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6 14:35
1. 이 사람을 아십니까?
YES -> 2번으로
No -> 누군데? (글쓴이 블로그 아님) 알아 보고 2번으로
2. 미란다의 유치하고 찌질한 개그 코드가 잘 맞는다
YES -> 5번으로
NO -> 3번으로
3. 그래도 책은 재미있을 것도 같다
YES -> 5번으로
NO -> 무슨 내용인데? 4번으로
4. 책말고 머그컵이나 마라카스는 가지고 싶다
YES -> 5번으로
NO -> 3번으로
5. 스압 시작!
바쁜 현대인을 위한 간략 버전 :
영드 미란다의 Miranda Hart가 쓴 <Is It Just Me?>를 직접 번역하여 출판합니다. 혹시 크라우드 펀딩하는 데 관심 있으세요?
주소는 https://tumblbug.com/isitjustme
스압 버전 시작하겠습니다.
몇 년 전에 영드 <미란다>를 보고 찌질한 유머 코드가 잘 맞아서 좋아하고 있었는데요. 마침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한번 번역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번역에 관심이 많아서 틈틈이 공부 중이었는데, 맨날 다른 사람 삶을 부러워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며 일상에 푹 쩔어있는 자신에게 진절머리가 날 때였거든요. 그리고 번역 무경험자를 누가 책을 맡기겠나 싶어 그냥 내가 직접 해볼까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번역 판권을 문의했는데 그쪽에서 덜컥 "계약할래? 하자~"라고 나오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는 선급금을 지급한 뒤였지요. 그래서 그때 당시 이런 낙서도 하고...
1인 출판 카페에서 공지글로 올라와있는 "왠만하면 직접 출판하지 마세요"류의 충고글에 써있는 "그래도 할려면 이 정도는 준비하세요"는 당연히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지요. 출판으로 성공하겠어! 라는 생각보다 그냥 이 한 권 번역해서 직접 출판하고 싶다. 그냥 그 과정이 재밌을 것 같고 그게 내가 선택하고 싶은 인생에 근접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었어요. 누군가가 천만원으로 1년 간 배낭여행을 떠난다면 나는 출판여행을 떠나는 거다. 뭐 그런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거쳐... (사실상 계약 때문에 배수의 진을 쳤지만) 뭐, 국민연금도 못내고 이 책 다 만들면 뭘 할 것인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요.
계약 후 번역하는 데 1년 반이 걸렸네요. 처음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도 있고 놀아서 그런 것도 있고 생계유지용 일과 병행하느라 그런 것도 있고요. 직접 해보니 역시 힘들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혼자 하니 외롭기도 하고 역시 사는 건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걸 많이 깨달은 것 같아요.
미란다를 좋아하긴 했지만 번역을 하려니 더욱 정보를 파게 되고 그러면서 더 덕후가 되고... 사실 번역을 안 했다면 이 정도까진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한데... 이거 원, 덕후가 책을 만드는 건지 책이 덕후를 만드는 건지... 하하. 다행히 미란다라는 사람이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고 실망할 건덕지는 발견되지 않아서 중간에 짜게 식는 일은 없었어요.
번역을 하면서 내가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 인간인지, 어떤 콘텐츠에 코가 찡긋하는지가 좀 더 구체화된 것 같아요. 찌질함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것도 좋고 특히 여성 코미디언이 좋더라구요. 미드 <팍스앤레크리에이션>의 레즐리도 재밌고 <민디 프로젝트>의 민디도 재밌고. 뭐랄까. 사람은 누구나 웃기고 싶은 본능이 있지 않나요? 남을 웃음 짓게 하는 게 커뮤니케이션 스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왠지 보수적인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여자가 (작정하고) 웃기면 여성성을 잃는 경우가 많아지잖아요. 특히 한국 코미디에서는 웃기면 여성성을 강제로 빼앗아가죠(꼭 다른 여자랑 비교;). 그런 여성과 코미디의 만남이 저에겐 재밌어 보였어요. 그걸 당당하게 표출하는 여자들이 좋고요. (숨겨운 내 욕망을 대신 표출해주는 듯한?)
