽으로 데리고 가요. 그 곳에서 난생 처음 술도 마시고 취기가 올라 그 곳에서 부킹한 낯선 남자와 화끈한 춤을 추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자기 방 침대네요. 룸메이트가 데려와 줬대요.
그러고나서부턴 이제 마가렛은 수녀원의 왕따 소녀에게 꽂힙니다. 여기도 보육 시설을 운영하거든요. 그 중에 다른 어린애들보다 나이도 많고 성숙한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행동이 거친... 그 소녀를 보고 본인의 옛날 생각이 났기 때문이구요. 그래서 접근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 자꾸만 광인 같은 얼굴의 괴수녀가 나타나서 훼방을 놓네요.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광인 수녀님이 수녀원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와중에 건물 꼭대기층 발코니에서 목에는 밧줄을 묶고, 몸에는 불을 붙이고 뛰어내려 죽어요. 이걸 보고 기겁한 마가렛은 결국 며칠 전에 자신에게 접근해서 적 그리스도 운운하는 괴상한 얘길 들려줬던 신부를 찾아가죠. 그러자 그 신부는 참 잘 왔다며 수녀원의 비밀을 알려줘요. 사실 거긴 아주 근본주의적인 놈들이 장악한 곳인데, 세상이 바뀌어서 사람들이 교회를 찾지 않게 되자 위기 의식을 느끼고, 그들이 교회를 간절히 원하게 만들기 위해 적 그리스도를 만들어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네요. ㅋㅋㅋ 암튼 마가렛에게 원하는 건 그 곳 비밀의 창고에 숨겨진 적 그리스도 제조(...) 증거 서류를 찾아와 달라는 것. 공론화를 시켜서 막아내겠다는 생각이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녀원 사람들을 못 믿게 되니 마가렛은 멘탈이 나가 성장 과정 때와 같은 기괴한 환각에 시달리게 되구요. 그 와중에 수녀원의 왕따 소녀가 적 그리스도를 출산하기 위해 인간이 자칼과 교미해서 만들어진 '그릇'이라는 얘길 듣고 더 심란해져서 여기저기 들이 받다가 정식 수녀 예식을 보류 당하고 맙니다. 근데 이건 별 큰 일도 아니죠. 그날 밤에 집에 가다가 며칠 전에 놀았던 클럽남을 우연히 마주쳤는데, 이 인간이 마가렛을 보자마자 미친 듯이 도망치다가 갑자기 달려온 트럭에 치여 몸이 상하로 분리된 채 죽었거든요(...)
결국 본인은 망하고 친구만 정식 수녀 예식을 치르게 되는데, 그 틈을 타서 원장 수녀 방을 뒤져 비밀의 방을 찾아낸 마가렛. 거기엔 정말로 이 수녀원에서 치러진 생체 실험 기록들이 있었고. 그 서류와 함께 왕따 소녀를 데리고 도망치려던 마가렛은 붙들려서 독방에 기약 없이 갇힙니다.
근데 짠! 하고 같은 편인 줄도 몰랐던 젊은 신부에게 구출되어 부랴부랴 제보 신부님을 만나는데요. 그 곳에 모여 앉아서 들고 간 서류를 짜맞추며 검증하던 마가렛은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 적그리스도를 잉태하기 위한 그릇은 왕따 소녀 말고 한 명이 더 있었어요. 그리고 그게 누구겠습니까. ㅋㅋㅋ
그렇게 충격을 받는 순간 과거의 기억도 돌아오네요. 클럽 갔던 날 말이죠. 그 날 사실 자기는 술인지 약인지에 취해 이상한 장소로 끌려갔고, 아주 수상한 차림새를 한 여러 사람들 앞에 눕혀진 채 괴물 같은 존재에게 성폭행을 당했어요. 그러니까 이미 자신의 뱃속에 악마의 씨앗이 들어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를 챙겨준 줄 알았던 룸메이트는 애초에 저쪽 편 사람으로 그 장소에 함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일단 뭐가 됐든 뱃속의 아기부터 (악마의 씨앗님이라 그런지 고작 며칠만에 배가 부풀었습니다!) 지우고 보자고 결심한 마가렛은 신부와 동료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 사고 어택! 을 당한 후 수녀원으로 끌려가 결박, 마취 당하고 결국 아기를 낳고야 맙니다. ㅠㅜ 근데... 이게 쌍둥이네요? 그것도 남, 녀 이란성 쌍둥이입니다. 하하. 이제 속편 거리는 준비가 됐구요.
