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친구분이 다녀가셨습니다. 고향 친구분이신데, 서울에 사신다네요. 아빠도 인물 좋지만(저는... 저 낳을때 신이 휴가라도 갔나 봅니다.) 친구분도 인물 좋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빠가 친구분 오시니까 앉으셔서 계속 웃으세요. 무척이나 반가우셨나 봐요. 그러다가, 친구분께서.


-내가 성남이한테 빚이 많지... 내가 아무것도 모를때, 성남이가 결혼식도 다 해주고 나 힘들때 많이 도와줬었지. 잊을 수가 없어.


이 말씀을 하시니까 이번엔 아빠가 막 우세요. 뭐가 그리 서러운지 계속 우세요. 친구분도 같이 우시면서 빨리 나아라. 다시 제주도 가서 회도 먹고 불고기에 막걸리도 먹고 하자.(불고기에 막걸리?;;;) 하시니까 더 우십니다.


아빠 친구분은 빈손으로 오셔서 죄송하시다면서 주머니에서 서류 하나를 꺼냈습니다. 정신없이 오느라 빈손이었다고, 원무과 들렸다고 하면서요. 서류를 받아 보니, 입원비 영수증이었어요. 엄마와 저는 깜짝 놀라서 왜 이러셨냐며 당장 환불하겠다고 했습니다. 친구분께선 웃으시면서 그러지 말고, 다 낫거들랑 비싼 회나 제주도 가서 사달라고 하십니다. 나이 많으신 어른들의 친구관계란 가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는 때가 있어요.


친구분이 돌아가시고, 점심을 먹여드리는데 자꾸 안 먹으시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빠. 예전에 아빠가 나한테 그랬지. 세상 일이 다 너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고. 이것도 마찬가지니까 좀 먹어. 이런게 리메이크지.ㅋㅋ


했는데 아빠가 또 막 우세요. 정신이 좀 돌아오시니까 그동안 말 못하고 듣기만 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늘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나 봅니다. 엄마도 울고 아빠도 우는데, 저는 울 수도 없고(제가 개념이 없어서 눈물도 안났지만)해서 어깨나 통닭거렸습니다. 분위기가 이거 완전 개막장이네. 너무 울면 밥맛 없으니까 티비 채널을 돌려보니 무릎팍 조영남편이 재방송 하더군요. 제가 가끔 아빠 밥 먹여드릴때, 좀 신나라고 노랠 불러드립니다.


조영남씨가 딜라일라를 부르니까, 제가 같이 따라 크게 불러댔죠. 그러자 아빠가 절 지그시 보면서 제 손을 톡톡 두드리시면서 잡으세요.

아.. 또 울면 안되는데. 했는데.




















-조...용..히해.....




아놔 진짜 -_-;;

기분 상해서 노래고 뭐고 안 부를래요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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