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차인표 論

2010.09.15 14:38

영화처럼 조회 수:6980

밑에 차인표씨가 신애라씨에게 보낸 연애편지 이야기가 나와서...

prain 전대표 hunt 여준영님이 배우 차인표씨에 대해 쓴 글입니다.

좀 길지만 글쓴분이나 글의 주인공이나 참 감동적인 분들입니다.


http://prain.com/hunt/bbs/zboard.php?id=peopl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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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밀라노 출장갈 일이 있었다 . 

비행기 뒷편에서 담배를 피는 (그땐 그게 가능했다)
배우 안재욱을 발견했다
드라마 "별은 내가슴에" 해외 촬영팀이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탄것이었다


밀라노를 가려면 
로마에서 내려
국내선(알이탈리아)으로 갈아타야되는데
그 환승 공간에서 
배우 차인표를 만났다.
본게 아니라 만났다.


그는
최진실, 안재욱 등 같이 있던 스타들과는 
좀 다른 모양새였다.

스탭들의 여권을 모아 들고 
수속을 밟던 그는 (영어를 잘해서인지도 모른다)
스타인지 스탭인지 구분이 안가는 투박한 모습이었다


이십대 젊은 여준영.
국위선양하러 해외 출장가는데
고국 배우들 만나서 들떴었나보다


나답지 않게 마치 소녀팬처럼
차인표에게 멋적게 말을 걸었다.
유일하게 일등석에서 내린 최진실은 
포스가 너무 쎘고
차인표가 제일 만만해 보였다


= 안녕하세요 저도 한국에서 왔습니다.


예상했던 답변은 "아 네 반갑습니다. 그럼 이만" 
이었는데
의외로 살가운 반응이 돌아왔다

+ 아 그러세요 출장가시나 봐요. 무슨일로 가세요 ?

(어라. 대화가 이어지네.)


= 아 예 저희 회사 브랜드가 밀라노 컬렉션에서 쇼를 하게 되었어요


+ 아 그래요 ? 정말 멋진 일이군요. 
잠깐만요. 
감독님 감독님~  이리좀 와보세요 
이분이 한국에서 출장가시는 분인데 인사좀 나누시죠


이진석 감독이 마지못해 와서는
명함을 주고 돌아갔다.

차인표는 귀찮은 팬을 만난 태도가 아니라
진짜 반가와하고 신나했다.


의외의 친절함 앞에
PR인의 잔머리가 휘리릭 돌아갔다
우리 쇼에 차인표 (솔직히 최진실이면 더 좋지 싶었다)가
와서 구경하고 있으면 
그야말로 촬영하는 그림이 대박이겠네...


이런 저런 얘기
(차인표씨도 직장인 출신이었던것 같다)
를 더 나누다가
끝으로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 저. 일정이 어떻게 되시는지 모르겠지만
괜찮으시면 저희 쇼에 와서 구경한번 하시겠어요


+ 아, 정말 고맙습니다. 그거 멋지겠네요
그나저나 
아직 정확한 스케쥴이 안나왔는데
어쩐담..


하는 말 하나도 빈말이란게 없는 
신기한 사람이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그 와중에 차인표씨는 
"잠깐 기다리세요" 하더니 
탑승 수속등 잡일을 하러 불려갔고

나는 기다릴까 말까 하다가
그냥 탑승구쪽으로 먼저 자리를 옮겼다


탑승전 흡연실에서 
스탭들의 짐을 나눠 맡아 들고
힘겹게 걸어가는 
그를 또한번 봤다 

어느모로 보나
스타가 아니라 
일꾼이었다.


밀라노에 도착해서 
바쁘게 일하느라 
공항의 만남을 잊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길거리에서 
또 촬영중인 
드라마팀과 차인표를  보게 되었다.
(밀라노 참 좁다)


그는 신기하게도
공항에서 봤던 나를 기억하고 있었고
내가 준비하는 쇼를 보러 오지 못한것을
미안해 했다.

