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6 01:08
- 201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1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원제는 직역하면 대략 '그을린'쯤 되는 모양입니다만. 영화 내용 생각하면 번역제도 나쁘진 않아요. 폼은 덜 나지만요.)
- 캐나다입니다. 레바논계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몬이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에 엄마와 오랫 동안 일했던 공증인 아저씨를 만나요. 죽기 전에 유언을 남겼다네요. 엄마가 생전에 자녀들과의 관계가 무난한 편은 아니었는지 분위기가 좀 애매한데요. 엄마의 유언이 더 황당합니다. 편지 두 개를 준비했으니 하나는 니들 아빠에게, 다른 하나는 니들 형/오빠에게 전해주고 그 후에야 자신을 매장하고 묘비도 세우라네요. 그 전엔 절대 안 됨!! 근데... 얘들 아빠는 전쟁 때 죽었고 얘들한텐 형/오빠가 없거든요. 적어도 그렇게 알고 살아 왔죠. 그래서 이게 무슨 개소리요! 라고 반응하는 남매지만 '공증인에게 약속이란 신성한 거란다!'는 아저씨의 완강한 태도와 약간의 힌트, 그리고 그나마 엄마를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컸던 잔느의 결단으로 남매는 이 괴상한 미션을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대체 이게 뭐꼬? 라는 아들놈 표정이 맘에 듭니다. ㅋㅋㅋ 근데 얘들은 좀 훼이크 주인공이고...)
- 드니 빌뇌브... 는 제겐 좀 애매한 사람입니다. 라고 적으면 너무 부정적인 어감인데요. 그냥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요. 능력자라는 건 알겠는데 뭔가 그렇게 종합적으로 잘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장단점이 명확하달까요. 비주얼 구현 면으로 꽤 강점이 있고 그럴싸한 분위기도 잘 자아내고 다 좋은데 뭔가... 매번 되게 극단적인 드라마를 펼치는 것 같은데도 정작 그 드라마나 인물들 심정에 별로 이입이 안 되더라는 기분을 매번 느껴서요. 심리 묘사에 재능이 없는 분일 수도 있고, 그냥 이 분 스타일이 제 취향과 어긋나는 걸 수도 있겠고 둘 중 정답이 뭔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러합니다. 제겐 애매해요. 그리고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진짜 주인공은 이 분. 시작 시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인 엄마의 우여곡절 파란만장 일대기입니다.)
- 시작은 되게 좋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진행되는 남매의 탐문 과정을 엄마 시점에서 진행되는 과거 회상 장면과 교차해가며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구성이 괜찮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남매가 엄마에 얽힌 어떤 사실을 알게 되면 그게 바로 플래시백으로 넘어가며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식으로 얽혀 있는데 아주 술술 넘어가면서 이야기에 몰입을 시켜줘요.
그리고 '시카리오'나 여타의 다른 영화들에서 뽐냈던 솜씨를 여기에서도 볼 수 있었네요. 남다른 비주얼 감각으로 빚어내는 압도적인 분위기요. 레바논에서 벌어졌던 (레바논이란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지만 벌어지는 상황이...) 끔찍한 내전을 무심한 듯 시크한 태도로 정말 끔찍하게 보여주는데 그게 정말 아주 팍팍 와닿습니다. 특히 그 버스 장면의 기승전결은... ㅠㅜ
중반에서 벌어지는 첫 번째 반전 비슷한 전개도 효과적이었어요. 오빠 캐릭터를 일부러 방관자 비슷하게 배치했다가 이때 밝혀진 사실 하나 때문에 적극적으로 탐문 여정에 동참하게 만드는데, 아 이러려고 일부러 처음엔 오빠가 튕기게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잘 쓴 각본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원작이 되는 연극 작품이 따로 있다죠.) 또 그 진상 자체도 참 착잡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구요. 그런데...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압도적인 느낌을 자랑하는 장면일 듯한 버스 장면. 이런 거 참 살 떨리게 잘 연출합니다.)
- 그 최종 진상 있잖습니까.