이미 애는 낳아 버렸지만 자기 몸을 갖고 이렇게 장난 쳐대는 교회 놈들이 괘씸해서라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마가렛은 "내 아기니까 안아보게 해줘요." 라고 부탁해서 결박을 풀고는 아기를 데리고 온 빌 나이 신부님의 목을 메스로 그어 버리구요. 아기를 내놓으라며 다가오는 소냐 브라가 수녀님에게 "다가오면 이 아기를 죽여버리겠다!"고 어르다가... 타이밍 좋게 순수한 아기 울음을 터뜨린 아들놈 때문에 잠시 방심하고, 그때 룸메이트에게 칼 맞고 쓰러져요. 그러자 소냐 수녀님은 남자 아기만 데리고 나가자, 여긴 불 질러서 다 태워 버려. 이러고서 퇴장하시는데요. 그렇게 마가렛이 세상을 떠나려는 순간 우리의 왕따 소녀가 달려와 마가렛을 구하고, 필요가 없어서 남겨진 마가렛의 딸도 줍줍해서 수녀원을 탈출합니다.
남은 건 에필로그인데요. 첫 번째 것은 당연히 우리의 사악한 무리들이 미국 대사 로버트 손에게 이 악마의 자식을 입양시키려는 장면입니다. 이때 그레고리 펙 아저씨는 사진으로 특별 출연을 해 주시네요. 두 번째 것은 외딴 곳 오두막에서 단란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 여자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잠시 후 제보 신부님이 나타나고, "그들이 너희가 살아 있다는 걸 알아냈다. 조심해."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요. 속편을 기대하시라!! (제발!!!!)
2024.06.02 22:30
2024.06.04 01:40
'휴, 무서울 뻔했어요.' 라는 말씀에 웃었습니다. ㅋㅋㅋㅋ 호러를 조금 사랑해주시죠!! 하하 농담이구요.
고지라는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전 아주 재밌게 봤지만 thoma님 취향은 아닐 것 같아서...
2024.06.02 23:33
확실히 완성도는 엑소시스트가 높긴 한데, 첫 관람의 재미는 오멘 쪽이 높았습니다. 엑소시스트는 원조가 압도적으로 뛰어나고 나머지는 곁다리나 이름값 깎는 속편 취급이지만, 오멘은 의외로 시리즈 전부 평타는 쳤던 느낌이라 (비디오 영화였던 오멘 4편 조차도 미드 V에서 줄리엣 배우의 열연 때문에 나름 볼만했던 기억이라) 이런 점도 비교할 만한 차이점이 아닌가 싶고요. 도중에 언급하신 기자가 자신의 손에 소변을 받아 국부를 세척하는 장면의 묘사는 국내에 나돌았던 사루비아 문고판 오멘 소설에서도 언급되지요. 역으로 (몇번을 본 영화지만) 영화판에선 그 장면이 나왔던가 가물가물하네요. 엑소시스트는 튜블라벨, 오멘은 아베 사타니~ 음악은 양 쪽 다 기억에 남았는데…
2024.06.04 02:01
그렇죠? '오멘'을 재밌게 봐도 되는 거죠? ㅋㅋㅋ
사실 1편을 많이 좋아하지만 속편들은 하나도 안 봤어요. 그나마도 3편까진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었는데 4편도 있었군요. 검색해서 짤로 모든 이야기를 다 설명해주는 블로그 포스팅을 읽고 나니 생각보다 안 재미 없을 것 같기도 하구요. 하하.
영화판에선 그 장면은 안 나왔던 것 같아요. 굳이 넣을 이유가 없는 장면이기도 하구요. 사실 지금도 그런 장면이 이 이야기에 왜 들어가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작가님의 관심사였던 건가(...)
