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8 09:53
다른 게시판들 사이에서도 특히 노화된 듀게를 보고 있자면 커뮤니티의 본질이라는 게 더 두드러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 덜 늙고 활성화되어있는 커뮤니티들의 경우에는 다수의 합의와 그에 따른 제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그게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커뮤니티가 노화될 수록 "공동 (commun)"으로서의 개념이 더 흐려진달까요. 개인화되고, 파편화되고, 다수의 반응이 결집되는 반응이나 상호교류는 적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커뮤니티는 사람들은 모여있지만 그 사람들끼리는 별 관계를 갖지 않는 굉장히 희미한 사회성이 유지되면서 커뮤니티는 게토화됩니다. 커뮤니티가 무책임한 공간이 되는 거죠. 유동닉들이 판치는 디시인사이드의 수많은 마이너 갤러리들이 그러하듯이요.
다수의 타인과 조응할 수는 있으나 그 타인들에게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어진 공간 속에서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 같진 않습니다. 책임은 축소되고 자유는 한없이 커지는 그런 공간에서 사회성이라는 게 퇴화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사실 인간 대 인간의 교류라는 것은 언제나 그 자유의 범위가 협소하고 또 긴장이 연속되는 상황일테니까요. 하고 싶은 말과 그 어투와 정치적, 개인적 성향에 따라 결국 무시하거나 단절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자신 외의 모든 사람을 그렇게만 여긴다면... 규칙에 위반되지는 않는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건 내 자유다... 법으로 명시되지 않으면 무한한 자유를 혼자 부여받고 만다는 점에서 커뮤니티는 "거의 무법지대"의 환상만을 안겨주고 맙니다. 그렇게 타인들을 무시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모든 타인들을 그렇게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그 작은 자유에 취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다는 점에서 커뮤니티는 몰이해의 악순환을 이뤄낼 뿐입니다.
오랜만에 폰은정 짤방을 한번 찾아봤습니다. 아무리 유동닉들이 판치는 디시인사이드라도, 최소한의 언어 규칙과 사람들 사이에 일단 전제되는 소통의 형식은 존재한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고 있죠. 폰은정이라고 혼자 망상을 했으면서도 그걸 실제 이름인 것처럼 말하는 게 무슨 규칙위반이겠습니까? 그런 망상을 진짜인것처럼 말하는 것도 저 사람의 자유이겠지요. 그렇다면 타인에게 최소한의 규칙을 기대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메타인지가 부숴진 사람들은 늘 "자신의 자유"를 강조합니다. 뒤집어 말해서 타인을 배제하거나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죠. 그렇게 얻은 자유가 얼마나 고귀하고 건강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이 참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생각도 하게 됩니다. 혼자인 게 좋을 것 같지만 결국 대화상대가 필요해서 커뮤니티에 들어오고 자동적으로 조회수를 확보하면서 반응을 기다리는 거니까요. (진짜로 혼자인 게 좋고 말할 자유가 절대적이면 개인 sns를 하면 될 일이죠) 유감스럽게도 이 온라인 공간은 오프라인과 별도로 구분된 공간이 아니라 오프라인을 바탕으로 부속된 세계입니다. 오프라인의 세계에서 날아오는 청구서를 온라인 공간에 버릴 수는 있겠지만 그 빚이 그렇게 갚아질지는 모르겠군요...
2023.06.08 11:05
2023.06.08 11:34
오프라인에 부속된 세계라는 말을 무슨 정모나 만남을 이야기한다고 오해하신 건가요? 오프라인의 세계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부모상을 당한 다음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이 불가능하듯이, 자기 몸과 사회가 근본적으로 작동하는 세계가 먼저 존재하고 그 다음에 온라인 세계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하루에 야근 포함해서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는 사람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할 시간적 여유가 아예 없지 않겠습니까?
2023.06.08 11:49
아,,, 그런 의미였군요...^^
모두 각자가 자기의 오프라인에서도 행복한 생활이 되기를 바랍니다.
실제가 있으니까 가상도 있는 거겠죠...,,,지만,,,,이건 너무나 당연한 팩트죠.
본문에서 말씀하시려는 내용이 무엇.......?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중용을 하자,,,,이렇게 이해하려고 하는데요...
2023.06.08 12:01
제가 오프만남을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하자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아셨으니까 편하실대로 이해하시면 되겠죠...
2023.06.08 12:52
온라인 커뮤니티를 잘 이해하고 걱정하시는 분의 멘트가 참 다정하네요.
2023.06.08 13:31
오해를 푸셨다면 글을 읽는 사람 뜻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을 왜 그렇게 받아들이시나요?
2023.06.08 14:28
제 댓글도 칭찬 그대로 받아주시죠?
2023.06.08 14:38
이해를 못하시는 부분에 대해 설명을 따로 해드리고, 나머지 부분은 편하실 대로 이해하시면 된다고 했더니 이런 비아냥이 돌아오는군요. 제 글을 완성시켜주는 댓글을 달아주신 것에 대해 참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2023.06.08 12:41
오프라인에서조차 타인과의 호응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욕구는 있지만 스킬이 부족한 경우죠.
예전에 한 뇌과학자가 온라인의 부작용에 대해서 얘기한 것이 있는데 상호 호응 능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온라인은 대부분 문자화되어 소통하는데 비해 오프라인은 약간의 찡그림. 시선, 손짓 하나에도 굉장히 많은 발화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회성이라는게 퇴하할 수 밖에 없는 인프라에요.
2023.06.08 12:45
2023.06.08 12:53
위의 가봄님, 그리고 소니님의 말씀에 백번 공감하고 있습니다.
2023.06.08 14:52
/Sonny님
얼굴을 보지 않고,,,,눈코입귀, 외양을 감각.....이런 것 없이 하는 소통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도 Sonny도 자신은 예외라 생각하지 말고 자신에게 적용되는 시간이 되면 좋겠네요...
(이런 댓글 타래들이 어제 댓글로 난리였던 분들의 부끄럼움이 다소나마 해소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이 본문에 대한 더 이상의 댓글은 없습니다.
이제 Sonny님 차례니 공격을 받기만 하겠습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누구나 자유는 많고 책임은 적은 것을 선호하죠..^^
노화된.....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옳으냐 그르냐와는 별개로요)
어쩜 말씀하시는 노화라는 의미를 제가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결국은, 각자가 책임의식을 갖자,,,젠틀하자,,,,,이런 의미의 말씀이신 것 같아요.
그리고, 오프라인을 바탕으로 부속된 세계라는 말도 이해가 안되네요.
부속되지 않으려고 온라인에 들어오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이것이 크게 작용할 수도 있구요 ........
오프가 먼저 있고 그것을 원할히 하기 위해 카페형식으로 존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