그게 제게는 영 깼습니다. ㅋㅋㅋ 뭐랄까... 그러니까 그 유명한 신화 이야기가 모티브였다는 건 알겠는데. 과연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쨌거나 이게 현실의 역사와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고발극 같은 이야기인데 거기에 굳이... 흠.
제가 본 게 원작 연극이었다면 좀 다르게, 그러니까 대략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연극을 볼 때와 이런 영화를 볼 때 관객 입장에서 이야기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좀 달라지는 면이 있잖아요. 근데 되게 사실주의적인 걸로 분위기를 잡는 이야기에 그 반전이 뙇! 하고 들어가니까 순간 뭔가 벙 찌는 느낌이 들며... 하하;
동시에 마무리도 그렇게 와닿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매는 뭐가 어떻게 된 거죠. 엄마에 대한 감정이 확 달라졌을 거란 건 알겠는데 그거 말고 '남은 자'과의 관계 말이죠. 엄마는 참으로 거룩하게도 이러저러한 결단을 내린 듯 하긴 한데 그것도 거룩게 뭘 결정했다기 보단 그냥 상황이 그리 되어 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고. 또 그 남은 녀석도 과연 이후로 뭘 어찌하며 살았을지...; 뭔가 머릿 속이 복잡하게 엉키면서 결국 아무 감흥 없이 엔딩을 봐 버렸네요.
(적절한 예시 짤은 찾지 못했지만 레바논의 자연 풍광을 마치 외계 행성 같은 분위기(...)로 잡아내는 걸 보며 '이래서 듄 감독이 됐구나' 했습니다.)
- 그래서 제게는 결국 언제나의 드니 빌뇌브 영화로 남았습니다.
비주얼은 탁월하고 분위기도 쩔고 이야기도 참 흥미롭고... 다 좋은데 그런 것치곤 괴상할 정도로 몰입이 안 되어서 마지막에 별 감흥이 없는.
뭔가 한 끗만 더 나아가면 저도 참 좋아하는 감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본 작품들로는 잘 모르겠네요. 과연 제가 이 분을 편애하게 될 날이 올까요. 참고로 지금까지 본 이 분 영화들 중에 마지막에 감동 같은 게 있었던 유일한 작품이 많이들 욕하던 '블레이드 런너' 속편입니다. ㅋㅋㅋ 라이언 고슬링 캐릭터의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했거든요. 원작 팬심에다가 그 장면에 절묘하게 쓰인 음악 빨이 없었다곤 못하겠지만 뭐 암튼...
차라리 그냥 별 진지한 드라마 없이 재미난 장르물을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컨택트'는 역시 좀 더 나중에 봐도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끝입니다.
+ 그래도 엄마 역할 배우님의 연기와 딸 역할 배우님의 비주얼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둘 다(?) 아주 좋았어요. 하하;
++ 위에서 이미 한 얘기지만, 어떤 면에선 '시카리오'의 가능성을 미리 보여준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 살벌하고 숨박히는 분위기!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어차피 현실 파트의 남매는 그냥 흔적 따라다니는 것 말곤 큰 역할이 없으니 우리 비극의 진 주인공 '나왈'의 인생을 간단히 요약하면요.
일단 기독교를 믿습니다. 근데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보이는 남자와 연애하다 임신을 하고, 그러다 남자는 오빠에게 살해당하고 본인도 명예 살인 당할 뻔 하는 걸 할매가 구해줘서 넌 이 바닥 떠서 배운 여자 되어 잘 살라며 유학을 보내요. 아, 그 전에 임신한 아기는 낳지만 할매가 바로 고아원에 갖다 줘 버립니다. 언젠간 다시 만나라며 발 뒤꿈치에 점 세 개를 지워지지 않게 문신처럼 찍어서요.
