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만화책 <중쇄를 찍자>

2016.09.09 17:19

만약에 조회 수:1286

 

아주 오랜만에 글을 남기게 되네요.

 

회원정보를 살펴보니

작년 1231일에 게시글을 쓰고, 그 뒤로 9개월여 만에 글을 쓰네요.

꾸준히 눈팅은 했지만 그것도 어느 때는 쉽지 않더군요.

 돌이켜보니 게시판에 글을 쓰는 행위가 새로운 일에 대한 적응과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육아에 대한 적응이 어느정도 됐다는 반증일지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듀게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픈 만화책이 있었습니다.

<중쇄를 찍자>라는 만화인데 듀게에는 거의 언급이 없는 것 같아 오랜만의 바낭을 이 책으로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중쇄는 책보다 드라마로 접해 본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드라마도 괜찮다고 하던데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중쇄를 찍자>는 유도 국가대표를 꿈꾸다 

부상으로 인해 그 꿈을 접고 대신 만화편집자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힘차게

최선을 다해 낙관적으로 도전하는 신입 편집자 쿠로사와 코코로가 주인공입니다

이런 설정은 어쩌면 진부하고 전형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주인공의 좌충우돌 성장기라고 쉽게 정의내릴 수도 있는 만화일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뻔한 대중서사의 하나일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치열하게 출판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화 편집부의 일상을 꽤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본 만화 내부 시스템의 생생한 현장성이란 소재는 

<데스노트> 작가의 <바쿠만>과 유사하지만 작가가 아니라 편집자 보다 정확히는 출판사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현장성의 온도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조금 더 거칠게 구분해보자면 바쿠만은 재미를, 중쇄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중쇄를 찍자>는 그럼에도 소재주의에 쉽게 함몰되지 않습니다.

바낭을 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점인데요

인물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느낌적인 느낌이 분명 이 만화에 있습니다.

 

책을 소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한정적이라 만화책을 소장함에 있어 특히 더 까다롭게 고르는 편인데 

이 중쇄는 1권 중간 부분 출판사 사장의 에피소드인, 책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었다라는 대사와 마루야마 겐지의 시

2권의 좌절한 천재만화가와 그의 딸이란 주변부 인물들의 에피소드만으로도 제게는 매우 소장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책의 에피소드로 말 많은 (만화가의) ‘재능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재능이 있다, 없다를 떠나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노력할 때

그것이 된다는 보장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 노력할 수 있을까요? 혹은 그저 버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능일까요

그러다 결국 자신의 한계를 알게 만 되더라도 다행이라 할 수 있을까요?

 

, 저한테는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들더군요.

노오오력하면 다 된다지만 정말 그럴까요? 재능의 유무를 떠나 노력의 유통기한은 어느정도쯤 될까요

듀게 분들은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사실 이런 질문들에 휩싸인 이유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나 맡게 되어서 입니다.

제 능력을 넘어서는 프로젝트인 것 같아 너무 부담됐습니다.

빠져 나가보려고 애를 써봤는데 이제 온전히 모두 제 이름으로, 제 책임으로 감당해야합니다.

무엇보다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잘 될 거야 라는 생각보다 안 되면 어떡하지, 최악의 결과물이 나오면 어떡하지

아니 이 진행방향이 맞을까. 기획에 비해 콘텐츠가 너무 처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매 순간마다 듭니다

하지만 되돌아 갈 수 없는 길로 들어섰기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한발 한발 끌고,끌려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엄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됐든 다음에는 더 짧은 기간으로 다시 바낭을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부디 불금과 주말 그리고 추석까지 모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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