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8분. 올레티비로 봤어요. 딱히 스포일러가 될만한 내용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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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자를 보면 대략 '얼마 벱' 정도에 가깝고 실제로 다들 그렇게들 발음합니다. 번역제는 r의 존재를 지워버린 듯.)



 - '르네 비달'이라는 한물 간 예술 영화 감독이 '흡혈귀들'이라는 고전 흑백 무성 영화의 리메이크를 진행합니다. 내용상으로 보면 남이 오더를 준 것이고 투자자도 있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저예산 인디 영화구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감독 본인이 그 영화의 팬이기 때문에 열의는 넘칩니다만, 스탭들 모두가 각자 참 생각도 많고 자기 주장도 강해서 촬영 현장은 혼돈의 카오스네요. 

 그리고 그 때 짜잔~ 하고 이 영화의 주연 배우가 홍콩에서 날아와 도착합니다. 우리의 스타 매기 청! 감독이 '동방삼협2'를 보다가 영화 속 장만옥의 액션을 보고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나봐요. 그렇게 도착해서는... 에...

 할 말이 딱히 없네요. 그냥 그렇게 도입부 느낌 그대로 내내 난장판으로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코믹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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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주인공은 없지만 이야기상 가장 중요한 캐릭터 둘. 감독님과 매기 청 배우님이십니다.)



 - 장만옥이 1996년에 프랑스로 날아가서 이런 아트 무비(?)를 찍었다는 걸 저는 그냥 모르고 살았죠. 얼마 전에 듀나님 리뷰에서 발견하고, 다음엔 thoma님 글로 접하고. 그래서 궁금해만 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올레티비에 올라왔길래 냉큼 봤어요. 때마침 웨이브에 드라마 버전도 있으니 영화 보고 재밌으면 드라마도 봐야겠다! 라는 계산이었죠. 그래서 뭐 어떻게 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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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용품샵에서 사다가 대충 튜닝했다는 설정의 라텍스 캣수트... 왠지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을 것 같지만 장만옥이 입으니 고급집니다?)



 - 일단 기본 정보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1915년산 '흡혈귀들'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정말로 있습니다. 근데 시리즈에요. 편당 30여분쯤 되는 이야기들로 이어진 당시 프랑스 흥행작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이마 베프'의 감독이 그 영화의 팬이고 또 영화 속 캐릭터 '이마 베프'의 열혈팬입니다. 그래서 그 영화의 리메이크를 진행한다는 내용인데, 정작 그 '리메이크작'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리메이크작을 만든다는 설정 하에서 가상의 영화 촬영 과정을 이야기로 만든 픽션이에요.


 그래서 영화 속 스탭들은 사실 배우들인데요, 그 중에서 (아마도 거의) 유일하게 장만옥만이 진짜 본인으로 나옵니다. 동방삼협에 나온 + 홍콩의 스타 배우에다가 이름도 장만옥의 영어식 이름 매기 청이죠. 극중에서 조금씩 흘리는 본인 이야기도 대부분 실제 배우 본인과 관련된 것들이구요. 덕택에 이 가짜 영화 제작 과정에 현실감이 부여되는 효과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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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다 보면 아무리 영화 속 설정이라고 해도 홍콩 대스타님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ㅋㅋㅋ)



 - 근데 영화를 보다 보면 좀 웃기는 게, 제작 현장이 정말 미쳐 돌아가거든요. 스탭들 하나하나 다 텐션이 폭발 직전에서 폭발 중 둘 중의 하나이고. 계속해서 사고가 생기고. 그때마다 다들 또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난리를 부립니다. 그런데 그 아수라장에서 유일하게 시작부터 끝까지 평온과 침착을 유지하는 게 장만옥이에요. 모두가 난동인 가운데 혼자만 천사이자 현인이자 고고한 인격자입니다. 스타 대접 받을 생각 없이 소탈하게 행동하며 스탭들의 무례한 언행들도 다 차분하게 받아 넘기고, 감독이 늘어 놓는 미치광이 같은 이야기들에도 차분히 귀를 기울이며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죠. 더군다나 모두 프랑스인인 현장에서 혼자 중국인이고 또 본인은 프랑스어를 못하기 때문에 뻑하면 소외되지만 언제나 차분하게 대처하는 게 본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캐릭터들과 아주 극명하게 대비가 됩니다.


 뭐 좋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 정도가 좀 과하다 보니(?) 이것도 일종의 타자화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 영화를 찍은 후에 장만옥이 감독과 결혼했다는 걸 생각하면 타자화라기 보단 그냥 감독 눈에 비친 장만옥이 그런 존재였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워낙에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한 영화라 그 쪽이 맞는 것 같아요. 마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김민희 캐릭터처럼...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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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해도 매력 쩌는 우리 장만옥님! 이걸 보고 나서 쌩뚱맞게 이제라도 '완령옥'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 암튼 그래서 그렇게 영화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딱히 한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감독, 장만옥과 스탭들을 오가며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되구요. 커다란 기둥 줄거리는 그저 '그렇게 난장판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 밖에 없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카메라는 마치 현장을 기록하는 것처럼 헬드 핸드로 흔들리며 진행될 때가 많아서 더더욱 진짜 같은 느낌을 주죠. 