그러고 유학 생활을 하던 나왈은 자기 고향 땅이 피바다가 되어 사람들 죽어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고아원에 간 아들 찾으러 귀향합니다. 거의 인종 청소 분위기의 살벌한 학살 현장에 쫄지도 않고 씩씩하게 가다가. 무슬림들이 몰고 가는 버스에 무슬림으로 위장하고 얻어 타고서 귀여운 어린 여자애랑 엄마를 보고 따스한 미소도 나누고 그랬는데... 이게 또 기독교파에게 습격을 당해서 몰살을 당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총 맞으려는 순간에 '전 기독교인이에요!'라고 커밍아웃해서 살아남고, 그 와중에 어린 애라도 살려야 하지 않나... 하는 순간의 판단으로 애 엄마와 눈빛을 교환하며 그 애를 자기 애라고 안고 나오는데. 이놈이 자기 엄마가 총 맞아 죽는 걸 보고 울며 뛰쳐 나가는 바람에 역시 기독교파 놈들에게 총 맞아 죽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멘탈 나간 상태로 간신히 도착한 아들 고아원은 이미 불타서 없어졌어요. 이성이고 대화고 평화고 다 필요 없고 이 놈들에게 복수해버리겠다고 다짐하는 나왈씨.
그리고 나왈은 무슬림파 지도자를 찾아가 자기를 기독교파를 공격하는 도구로 써달라고 간청하고. 그쪽의 지시대로 기독교파 리더를 암살한 후 감옥에 들어가 15년을 살게 됩니다. 근데 확신범으로서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맞서는 나왈에 비위가 상한 감옥 사람들은 잘 나가는 고문 기술자를 불러다 얘를 고문 시키고, 그래도 굴하지 않자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합니다. 임신할 때까지요. 그래서 임신을 시키고, 스스로 낙태도 못하게 묶어 놓고 관리해준 후에 출산을 시키고 바로 애들과 떼어 버리는 해괴한 짓을 하네요.
그런데 대충 물에다 던져서 죽여 버리려고 했던 아기들을 출산을 도왔던 간호사가 간청을 해서 데리고 가고. 이 간호사는 둘을 정성껏 키우다가 출소한 나왈에게 돌려줍니다. 그리고 애초에 이 모든 걸 지시했던 무슬림파 리더는 나왈에게 '미국 가서 편하게 살도록 지원해줄 테니 이 두 아이는 꼭 데려가서 키워라' 라는 변태 같은 주문을 해요. 결국 주인공 남매는 이렇게 태어나게 된 거였다... 라는 게 첫 번째 진상이구요.
애초에 미션이 1) 아빠 찾기 2) 형/오빠 찾기였는데. 이걸로 아빠가 누군지는 확인된 셈이지만 행적이 묘연하구요. 그래서 형/오빠를 찾기로 하죠. 처음에 등장했던 공증인 아저씨의 넓은 인맥과 뛰어난 능력으로 금방 그 놈의 행적을 알 사람을 찾아내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게 이제 영화의 하일라이트(?)죠. 그 불쌍한 어린이는 고아원에서 살다가 초반의 그 사태 때문에 터전을 잃었는데, 거길 공격한 조직 놈들이 그래도 애들을 챙겨서 데려가서는... 자기들 군대의 일원으로 키운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재능이 뛰어나서 훌륭한 킬러가 되었구요. 근데 그렇게 전쟁통에 구르다가 결국 인성이 망가져서는... 최고의 고문 기술자가 되었다는 거죠. 결국 엄마를 성폭행해서 주인공 남매를 태어나게 만든 그 놈이 남매의 형/오빠라는 겁니다. 하이고야...
근데 그 놈이 이름 바꾸고 캐나다로 도망쳐서 잘 살고 있대요. 그럼 남매는 편지를 전달해야겠죠. 아빠 편지, 형/오빠 편지를 한 명에게 주면 되니 참 편하네요. 그리고 거기에 적힌 마지막 진상은 이렇습니다. 엄마가 딸과 수영장에 갔다가 발뒤꿈치에 세 점이 찍힌 남자를 발견한 거죠. 아들이구나! 라고 확신하고 다가가서 말을 걸었고, 뒤를 돌아본 그 놈은 자길 성폭행한 그 철천지 원수였던 것. 그래서 엄만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자식들에게 이런 미션을 맡기게 된 거죠. 내 삶을 니들이 직접 좀 알아보고 느껴달라. 이해해달라. 그리고 남은 니들은 행복하게 살아달라. 큰 아들 겸 자식들 아빠(...)까지 포함해서요.
