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3 09:35
예전에 국내 프로야구에 관한 글을 보다가, 지금은 고인이 된 롯데의 최동원 선수가 롯데 구단과 갈등을 겪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당시 최동원 선수의 아버지는 매니저처럼 최동원 선수를 관리했는데, 이게 단순히 부모가 뭣도 모르면서 껴들어서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국내 지도자들보다 더 앞서나가서 일본의 이론서 등을 독파하며 최동원 선수의 실력 향상과 선수 생활 유지 등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연봉 협상 등에서 구단과 충돌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러다 구단의 한 관계자가 욱해서 "x신 x갑하네" 라고 욕을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최선수의 아버지가 실제로 장애가 있었다는 거죠(참전용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최동원 선수도 거기서 완전히 꼭지가 돌았다고 하네요. "장애가 없는 분에게 그랬다면 그냥 욕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럴 입장이 아니지 않습니까"
사실 앞에 장애인이 있건 없건 간에 안 쓰는 것이 당연히 좋은 단어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몇몇 단어들입니다. 하지만 굳이 그런 단어를 쓰지 않아도,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농담의 대상으로 삼는 건 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부끄러운 기억이 하나 떠오르네요.
지금은 아예 안치지만, 한 때 당구를 좀 쳐보려고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포기했습니다만, 저를 가르쳐주던 친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저주받은 실력이었어요. 치고 싶은 곳을 치고, 보내고 싶은 대로 보낼 수가 없더군요. 물론 더 연습해서 나아질 수 있었겠지만, 당시엔 그런 농담이 오갔습니다. "쟨 멀쩡하다가 당구장만 오면 애가 장애인이 돼." 뭐 물론 현장에서는 표준어가 아닌 더 심한 단어들도 오갔습니다만.
세월이 흘러 흘러, 다른 사람들과 모인 자리에서 당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신 얼마나 치느냐, 한 번 치러 가자 등등 이야기를 하다가 저에게도 질문이 돌아왔죠. "당구 잘 치세요? 얼마나 치세요?" 전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그냥 들려줬어요. "아뇨. 못쳐요. 저 당구장 가면 완전 장애인이예요."
근데 갑자기 아차 싶었어요.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이걸 어쩌나 싶더군요. 당시 그 자리엔 명백한 신체장애인이 있었습니다. 경증 장애는 겉으로 티가 안나니 모르고 실례했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이건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 이후 그 자리는 완전 바늘방석이었어요. 그 분 눈치를 보는데, 기분이 좋았을 리는 없죠. 다만 저보다 후배 입장이니 거기서 정색하고 뭐라 하기 힘들었겠죠. 근데 본인을 포함해 아무도 거기에 대해 지적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가 나서서 사과하면 굳이 그 분의 장애를 더 강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결국 수습하질 못했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미안합니다.
인터넷에서, 친구들끼리 말하는데 욕 좀 하고, 별로 올바르지 못한 표현 좀 쓰면 어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무감각함이 쌓이면 언젠간 실수를 합니다.
사실 저도 도저히 욕을 사용하지 않고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짜증나는 상황도 많이 보고(거의 매일 보죠. 뉴스 정치 섹션에서), 입에 잘 달라붙는 욕은 쓰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기억하는 이런 실수 말고 잔 실수도 사실 많이 했겠죠. 욕의 효용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욕을 쓰면서 "난 재밌으니까 쓸 뿐"이라는 단순한 입장에 머무는 것은 좀 무책임합니다. 그리고 그 욕이 비하하는 대상들에게 "너한테 한거 아니니까 니가 기분 안나빠하면 될 일이지, 나한테 쓰지 말라고는 하지 마"라고 하는 건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고요. 안쓰면 좋고, 쓰더라도 그렇게 당당하게는 안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칭하는 대상이나 듣는 대상을 한정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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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짓, 이라거나 뮈럔셴, 이라거나. 화났을 때 의미없는 단말마라도 질러야 속이 풀리잖아요.
('이런 퀴짓같은 녀석아. 이런 뮈럔셴.' 등.. 뭐 이쪽으로는 별로 욕이 아닌 'OMG', 'OME'가 있긴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