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0 16:47
'정말 누님이 공연보러 오신거에요?'라고 동료 무용가들이 말했다고 하더군요. 제 동생이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지난 프랑스 바디 콘서트 튜어 때 무용원 (이라고 하나요?) 으로 공연에 참가했습니다. 부활절때 파리에서 공연이라기에 가족이 함께 공연을 보러 스웨덴에 갔지요. 사실 동생의 professional 공연은 처음이에요. 아직 학생일때는 한번 봤는데 그것과는 전혀 다르지요. 제 동생이 함께 무용한 사람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다고 했는데 정말 지금까지 무용을 한다는 게 기적같아요.굉장히 큰 극장이었는데 꽉 찼어요. 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내고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 온다는 게 참 감격적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은 늘 저 덕분에 무용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 데 춤추는 것 외에는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막내 때문에 고민하던 엄마께 무용과 가면 되지 않나? 라고 말을 했거든요. 그게 어떤 고생의 길이었는 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했던 말이었어요.
공연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제가 본 날 공연에는 제 동생이 브릿지 역활을 많이 해서, 누나 입장에서는 아 이렇게 쉬는 순간 없이 저런 무용을 하다니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동생과 공연을 본 뒤 무용이란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어른의 대화, professional 의 대화를 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여러가지로 감사한 여행이었습니다.
시간이 맞아서 갈 수 있었고, 돈이 있어서 갈 수 있었고, 또 그냥 파리여행도 비싸지만 부활절이어서 더 비싼 이 여행을 너무나 기쁜 일이다 라고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갈 수 있었습니다.
....
호텔에서 '간단한' 조식을 시켰는데 이 조식에는, 커피 한잔, 요거트, 과일, 바게트 빵 한 조각, 쥬스 그리고 세가지의 pastry 가 들어가더군요. 햄과 치즈는 안되고요 하하. 아침부터 달콤한 빵이라니. 그중 하나는 아이스크림이 중간에 들어간 케익이었는데 선물이는 무슨 천국에 들어온 듯한 표정을 짓더군요.
2023.04.20 20:12
2023.04.21 15:26
네 굉장히 힘든 일인데 그 길을 계속가는 게 참 대단해요
2023.04.20 21:55
동생분 공연을 보고 즐겁게 지낸 시간이 글로 전해져서 저까지 다 뿌듯하네요.
프랑스도 아침으로 커피와 단 빵을 먹는군요. 이탈리아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2023.04.21 15:26
바게트도 제 입맛에는 달더군요. 아이만 신났죠
2023.04.20 22:08
2023.04.21 15:29
파리에서의 무대는 정말 컸어요. 그 공간이 다 꽉 차니 감동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앰비규어스에서 '바디 콘서트' 공연을 한국에서 여러번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보세요. 정말 좋더군요.
2023.04.21 02:19
2023.04.21 15:31
호텔 근처에 도너츠 가게에서 도너츠도 사먹고, 몽마르트 가는 길에 어른들은 커피주문하러 들어간 카페에서 선데이 아이스크림까지. 선물이는 천국이었어요
2023.04.21 07:38
2023.04.21 15:36
저는 이번 여행으로 울로프가 하는 여행들에 대해 다시 생각했어요.
제 남편은 수학과 교수인데, 엄청난 양의 시험이 끝나고 다음 과정이 시작하기 전에 시간이 비면 여행을 갑니다. 파리를 가야지 해서 파리를 가는 게 아니라 그때 가능한 곳이 어딘가 보고 거기를 가는 거죠. 팬데믹때는 갈 수 없어서 몰랐는데 이번 학기에만 스키여행, 볼로냐 그리고 5월 말 학기 시험 끝나면 리옹을 간다고 하네요. 특별히 무엇을 봐야한다 무엇을 해야한다는 목적없이 건물들 사이를 사람들 사이르 지나가며 그곳이 허락한 날씨와 음식을 누리다가 옵니다.
울로프한테 아이가 크면 둘이 하자고 그랬어요.
2023.04.21 16:29
아는 누나가 여행을 왜 하는지 알아? 라며 물어봤어요.
마음을 비울려고?
아니. 여행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사는 거야. 다른 공간에서 다른 경험을 하는 기억. 죽기전에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많아지려고. 나는 그래서 여행을 하는거야.
울로프님의 여행방식이 느슨하고 좋네요.
2023.04.21 16:42
내가 사는 방식이 universial 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는 기억도요
타인이 되어보는 것, 언어가 익숙하는 않는 것.
울로프는 몸이 떠나면서 생각도 떠나기 위해 여행을 하는 듯합니다. 그건 저한테도 필요해요
2023.04.21 10:15
자랑스러우셨겠습니다. 예체능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성취는 늘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각고의 투쟁을 했을 거라는 생각을 유난히 더 하게 되더군요.
2023.04.21 15:40
특히 신체가 중요한 직업이라, 정말 힘들어요. 늘 걱정되고 조심해야 하고.
예전에 프랑스 국립 발래단 다큐를 봤는데 20대 초반의 여성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자기는 이제 자기가 다달을 수 있는 수준을 안다. 나는 프리마돈다가 될 수 없다. 이제 내 나이를 생각해서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데 위험한 역은 맏고 싶지 않다.
20대 초반에 은퇴를 생각해야 한다니 했던 기억, 그때 동생을 생각했던 기억. 제 동생은 굉장히 나이가 많습니다. 앰비규어스 몸풀기 비디오에 가끔 나오는데 자막인지 제목인지 다들 나이가 많아서 힘들다고.
2023.04.21 10:49
동생분도 멋지고 서포트 해주신 카페사우르스님도 멋지구요. '어른의 대화' 내용이 궁금한데 아마 전 못 알아듣겠죠! ㅋㅋ
2023.04.21 15:42
무용이란 예술에 대한 대화였는데, 늘 누나가 동생이랑 하는 대화만 하다가 한 예술인과의 대화를 하니까 참 좋더군요. 동생이랑 나이 차이도 많고 제가 제 동생 중학생때 한국을 떠나서 성인으로서의 제 동생을 잘 몰라요.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공연 끝나고 함께 저녁먹을 때 머리를 기대고 찍은 사진이 너무 좋아요. 제와 제 동생이 진심으로 행복해 보여요
예술하는 사람이 가족 중에, 그것도 친남매,,,슬쩍슬쩍 자랑하고 싶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