그래서 미션은 다 수행했으니 남매는 엄마를 제대로 장례 치르게 되었고. 그렇게 잘 묻힌 엄마의 묘비 앞에 큰아들이 멍하니 서 있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2024.02.16 09:27
2024.02.16 10:09
2024.02.16 10:42
그러시군요. 저는 말씀하신 작품들은 아직 안본 [블레이드 런너] 빼고는 다 좋았어서... 그 중에서도 [시카리오]는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하는지라...
2024.02.16 23:24
'시카리오'는 저도 아주 재밌게 보긴 했어요. 하지만 클라이막스의 그 갑작스런 영웅본색 분위기는 좀 당황스러웠구요. 뭣보다 그동안 쭉 주인공 겸 관객 입장의 관찰자처럼 활용되었던 에밀리 블런트의 캐릭터가 클라이막스에서 아예 사라져 버리는 전개는...;
2024.02.17 01:03
2024.02.17 09:21
유튜브 렉카체로 표현해 보자면 '쏴나이들의 거친 세상에 겁없이 뛰어든 젊은 녀자의 최후!' 정도 되겠죠.
'시카리오'의 각본을 쓴 양반이 나중에 만든 '윈드 리버'에서 똑같은 패턴을 반복했던 걸 생각해 보면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런 의미라고 봅니다. ㅋㅋㅋ
2024.02.16 10:13
2024.02.16 23:26
맞아요. 그리고 그 '관객에게 넘기기'에서 제가 관객으로서 생각을 해 보면 늘 결과가 좀 불만족스럽더라구요. ㅠㅜ
2024.02.16 10:26
드니 빌뇌브는 스타일이 가끔 너무 압도적이라 다른 중요한 무언가를 집어 삼키는 느낌이 있긴 있어요.
고전적이면서 다이나믹한게 중세미술 보는 느낌이라 저는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말씀하신 부분도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어떻게보면 과잉되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2024.02.16 23:27
전 사실 과잉 자체는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멋진 스타일 감각을 갖고 있으면 클라이막스에도 그걸로 밀어 붙여 버리면 우와앙하고 좋아할 텐데 대체로 마지막은 인물 드라마, 감정으로 끝을 맺더라구요. 그리고 그게 제겐 좀 와닿지가 않... ㅋㅋ
2024.02.16 10:52
저도 별로였어요. 그냥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는 느낌. 그래서 뭐??? 이런 느낌이었어요. 극찬 받는 시카리오도 저는 별로였고요. 그래도 프리즈너스는 그럭저럭 재밌게 봤네요.
세 영화 모두 마음에 남는 건 전혀 없다는 공통점이.. 영상미가 있고 음악을 잘 쓰는 것 같긴 해요.
2024.02.16 23:28
네 영상미, 음악 활용. 종합적으로 '분위기 창출'은 정말 탑클래스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경우엔 애초에 원작이 있는 경우인데. 그게 매체를 옮겨오면서 좀 어색해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대세는 극찬이라서요. ㅋㅋ 그냥 제 취향이랑 안 맞는 건가... 싶습니다.
2024.02.16 12:08
"비주얼 구현 면으로 꽤 강점이 있고 그럴싸한 분위기도 잘 자아내고 다 좋은데 뭔가..." -> 전 이런 면에서 리들리 스콧과 비슷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비주얼리스트인데, 깊이도 그만큼 있느냐..??는 이견이 있는.. 물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리들리스콧보다는 캐릭터 묘사에 조금은 더 공을 들이는 느낌이긴 하지만요ㅎ
그래서 전 이분들이 SF 영화 만들때가 다른 종류의 영화보다 좀 더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그을린 사랑은 저도 그닥이었고요ㅎ블레이드러너 속편이 많이 욕먹었군요??? (왠지 이런 댓글 예전에도 쓴 듯한 데자뷰가..)
저에겐 블레이드러너 속편이 우주명작..급이라ㅎㅎㅎ 개봉 때 놓치고 VOD로 본 걸 엄청 아쉬워하는데.. 이번에 돌비로 재개봉하는 것 같더라고요?? 보고싶은데 사정이 안될 것 같은 게 아쉽네요ㅠ
2024.02.16 23:30
리들리 스콧 그럴 듯 하네요. 그래서 '블레이드 런너'도 이어 받은 것인가! 싶기도 하구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콘택트'는 봐야 하는 영화일지도 모르겠어요. SF니까... 하하. 근데 원작을 읽은 바로는 그렇게 막 비주얼로 밀어 붙일 이야기는 아니기도 하구요.