여기까지가 
그와의 인연 전부다

그렇다
사실 나는 그를 알지만
그는 나를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은 
다른 글과는 달리 "차인표"가 아니라 "차인표論" 이다 )


길게 썼지만 사실 
합쳐서 10분도 안되는
두번의 짧은 스침이 그와의 인연 전부다


아니 
짧은 스침이었지만
길게 쓸 만한 여운이었다는 편이 옳겠다  


그 뒤로 한국에 돌아와서

그가 안가도 되는 군입대를 한다고 할때 
나는 밀라노공항의 그 스타가 아닌 인간 차인표를 떠올렸고

그가 북한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007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고 할때도
나는 밀라노의 그 선한 차인표를 떠올렸고

그부부가 컴패션 활동을 한다고 할때도
입양을 했다고 할때도
각종 선행을 한다는 소식을 들을때도
밀라노에서의 반듯했던 그를 떠올렸다.



그렇게 10년이 흐르고
우연히 
그의 미니홈피를 보게 되었다.


이런 류의 글들이 가득차 있었다.




" 한꺼번에 몰려 들면 감당할 수 없으니, 절대 주지 말라고 했으나.. 안 줄수가 없었다.

어느새 목마른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버스안에서 눈에 띠는 물병들을 모두 줘 버렸다.

물병을 못 받은 한 아이가 창문을 두드렸다.

없다는 데도 계속 창을 두드리는 아이가 갑자기 미워져 

조금 열려 있던 창문을 닫아버리고, 커텐까지 쳐 버렸다. 

아이가 미워졌고, 내가 미워졌고, 아이들을 목마르게 한 이 나라가 싫어졌다.

나에게 면전에서 박대당한 이 아이..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앞으로 물을 마실 때 마다 이 아이가 생각 날 것 같다.

아니, 평생 내가 물을 마실 때 마다 이 아이가 생각났으면 좋겠다.

아이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오늘 밤엔.. 물 실컷 마시는 꿈을 꾸려므나.

착한 여행객 만나서 물을 많이 받아 마시는 꿈을 꿔라.. "






어렸을때 교회다닐때 
교회앞에서 질서를 어기고 
불법주차를 하고 
새치기를 하는 교인들을 많이 봤다.

믿음이 부족하던 나는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니 교회가 옳다면 
저 사람들은 도대체 뭐죠"


지금도 내 주변엔
겉으론 숭고한척하면서
속으론 삶이, 처신이 
부적절한 교인들이 많다.

옳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옳은 글을 쓰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 않은
"믿기만 하는 이" 들이 많다.


며칠전  
아내에게 
우리도 차인표 신애라 부부처럼
어려운 아이 하나 입양해 키우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아내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라며
아주 원초적인 얘기를 했다
"내 자식도 가끔 꼴보기 싫은데
남자식을 어떻게 키워.
그리고 차인표? 신애라?
뭘 좀 알고 얘기해라
그사람들은 자기들이 안키우잖아
다 도우미가 집에와서 키워주겠지
그 바쁜 사람들이 애 키우는 고생하겠어?"

나는 나도 모르게
"그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거야"
라고 변호했다.

매스컴을 통해 
교인 차인표의 스토리들을 보며 
"그도 그저 그런 교인중 하나" 라는 생각을 차마 하지 못한건 
순전히 밀라노에서의 그 두번의 조우 때문이었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의도 가 없던때의
차인표를 두눈으로 본 탓이다.


그의 일기들 중
아래 일기는
스티브잡스의 투병기와 더불어
최근에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글이다.




" 안 가겠다고 버티다가, 
집사람이 갑자기 "아이스케키"라는 영화를 촬영하게 되어 
대신 가게 된, 생전 처음 밟아 보는 인도 땅이었습니다. 

엉겁결에 인도 콜카타까지 가게 된 저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일정을 어기면서 단체방문에서 빠져 홀로 호텔방에 남았습니다. 

막상 홀로 남으니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커피 한잔을 끓여 발코니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어? 왜 내가 지금 여기에 앉아 있지? 
나의 의지와 호 불호와 관계없이 내가 왜 지금 이곳에, 
바쁜 한국에서 몇천킬로 떨어져 있는 
인도 콜카타의 한 호텔방에 앉아 있지?"라는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내가 원해서라는 대답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것을 꿈에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질문을 되새겨 볼 틈도 없이 답이 눈앞으로 지나갔습니다.