2024.06.03 09:45
2024.06.04 02:03
제가 읽었던 버전에도 영화 사진들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도 오래 전에 읽은지라 확실하진 않네요. 확실한 건 제가 그걸 국민학생 때 읽었다는 건데 정말 어린이들이 대책 없이 아무 거나 막 읽는 세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 지금 제 아들한테 그거 읽힐 수 있냐고 하면 글쎄요...
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는 마시고 그냥 부담 없이 한 번 보시길. 알차게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2024.06.03 11:28
VOD 나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해야지 하다보니 곧바로 디플에 올라오더군요.. 하마터면 사서 볼뻔했지 뭡니까...!!ㅎㅎㅎㅎ
영화산업 보호를 위해 OTT 출시 너무 빨리 되는 걸 막는다 어쩐다 하더니 어째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ㅎ
여튼 이번 프리퀄은 오히려 1편보다도 재밌게 봤습니다.
본문에서 말씀하셨다시피 여성영화를 방향으로 잡은 점이 제일 인상적이었고요.
결국엔 망한 프렌타이즈가 된 할로윈 리퀄도 그나마 훌륭했던 2018년 작품만 보면 여성 캐릭터들 중심 영화로 변화를 시도한 부분이 제일 눈에 띄었는데
오멘도 76년작 1편의 경우 아기를 바꿔치기 당한 뒤에 온갖 수난을 겪었던 데미안의 새어머니는 철저하게 주변 캐릭터로 배제된 데에 반해 아버지나 기타 남성들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도였죠.
임신과 출산이 메인 플롯인 프리퀄은 당연히 여성이 중심에 들어올 수밖에 없긴 했지만 전반적인 과정과 결말을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들 중심의 이야기로 녹여내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1편과 달리 빌런이나 조역, 희생자 외에 오히려 중요 남성 캐릭터가 없었죠.
역시나 감독님도 여자분이고, 심지어 이번이 첫 장편영화던데.. 미래가 엄청 기대됩니다.
다만 하나 아쉬운 부분이 흥행성적이긴 하지만..
월드와이드 개봉성적으로는 손익분기를 꽤 넘긴 듯 하니
후속편을 기대해봐도 좋....겠죠?? (희망회로)
원래 OTT용으로 기획된 영화라는 건 로이배티님 글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만약 Hulu에서만 공개되었더라면 프레데터 프리퀄 "프레이"와 함께 Hulu가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프리퀄을 기깔나게 뽑아내는 맛집으로 통할 수도 있었겠네요ㅎㅎ
2024.06.04 02:07
애초에 디즈니 플러스(&훌루)용이었던 영화라고 하더라구요. 폴라포님께서 지르셨어야 디즈니도 돈 벌고 폴라포님 징크스도 이어갈 수 있었는데요!! ㅋㅋㅋ
맞아요 원작은 신부랑 기자랑 그레고리 펙이 중심이었죠. 중요한 여성 캐릭터라면 그 지옥에서 오신 유모님 정도인데 그래도 그 분이 워낙 임팩트가 강해서 다행이었구요.
저도 속편이 꼭 보고 싶어서 검색을 해 보니 아직까지 컨펌된 건 없다고 하네요. ㅠㅜ 그래도 이게 제작비 많이 들여야 할 영화도 아닌데, 그렇게 확고하게 속편을 암시하며 끝냈으니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말씀 때문에 생각이 난 건데요. 디즈니 플러스에 원래 '호러' 카테고리가 없었는데 작년인가에 생겼더라구요. 사실 그 전엔 호러에 속하는 영화가 너무 없어서 카테고리가 필요 없기도 했지만, 호러 팬으로선 많이 아쉽다가 카테고리 생긴 걸 보고 반가워했죠. 이제 '카테고리' 값 할 수 있게 디즈니도 호러를 열심히 만들어 줬음 좋겠습니다!