맞을 겁니다. 저도 예전에 똑같은 대화를 누군가 나눴던 기억이 분명히 있는데 아마 폴라포님이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ㅋ
처음엔 진짜 작살나게 욕 먹다가 나중에 '그래도 그 정돈 아니지 않냐'는 반응 나오면서 대략 밸런스 맞췄던 걸로 기억합니다. 원작 팬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그것도 재밌게 본 원작 팬은 고독했다는 후일담이(...)
2024.02.16 14:24
'에너미'와 최신작인 '듄' 빼고는 다 본 거 같아요. 본 영화 중에 '시카리오'가 좋았습니다.
'그을린 사랑'은 저도 그랬어요.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 줄은 알겠는데 그게 너무 뒤틀리고 극적이라 다른 부분을 다 잡아먹는 느낌이었어요. 장면들은 잘 만든 것 같으나 전체적으로는 편의적이면서 거칠게 느껴졌어요. 마음이 안 가더라는.. '시카리오'는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게 영화적 쾌감, 카타르시스가 있었거든요.
2024.02.16 23:32
거의 압도적인 분위기로 시종일관 승부하는 영화라서 그랬을까요. 저도 결말부가 좀 아쉽긴 했어도 '시카리오'를 가장 재밌게 봤습니다.
그렇죠 좀? 마지막 진상이 좀 심하게 강했는데 그걸 그렇게 잘 수습, 마무리 지은 것 같지 않구요. 스포일러라서 여기엔 못 적겠지만 배우 캐스팅 면에서 사건의 진상과 좀 안 맞는 게 있지 않나 싶기도 했네요.
2024.02.16 15:09
개봉했을 당시에 너무 어마어마한 충격의 대반전이라는 입소문이 하도 돌았었는데 이미 그 시점에서 수많은 반전장치에 단련되어있을 영화팬들을 어지간한 걸로 충격을 주는게 가능할까 싶었죠. 그런데 진짜 충격이긴 했습니다. 밝혀지는 그 장면에서 거의 비명에 가까운 숨소리를 내는 딸의 리액션 연기가 더욱 그 순간을 잘 살려줬던 것 같아요.
굳이 반전에만 집중하지 않더라도 참 비극적이고 슬픈 이야기를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뭔가에 믿음을 갖고 힘을 얻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종교일텐데 종교분쟁 때문에 인류사에 얼마나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지를 새삼스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구요. 감독 특유의 장기는 이미 작품규모에 상관없이 이 때도 거의 완성형에 가까웠던 것 같고 주연배우의 처절한 연기도 가슴에 절절하게 와닿았죠. 나중에 박찬욱의 '리틀 드러머 걸'에서도 뭔가 비슷한 딜레마에 놓여있는 역할로 나와서 반가웠었네요.
드니 빌뇌브는 놀란 이후로 나름 블록버스터급 규모의 영화에서도 본인만의 일관성있는 작가적 방향성과 선굵은 연출 스타일, 장엄한 비주얼 등을 잘 이어가고 있는 감독으로 꼽을 수 있을텐데요. 저도 배티님 비슷하게 딱히 재미없게 본 작품은 없고 보면 매번 그 완성도에 감탄하면서도 이상하게 정말 깊게 감흥을 줬다거나 이런 건 '컨택트' 정도 밖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 제일 재밌게 본 건 '시카리오'이고 저는 '듄'도 그 압도적인 스펙터클에도 불구하고 그냥 무표정으로 극장을 나왔던 기억이...
2024.02.16 23:35
어차피 추리물이 아니니 진상을 예측하기 위한 복선 같은 게 필요 없어서 더 강력하게 지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근데 전 차라리 1번 진상이 최종 진상보다 인상적이었어요. 1번 진상을 알고난 후의 남매가 받았을 충격과 기분 더러움(...)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반면에 2번은 좀 너무 격해서(...)