 근데 뭐라 해야 하나... 그냥 '대충 이런 스타일의 이런 영화입니다'라고 설명하고 끝내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영화가 계속해서 변하거든요. 그게 장르가 막 변한다기 보단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되게 많은데 거기에 다 진심입니다. 장만옥은 참으로 아름답다!!! 라는 것도 그 중 하나인 것 같구요. ㅋㅋㅋ 예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프랑스의 싸늘한 시선이라든가, 투자자들과 제작자들의 압박 때문에 감독이 자기 뜻을 펼치기 힘든 현실 같은 걸 보여주면서 동시에 또 '예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허세스런 사고 방식 같은 것도 좀 풍자적으로 보여지구요. '흡혈귀들' 좋아 짱 좋아!!! 라든가, '난 이마 베프 캐릭터가 너무 좋아 죽겠다고!!!' 라든가 하는 감독의 사심 역시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보면 좀 혼란스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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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중간에 갑자기 환타지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지 HBO 버전에는 이런 부분의 비중이 쑥 커졌더군요.)



 - 그런데 그게 되게 자연스럽게 그냥 흘러갑니다. 그러니까 뭐라 해야 하나... 영화의 모든 내용이 결국 감독의 진심 그 자체이고 자기 머리와 마음 속에 있는 걸 자기 논리대로 나열하며 보여주는 식인데, 감독이 능력있는 이야기꾼이라서 그걸 관객들이 대충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끔 잘 만들고 이어 붙여서 내놓는다는 느낌. 한 마디로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내면 체험' 같은 영화인데 그게 재밌다는 얘깁니다.


 스탭들이 펼치는 독설과 갈등들 구경도 재밌고, 넘나 아름다우신 홍콩 스타 매기 청님 구경도 즐겁구요. 돌아이 감독이 '아 난 내 예술 하겠다고!!!' 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발악을 하다가 스스로 멘탈 나가는 모습도 애잔하게 웃기구요. 그리고 그 와중에 넘쳐나는 (심히 변태스러운) '흡혈귀들'과 '이마 베프' 캐릭터에 대한 감독의 뜨거운 사심도 흥미롭구요. 결정적으로 다 보고 나면 그렇게 아웅다웅하고 난리를 치고 서로 민폐를 끼쳐대던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이 '그래도 모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이 가요. 그래서 그런지 결말도 이야기상 파국에 비해 의외로 해피 엔딩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는 게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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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엄하고 똑똑하고 말빨 죽이며 까칠한 프랑스 예술가님들 버전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같다는 기분도 조금.)



 - 아니 뭐... 뭔가 더 해야할 얘기가 많은 것 같은데, 사실 제가 이미 HBO 시리즈 버전 '이마 베프'를 다 본 상태라 두 작품의 정보가 머릿 속에서 배배 꼬여서 무슨 말을 더 하기가 어렵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분명 프랑스 영화 감독이 아주 사적인 내용을 담아 만든 '아트 무비'인데 다 보고 나면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의 프랑스 버전을 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보고 나서 무슨 말을 하려면 어렵지만 그냥 보고 즐기기엔 아주 쉽고 재미난 영화이고 심지어 다 보고 나면 기분도 조금은 훈훈해지거든요.

 제 글이 평소보다 더 난잡하고 혼란스럽다면 그냥 제 능력의 한계로 정리를 못하겠어서 그런 것이고 ㅋㅋ 영화 자체는 전혀 어렵고 난해하고 고독한 예술혼이 지 혼자 막 타오르고 그런 스타일 아니라는 거. 오히려 소소하게 가볍게 웃고 즐길 코미디 영화로 생각하고 봐도 썩 괜찮을 영화입니다. 

 호기심 가는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보시고, 장만옥 팬이라면 꼭 보세요. 

 끄읕.




 + 근데 정말 장만옥은 무진장 예뻐요. 이 말을 자꾸 반복해서 하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ㅋㅋㅋ 이마 베프를 연기할 때도 예쁘고 그냥 장만옥을 연기할 때도 예쁘고 소탈하게 예쁘고 관능적으로 예쁘고 뭐가 됐든 암튼 참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감독이 얼마나 빠졌으면 이렇게 아름답게 찍었을까 싶고. 또 자기를 이렇게까지 찍어 놓았으니 장만옥도 감동해서라도 연애할만 했겠다 싶고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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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정말 완벽한 그림 아닙니까.)



 ++ HBO 시리즈까지 다 본 입장에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이 영화를 괜찮게 보신 분이라면 시리즈도 꼭 보세요. 뭐... 간단히 말하자면 둘이 서로 별개의 작품으로 가치가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어 주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작품 각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걍 둘 다 보고 서로의 관계와 의미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고 따져보는 게 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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