(한국에서 컴패션을 시작한)서정인 목사님이 
초등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거기서 공부를 하고 영어를 배우고, 학교를 마치고 사업을 하다가, 
주님의 사역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시다가 
한국으로 나와 한국 컴패션을 시작하고..
왠만해서는 잘 안 움직이는 제 집사람이 컴패션의 홍보대사를 하게 되고.. 
그로부터 약 8개월 후.. 2006년 4월 어느날, 
제가 인도 콜카타의 한 호텔에 앉아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 이 수많은 이유를 넘어서..
그래서 내가 지금 이곳에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저는 집사람과 1994년 "사랑을 그대품안에" 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처음 만났습니다. 
제가 그 드라마 오디션에서 떨어졌으면 못 만났겠죠. 
그 보다, 제가 MBC 공채 시험에서 낙방했으면 그런 기회도 없었겠지요. 

만약 제 집사람이 탤런트가 되지 않고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그전에 만약 제가 이민갔던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
만약 우리 어머니가 아버지랑 결혼을 안 하셨으면 
제가 태어나지 않았겠지요. 
어머니가 만주에서 서울로 이사오지 않았으면, 
혹은 아버지가 충남 태안에서 인천으로 이사오지 않았으면...

태어났더라도 저는 다른 유전자를 가진 틀린 사람이었겠지요
만약 어머니의 어머니가.. 혹은 아버지의 아버지가 .. 
단 한순간이라도 다른 결정을 했다면 지금의 저는 존재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 지금 인도의 콜카타에 앉아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들의 생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내가 왜 지금의 나인가에 대해서..

이것은, 창조주께서 한사람, 한사람.. 
우리 인간을 향한 미세한 조정이 있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당신은 왜 지금 이 시각에 저의 홈피에 들어와서 이 글을 보고 계십니까? 
삼십분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어떤 약속이 있었으며, 어떤 결정을 내리셨나요? 

지금 당신이 이곳에 계신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




지금 차인표는 크로싱이라는
정말 그다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홈페이지에 그가 연재하는 
일기에는 이런 글도 있다




"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마음에 나는 크로싱 스텝 중 한 분야의 책임자에게 물었다.

“크로싱 끝나고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아직까지는.. 놀고 있어요.”

크로싱 촬영이 끝난 이후 지금껏 6개월 동안 놀고 있었다. 
아니, 놀고 있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일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금 현재 촬영되고 있는 한국 영화는 네 편이라고 한다. 
그 네 편에 참여하지 않는 
수천 명의 스텝들은 다 일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영화스텝들..

그들은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적게 받는다.
제일 먼저 일어나고, 제일 늦게 잔다.
위험하지만 위험했다는 말은 촬영이 끝난후에야 하고,
배고프지만 배고팠다는 말도 식사가 끝나야 한다.
바람이 불면 제일 먼저 부딪히고, 비가 내리면 가장 많이 맞는다.
누구보다 할 말이 많지만, 누구보다 말이 없다.

분야도 틀리고, 개성도 틀리고, 사연도 틀린 대한민국 영화스텝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끝까지 올라가 
모든 이름이 사라질 때까지 객석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 순간이 그들에게는 오랜 침묵 속의 느낌을 공유하고, 
칭찬하며, 서로 위로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스텝. 소중하고, 필요하고, 사랑하는데.. 어제는..마음이 어려웠다. " 





최근 온에어에 출연했던 혼혈 배우인 리키에 대해
차인표가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공항에서 마지막 짐검사를 하는데, 일행중 한명의 소지품 한개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기내반입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건을 포기하던가, 다시 밖으로 나가서 수하물로 부치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밴드 멤버중 한명이 여자친구 주려고 사서 애지중지 보관하던 작은 향수 한병이었습니다.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고 난감한 상황에서 리키가 또 나섰습니다. 
"형, 제가 빨리 갔다 올께요." 리키는 물건을 들고 다시 밖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내가 말하는 사랑, 생각하는 사랑, 읽는 사랑과 
리키가 방금 공항에서 보여 준 실천하는 사랑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을 했습니다. " 



오래되서 그는 다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10년 전 내가 밀라노 공항에서 봤던
차인표의 모습이 
저 리키의 모습과 같았다.



크로싱에서 
그가 한건 
연기가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배우 차인표와 나는 
저 먼 유럽에서
우연히 
두번이나 만난적이 있다
다른 배우들은 봤고
그는 본게 아니라  만났다.


차인표는 나를 모르지만
그 잠깐의 기억만으로도
나는 그를 조금 알것 같다.


만일 그가 
선한 이미지와
감동적인 글 몇줄로 
자신과 세상을 속인게 아니라면 

그는 지금보다

좀더 존경받고
높은 곳에 있어야 할 사람같다

그러면
좀 더 베풀고
낮은 곳을 향할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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