그 종교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감상 초반에 좀 긴장했습니다. 요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일이 있다 보니 설마... 하면서 봤는데 다행히도 그쪽과 직결되는 이야기는 아니었구요. ㅋㅋ 맞아요. 이미 이 때 본인 능력은 다 완성이 되어 있었더라구요. 압도적인 장면들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전 원작 소설을 읽어서인지 '이걸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컨택트'를 아직도 남겨놨는데요. 흠. 이렇게 말씀들을 하시면 또 봐야 하나 고민이... ㅋㅋㅋㅋ
2024.02.17 00:49
그래서 원작의 이야기 틀만 가져와서 이것저것 볼거리를 많이 추가하고 확 늘렸죠. 평소 빌뇌브 취향 아니신 분들도 이건 감동 받았다는 경우를 많이 본 것 같습니다.
2024.02.17 09:24
아하하 또 이렇게 영업을!!! ㅋㅋㅋ 알겠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꼭... ㅠㅜ
2024.02.16 15:11
언급하신 그 버스 씬은 워낙 유명하고 인상적인 장면, 순간들이 많지만 재감상할 때는 이 오프닝 씬부터 굉장히 의미심장하더군요. 라디오헤드의 노래도 가사부터 너무 잘 어울리고
2024.02.16 23:37
음... 말씀대로 오프닝을 다시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는데 다 스포일러라 말은 못하겠군요. ㅋㅋㅋㅋ
2024.02.16 22:11
전 대단한 기대를 하고 본 영화는 아니었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죠.
보는게 고통스럽고 너무 마음이 무거워서 다시 볼 수는 없는 영화에요.
2024.02.16 23:37
전 워낙 다들 극찬에다가 결말의 충격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봐서 그런지 좀 난감했습니다. ㅋㅋ
하지만 다시 보기 싫은 영화라는 데는 공감하구요.
2024.02.17 01:41
2024.02.17 09:23
아이고 반갑습니다!!! 하하.
블레이드러너2049는 그래도 볼만합니다. 원작 도시 분위기도 잘 살렸구요. 이야기까지 굳이 80년대 스타일로 가는 게 좀 난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정겨울 수도 있겠고. 뭣보다 라이언 고슬링 캐릭터의 마지막 장면 하나 때문에라도 극장 가서 본 걸 후회하지 않았어요. 혹시 나중에라도 보신다면 최대한 큰 화면에 최대한 볼륨 키우고 보시길!
2024.02.17 23:22
저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는 이야기에 (사실 반전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스포죠...) 처음부터 엄청 계산을 하면서 봐서... 나왈이 첫 출산했을 때가 20대 초반일 테고, 쌍둥이들은 적어도 서른은 되어 보이니(뭐 천재 대학원생 이런 이야기도 나오구요), 나왈이 쌍둥이 출산했을 때는 30대 초반쯤이겠다... 라고 생각해서, 그 반전은 제껴 놓았다가.. 그게 맞아서 오히려 경악했던 기억이 나네요. 쌍둥이들이 20대 초반으로는 안 보이지 않나요? -.-;; 개봉했을 때 봤으니 14년 전에 봤는데도 아직까지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인상적이긴 했네요. 두 번 보고 싶지 않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한편으론 전쟁에서 그보다 참혹한 일이 많기도 했으니... 작위적이지만 꼭 작위적인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2024.02.18 02:28
근데 전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던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캐릭터의 나이와 좀 많이 안 맞지 않나... 싶어서 반칙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배우 나이를 확인해본 건 아닌데 비주얼이 그랬어요. ㅋㅋ
그렇긴 하죠. 요즘 이스라엘 쪽만 봐도 뭐......
2024.02.18 10:58
몇 살 설정인데 몇 살로 보였죠? 기억이 가물가물... 50살쯤?
2024.02.18 11:19
감독이 취향에 안맞으면 어쩔 수 없죠.
빌뇌브는 뭔가를 상실한 인간의 고통을 비밀의 원점으로 다시 찾아와서 폭력적으로 느껴보라고 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로이배티님이 이런 종류의 감동을 추구하지 않으면 취향이 아니라고 느끼실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