2024.06.03 14:32
2024.06.04 02:08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막 화끈하게 뭔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타이밍이 좀 늦긴 하죠. 천천히 고급진 느낌으로 분위기 잡으며 가길래 설마 이것도 A24 영화니...? 했는데 그건 아니더라구요. ㅋㅋ
2024.06.03 17:01
오멘의 프리퀄을 만드는데 가장 말이 되는(?) 이야기를 구상해니까 자연스럽게 언급하신대로 많이 비교되는 악마의 씨 + 서스페리아가 나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어울려요. 말씀대로 그런 컨셉만 제대로 잡은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작품으로도 탄탄하면서 오리지널의 바로 직전 이야기로써의 기능까지 완벽하게 수행하는 참 모범적인 프리퀄이었습니다.
바로 이어서 봐야할 것 같은 압박감(?)에 오리지널도 오랜만에 감상했는데 여전히 오싹하더군요. 데미안 아역 캐스팅도 너무 잘했고 그레고리 펙의 명연기에 특히 지옥에서 온 유모 베이록 부인이 정말 소름끼치네요. 저는 이번 프리퀄에서 나온 모 캐릭터가 바로 원작의 베이록 부인이 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검색해보니 확실하게 컨펌이 안되네요.
넬 타이거 프리는 왕좌의 게임에서 잠깐 나왔다가 퇴장해서 연기력을 뭔가 보여줄만한 역할이 아니었는데 출연한 에피소드 방영 직후 "저 이쁜 여배우는 누구냐?" 하며 잠깐 화제가 됐었죠. 이 작품에서의 열연을 보고나니 전에 배티님 리뷰글 보고도 미뤄놨던 서번트를 드디어 보긴 봐야하나 싶습니다. 나름 샤말란 팬으로서의 죄책감(?)을 느끼면서... 소니아 브라가 배우님도 참 반가운데 무서우셨고 빌 나이는 '리빙' 바로 다음에 이걸 보셨으니 아주 이미지가 극과극이었네요. ㅋㅋ 평소의 그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이렇게 활용하니 막판에 소름이 많이 끼쳤어요.
후반부에 나오는 주인공의 접신(?)하는 듯한 연기를 보면서 '포제션'의 그 전설적인 이자벨 아자니의 연기가 잠깐 떠올랐는데 제작정보를 찾아보다보니 감독님이 실제로 거기서도 영감을 받아서 만든 씬이라고 하더군요. 넬 타이거 프리도 그렇고 감독님도 앞으로 커리어가 크게 기대됩니다. 마블 영화 스타일의 쿠키영상을 보고나니 이 방향의 속편으로 새롭게 프랜차이즈를 이어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2024.06.04 02:12
그렇죠. 사실 가장 맘에 들었던 게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프리퀄이지만 그냥 독립적인 영화로도 흠 없이 성립 가능하다는 거요. 무슨무슨 유니버스니 시리즈니 하는 식으로 나오는 영화들이 하도 많아서... ㅋㅋ
오리지널을 제가 몇 년 전부터 다시 보고 싶어했는데 나아중에 나온 리메이크(인지 리부트인지)만 나오고 원판은 안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포기했다가 이 말씀 듣고 검색해보니 이제 저작권이 만료됐는지 유튜브에 있군요.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하하.
서번트는 호러인 듯 스릴러인 듯 못 돼먹은 코미디인 듯... 오묘한 시리즈인데 그래도 보는 내내 흥미는 잘 자극해 주고 엔딩도 깔끔하게 잘 맺은 편입니다. 아주 강추까진 아니어도 적당히 소심하게 추천해 드려요. ㅋㅋㅋ
아마도 새롭게 이어 가려고 만든 엔딩이었겠죠. 원작 신경 안 쓰고 독립적인 이야기로 충분히 뻗어 나갈 수 있는 설정을 던져 놓고 끝냈는데... 제발 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ㅋㅋ 이 정도 퀄로 만든 영화가 흥행이 잘 안 됐다니 너무 슬퍼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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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시작' ㅋㅋ, 참 부지런하시기도 합니다.
이 영화 듀게에서 들은 거 같아 좀 전에 틀었거든요. 수녀가 허름한 자기 방에서 잠옷 입고 있는 장면까지 보다가 아니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지, 깜짝 놀라서 중단했습니다. 휴, 무서울 뻔했어요. 호러 아주 가끔 시도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제 상태가 안 좋으니 넷플에 올라온 고질라나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