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에 대해서

2022.07.14 14:19

가봄 조회 수:677

그냥 이번 유희열 표절 사태로 떠올려지는 생각들입니다. (음... 제 단상들은 산호초님이 제기하신 상업의 윤리적 측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1. 세익스피어는 당시 남들의 저작물을 마음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금 시대였다면 어마어마한 합의금을 물어줘야 했을 겁니다. 

신경숙도 미시마 유키오를 표절한 사건이 있었죠. 본인도 인정을 했고 한번 찾아서 읽어보신다면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신경숙'전설')


2. 대중음악계 쪽으로는 훨씬 심합니다. 

특히나 대중음악계에서 표절이 많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기 예술---> 대부분 돈안됨.  검증된 외국의 히트곡을 번안해서 부르는 것--->본전은 됨. 

예전에는 아예 대놓고 그랬었죠. 안그럴거 같은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도 표절곡입니다. 하지만 한국에 제법 큰 규모의 레이블들이 생겨나고 대중음악산업이 확실하게 성장한 것은 70년대 표절곡들의 상업적 성공덕분입니다. 아이러니 하지만요. 

게으르고 잘못된 행태였지만... 그 수많은 표절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BTS도 없었을 겁니다. 

명과 암. 어떠한 산업이든 레퍼토리는 비슷해요. 따라하며 성장하고 성장한 뒤 선도하고 또 누가 따라하고..바뀌고 바뀌며 굴러가죠. 산업으로서의 문화예술은 이런 측면이 있다.. 


3. 저작권 과잉의 시대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도 충분히 과잉됐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보다 더 빡센 저작권 과잉이 된다면요. 

표절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루이치 사카모토는 기본적으로 카피레프트인 입장입니다. MP3 불법다운로드 조차 옹호했었죠. 그는 창작물의 독점이 이익으로 환원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인데 이는 멀리보면 저작권의 독점이 전체 문화산업의 저하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자본의 논리와 같습니다. 기술과 자본의 독점은 전체 산업의 저하를 불러오거든요. 저작권자의 공익적 역할이 있다는 거죠. 사카모토가 유희열에게 엄정한 처분을 요구했다면 사카모토 개인의 이익은 몇억 정도 생기겠죠. 하지만 전체 음악산업으로 보면 몇백억이 빠져나갈 수도 있으니 카피레프트 입장인 사카모토는 표절을 문제삼지 않았을 겁니다. 누가봐도 표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유희열은 못났지만 사카모토는 끝까지 품격이 있네요. 


4. 말이 길어지네요.


5. 아주 옛날에는 계급이 되지 않으면 글도 알지 못했습니다. 글을 알더라도 어떤 책들은 아예 구매하지 못했구요. 지금은 어떤 컨텐츠든 돈이 있으면 살 수 있어요. 귀족들의 전유물인 문화 컨텐츠들이 현대에 오면서 돈이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세상입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돈이 계급이죠. 자본이라는 정정당당한 이유로 학벌이 결정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레벨이 달라집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천민인 시대보다는 많이 진보했다고 생각해요.


6. 표절할 때 감각적으로 아는 어떤 윤리적 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희열은 그 선을 넘었구요. 잘못했고 멍청했습니다. 하지만 사카모토는 왜 문제 삼지 않았을까요? 저작권을 개인의 사적 재산 주장만이 아닌 산업의 생태적인 측면에서 당사자끼리의 어떤 약속 정도로만 본다면 사카모토처럼 대응했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두서 없어서 번호로 정리했는데 그래도 두서없어요. 로이베티님처럼 빨리 팀을 꾸려서 글 많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53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79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201
120709 혹시 인터뷰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례금 있음) 한동안익명 2022.08.14 596
120708 프레임드 #156 [4] Lunagazer 2022.08.14 197
120707 간통죄와 홍상수 [1] catgotmy 2022.08.14 747
120706 기나긴 이별을 원서로 읽고 [1] catgotmy 2022.08.14 385
120705 [넷플릭스바낭] 듀게 호러팬분들의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 '학교괴담: 더 시리즈' [9] 로이배티 2022.08.14 1093
120704 카카오 페이지에 연재하던 글이 완결이 났습니다. [6] 스위트블랙 2022.08.13 678
120703 겟 스마트 (2008) catgotmy 2022.08.13 294
120702 신인 걸그룹 뉴진스 데뷔곡, Attention MV 메피스토 2022.08.13 470
120701 정신 나간게 뭔지 아니 가끔영화 2022.08.13 367
120700 프레임드 #155 [7] Lunagazer 2022.08.13 207
120699 Anne Heche 1969-2022 R.I.P. [6] 조성용 2022.08.13 419
120698 [근조] 장 자크 상페 [5] 영화처럼 2022.08.13 593
120697 왓챠 다큐 추천 - 리틀 걸 [5] LadyBird 2022.08.12 495
120696 놉을 보고(스포없음) [2] 예상수 2022.08.12 705
120695 [디즈니플러스] 갬성 하나로 다 덮어드립니다 - '네버 렛 미 고' [12] 로이배티 2022.08.12 827
120694 프레임드 #154 [8] Lunagazer 2022.08.12 223
120693 축구 짧은 바낭 ㅡ 다음 시즌 맨유는 진정 웅장하겠어요 [1] daviddain 2022.08.12 347
120692 좋아하는 과자 [6] catgotmy 2022.08.12 519
120691 2022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다녀왔어요!! [7] Sonny 2022.08.12 822
120690 헌트를 보고 #스포 [2] 라인하르트012 2022.08.12 64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