아무튼 이 책을 번역하면서 한번도 안 가본 영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참 많이 알게 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네요.
참, 예전에 번역하다가 듀게에 들어왔는데 어떤 글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http://www.djuna.kr/xe/board/3185078#
BBC 코미디들을 소개해주신 글이었는데 그중에 <프렌치&손더스>가 책에도 등장하거든요.
어릴 적에 미란다가 동경하던 코미디언 콤비로 나오지요.
그 글을 보면서 듀게는 역시 문화를 즐기는 분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번역 다 하면 듀게에 소식을 올려야 겠다 생각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글을 급정리하자면,
책을 만드는 데 텀블벅에서 펀딩을 하고 있어요.
처음엔 실패해도 책을 좀 알릴 수 있으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다 보니 그렇게 쿨할 수가 없네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어... 엉엉 ㅠㅠ)
이왕이면 머그컵도 만들고 하고 싶은데 말이죠.
밀어주기 : https://tumblbug.com/isitjustme
혹시 관심이 생기신다면 밀어주세요!
*
눈팅족이라 듀게 가입 후 첫글이 이거네요. 허허.
듀게에는 왠지 매력적으로 글을 써야 할 것 같아서 며칠간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올립니다.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02.26 15:10
2015.02.27 12:43
네, 물론 책 한 권 내려고 출판 등록하고 판권을 직접 계약해서 배본/유통/영업까지 혼자 하는 게 굉장히 무식한 길이긴 한데요. 그렇지만 '그 한 권의 책'이 자신의 인생에서 꼭 해내고 싶은 어떤 것이 된다면 해볼 만한 것 같기도 해요. 블로그에 계약 과정이나 출판하면서 필요한 일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 ^ (http://beingbeingbeing.pe.kr/)
2015.02.26 16:20
2015.02.27 12:43
번역을 열심히 하긴 했는데 독자 여러분을 만족시킬 수 있을런지... 최대한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책 만들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5.02.26 17:42
2015.02.27 12:44
^ ^
2015.02.26 17:57
디씨 영드갤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england_drama 에도 한번 소개해보세요.
한국에서 미란다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
2015.02.26 20:12
가봤는데 어떤 분이 24일에 글을 올리셨더라구요!
근데 제가 구경만 몇 번 하고 '갤질'을 해보지 않아서 어떻게 글을 올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진지하게 글을 올려도 되는 것인지... 한번 눈팅 좀 해보고 올려봐야겠네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2015.02.26 21:59
대단하시네요! 저는 저 배우를 미란다가 아니라 [콜 더 미드와이프]라는 영드로 접했어요. 그 드라마에서 귀족이면서 조산사로 일하는 멋진 여성으로 나오죠. 살짝 키가 작은 경찰과의 로맨스도 두근두근거리고요. 책도, 미란다라는 드라마도 흥미가 생기네요.
2015.02.27 12:38
오옷, 콜 더 미드와이프를 보신 분이 나타나다니!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가 많지 않더라구요. 저도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에요!!
처미, 너무 귀엽죠? ㅎㅎ 알고 보면 미란다가 은근히 케미 여신이라는... ^ ^
2015.02.26 22:31
열정이 눈부시네요. 멋져요.
2015.02.27 12:44
아이고, 눈부시기까지... ㅠㅠ
고맙습니다.
2015.02.26 23:57
2015.02.27 12:45
씬나게~! 저도 씬나게 작업 마무리하겠습니다!
2015.02.27 00:47
2015.02.27 12:45
맞아요. 마라카스 흔들면서 살을 홀~쭉하게 빼셔서...
(살 빼고 재미없어질까봐 걱정 중인 덕후...)
응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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