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글 보고 생각나서 적어 봅니다.


아마 2~3년 전이었을 거예요.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어떤 남자분이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전화를 좀 빌려쓸 수 있을까요, 해서 그냥 별 생각없이 빌려줬죠.

그 남자분은 5층에서 내렸고 저는 더 윗층이라 쭉 타고 올라갔는데...


집에 가자마자 제 핸드폰에 문자메시지가 온 겁니다.

"저는 50X호에 사는 3X살 ㅇㅇㅇ인데요, 첫눈에 반했습니다. 꼭 연락이라도 주세요."

소름이 오싹 돋았어요.

잃어버렸다는 말은 완전 뻥이었고, 핸드폰은 자기가 갖고 있거나 집에 있었고 자기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서 제 전화번호를 따서 연락을 했다는 얘기잖아요.

게다가 그분은 역시 외양과 비슷하게 -_-; 저보다 나이가 10살 이상 많은 분이었습니다.

거절을 표현하기 전에 겁부터 덜컥 났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으니 몇 층에 사는 지도 알 것이고 또 우연히 들어오다가 마주칠 수도 있겠죠.


혼자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덜덜덜 떨면서 있는데

그 뒤부터 하루에 한통씩 문자가 오기 시작했어요. 거절해도 좋으니 연락이라도 꼭 달라구요...

그러니까, 무슨 해꼬지를 당할 줄 알구요 ㅠ_ㅠ

어찌저찌 문자는 무시할 수 있었지만, 어느 때부턴가 전화가 오기 시작했어요. 으악.

나중에는 그 사람 전화번호가 외워지더랍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좀 뜸해지더니.. 그래도 문자와 전화가 한두달에 한번씩, 좀 잊을만할때쯤만 되면 한번씩 와서 사람을 미치게 하더라구요.

그 상태가 근 1년쯤 지속됐고, 저는 집 근처만 오면 남자 그림자만 봐도 흠칫대는 상황이 지속되었지요. 혹시 또 같은 엘리베이터에 안 타나 떨고...


지금이야 시간도 제법 지났고 남자친구가 매일 집까지 데려다주니 조금은 안심하고 있지만요.

전화를 빌려서 그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아무 생각없이 의심치 않고 전화를 빌려준 걸 후회하게도 되었고요. 다음에 또 누군가가 전화를 빌려달라고 하면.. 딱 부러지게 거절은 못해도 일단 위아래로 훑어보고 위험한 사람인지부터 잴 것 같아요.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이래저래 요즘 세상 참 흉흉합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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