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8 15:40
바로 윤제균감독.
솔직히 2000년 초중반 이 양반 만큼 미워했던 감독도 드물겁니다.
당시 유행했던 소위 나까영화들 (주로 방송쪽 프로덕션에서 제작했던 쌈마이 장르영화들) 범람의 주범이라 생각했었죠.
홍콩영화판을 쌈마이판으로 만들었던 왕정만큼 짜증났던 인물입니다.
헌데 영화판에서 붐맨하던 선배가 현장 얘기만 나오면 늘 윤제균 감독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더군요.
자기가 작품성으로 탑급으로 인정받는 여느 감독보다도 정말 감독, 제작자로 뛰어난 사람이라고
그 사람 만큼 일잘하고 현장 통솔 잘하고 현장 사람들 잘 챙기는 사람 못봤다고 하더군요.
그때만 해도 오~ 의왼데?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사람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영화판에 처음 도입하고 잦은 야간촬영등 현장이 무리하게 돌아가는 걸
막고 누구보다 스탭들의 처우개선에 앞장선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는 완전히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지간한 판떼기 큰 작품들은 거진 근로계약서 작성에 무리한 촬영요구 이런 관행도 많이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표준근로계약서가 도입되기 이전의 한국영화판은 산업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한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응당 정당히 지불해야할 보수와 지켜져야할 계약기간은 늘 이빨, 술, 밥 이런것들로 입닦기하고 대충 쇼부치고 떼먹고 뭐 그런 곳이었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뭐 당연한 걸 지키는게 칭찬할 일인가? 라는 의문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그전까지 그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않고 있었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겠죠?
아, 나중에 보니 그래도 윤제균의 연출작들이 당시 나까영화들중에서는 가장 나은 퀄리티였다는것도 중요한 점이네요.
2019.05.28 18:20
2019.05.28 20:35
2019.05.28 23:39
그의 영화와 글에 써주신 품성과 공헌을 관통해서 보면 철저한 자본주의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좋은 쪽으로요.
이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들어 이즘이 지배하는 세상은 좀 지겹고 많이 역겹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훨씬 좋은 거 같아요.
2019.05.29 00:19
노동에 대하여 돈계산 정확히 하는게 무슨 친자본주의? 무슨 돈이 지배하는 세상?
돈 계산 정확히 하라고 요구하는건 늘 노동자의 몫이었고 착한 자본가의 친절 따위가 아니었어요.
사용자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정확히 지불하는건 친자본주의가 아니라 부기우기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제대로 된)기업가 정신의 발로라 볼 여지가 있어요.
한국영화판에서 영화스태프 노조는 이미 80년대 말부터 고민이 시작되어 90년대 초반부터 그 맹아가 있어 왔어여.
표준근로계약서라는게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서 착한 감독들이 주서들고 실현시킨게 아니라는 겁니다.
한편, 사람들이 자주 자본가와 기업가를 혼동하고는 하는데.... 영어권에서는 후자를 특히 businessman 보다는 enterpriser 라고 부릅니다.
기업가정신이라고 하면 entrepreneurship 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어요. 거래의 법칙이란 장사꾼과 장사꾼 사이에만 있는게 아니라
노동자와 사용자간에도 마찬가지 , 노동자 입장에서 좋은 거래 형태를 보이는 기업가와 우선 거래를 하려는게 당연한것이고
제대로된 기업가라면 충분한 노동력을 얻기 위해 좋은 거래 조건을 제시하고 책임지고 실행해야죠.
반면 돈이 지배하는 세상은 이미 우리가 지긋지긋하게 통과해 왔어요. 한국의 경우에는 최근까지도 신자유주의 체제였는걸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는 영화스태프 노조의 오랜 노력과 그 결실은 사실 이즘과 관계가 없긴 해요.
그건 모든 현장의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도 매한가지죠. 그냥 정당한 대가를 얻기 위한 노력, 돈계산 정확히 하자는 당연한 요구
차라리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노동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한다면 뭔가 근사한 맛이라도 있지요.
2019.05.29 18:46
네네 그렇군요.. 정말 좋은 말씀이세요. 동의합니다. 물론 읽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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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처음부터 예술계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일반기업쪽에서 넘어온 사람이라 그런 사고방식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