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제가 일하는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이 하나 있습니다. 한 빌딩에 입주자를 위한 거주공간도 있고 사무실도 있고 1층엔 여행사, 부동산, 카페, 지하엔 식당들이 있는 오피스 타운의 흔한 건물 중 하나죠. 어느날 1층 화장실 옆 작은 공간에 야채가게가 생겼더라구요. 건물내에서의 위치도 안좋고 외부에서 그런 가게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장소도 협소해서 장사가 안되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었고, 실제로 대부분 몇개월 못버티고 나갔죠. 가장 최근에 있던게 손뜨개 가게였는데 역시 1년을 못버텼었죠.

처음 야채가게가 생겼을 때 지나가면서 보기엔 그냥 야채 주스 등을 만들어 파는 카페 정도로 보여서 여기도 곧 짐싸고 나가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죠. 누가 이런데에 야채주스를 사먹으러 오겠다고 생각하겠어요. 오픈한지 며칠 지난 어느 날 갓 만든 야채주스를 시음하길 권하길래 가봤더니 카페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야채들을 파는 야채 가게였던걸 알았습니다. 가게 주인이 벨기에에서 온 예쁜 여성분이었는데 이런 건물에서 생소한 야채들을 파는게 아주 신기했습니다. 한국말도 곧잘 하시더라구요.

파는 야채들을 구경해보니 펜넬, 엔다이브, 서양가지, 아스파라거스, 오크라, 주키니, 페티펜, 바질, 아티초크 등이 있는데, 요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만 보던 야채들을 보니 반가워서 엔다이브랑 바질을 샀죠. 생바질을 구하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죠. 파스타 만들고 마지막에 생바질만 넣어줘도 풍미가 한결 좋아지거든요. 엔다이브도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 좋은 야채구요. 호박의 일종인 페티펜도 서비스로 몇 개 주더군요. 나머지 야채들은 저도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지 몰라서 구경만 했죠. 펜넬이나 아티초크 등의 야채는 수확기간 때문에 현재는 안팔고 있는거 같던데 홈페이지를 보니 펜넬과 샐러리악은 11월부터 다시 생산한다고 하네요. 야채 뿐만 아니아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야채와 신선한 바질을 갈아서 만든 야채주스라던지 직접 만든 키슈, 샐러드 등도 있는데 키슈는 한 번 사먹어봐야겠어요.

이런 곳에서 유럽식 야채를 파는게 특이하게 생각돼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봤죠. 한국에서 한국 야채로 벨기에 음식을 해먹어봤는데 그 맛이 도저히 안나서 유럽산 야채를 구하려고 수소문을 하다가 강원도 홍천에서 어떤 농부가 몇 가지 유럽산 채소를 재배하는 것을 알고 직거래 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은 주말에만 임시로 여관 한귀퉁이에서 가게를 열고 판매를 하다가 인터넷 판매도 개시하고 이번 달에 제가 일하는 건물에 정식으로 가게를 오픈하게 된거죠. 홈페이지를 가보니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안보이는 토끼고기까지 팔고 있더라구요. 토끼고기 역시 다른 농가와 직거래 계약을 해서 파는 모양입니다. 가게와 홈페이지는 한국인 남자친구 분과 같이 운영하시는 모양이던데 한국에 와서 참 멋진 삶을 살고 계시는 분 같더군요.

광고성 글이 될까봐 조심스러운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피스 타운 건물에 이런 야채가게가 생긴 것도 신기하고 가게의 이력도 독특해서 한 번 듀게에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채소들을 구하고 싶으셨던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거 같기도 하고요. 저도 앞으로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네요. 장사가 잘 돼서 꾸준히 영업했으면 하는 저의 바람도 있고요. 가게에 대한 정보는 아래 주인장의 소개영상으로 대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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