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이 정은임의 영화음악 팟캐스트를 들었습니다.

프로젝트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입사 이래 제일 널널해진 덕분이기도 하고, 요즘 듣는 노래들이 다 시시해지기도 해서요.

게시판에 올라온 정은임 아나운서의 글을 보고 팟캐스트 정보를 찾았더니 날짜별로 정리해놓은 곳이 있더라고요.

해당 방송일의 제목까지 친절히 정리해놓으신 덕분에 어느 심심하고 지루해 머리가 다 지끈거리던 날 재미있어 보이는 제목을 고르기 시작했죠.

페이지가 넘어가다가 딱 멈춘 게 '리버 피닉스 추모 특집'이라는 제목을 보고서였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가 리버 피닉스의 팬이셨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저도 어렸을 적 리버 피닉스를 참 좋아했었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의 영향을 받았었는지 잠시 생각해 봤는데 그건 아니었네요.

다만, KINO에서 정은임 아나운서 인터뷰 기사를 보고 '허공에의 질주'는 꼭 봐야겠다 결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라(연륜 나옵니...), 영화는 극장이나 비디오 대여점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어요.

나름대로 열악한 상황에서 구할 수 있는 리버 피닉스 작품은 다 보려고 노력했었죠.

그 때 본 영화들이 모스키토 코스트(The Mosquito Coast), 리틀 니키타(Little Nikita), 바람둥이 길들이기(I Love You to Death),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하룻밤(Dogfight) 같은 작품이에요.

Dogfight를 제외하고 앞의 작품들은 그가 살아있을 때 본 것 같아요.

아님 허공에의 질주를 본 후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고요.

 

왜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가족 모두가 외출해서 집에 아무도 없는 날이었죠.

넓은 마루를 혼자 차지하고 시험이 끝난 어느 날 '허공에의 질주'를 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떤 감정선을 느끼며 영화를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울먹이며 자전거를 타는 리버 피닉스를 보며 엉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요.  

그 전에, 그것도 혼자 그렇게 울어본 기억이 없어서 아, 나도 이렇게 울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렇게 엉엉 울음이 나왔던 건 영화 자체가 주는 힘도 있었지만 리버 피닉스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그 때서야 실감이 나서인 것도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콜리드 러브(The Thing Called Love)를 포함한 이후의 작품은 보게 되지 않아요.

그의 유작도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보게 되겠지요.

 

여러분의 리버 피닉스 최고의 작품은 무엇인가요?

 

 

(이유는 모르겠고 저에게 너무나 친숙한 리버 피닉스 이미지입니다. 인화된 사진을 샀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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