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1 15:52
허만님 글보고 써봅니다. (http://djuna.cine21.com/xe/?mid=board&page=2&document_srl=3626749)
미의 세분화는 아기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엄마들이 아기를 누운귀로 만들지 않기 위해 곧은 다리로 만들기 위해, 예쁜 두상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보면 아마 대부분 놀라실 거에요.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
한가인 비판글에서 제가 가슴아팠던 부분은 아줌마라서 이입 안된다고 가열차게 비난하신 글쓴 분도 주부라는 사실이었어요.
같은 주부끼리 그런 기준을 들이댄다는 게 정말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제가 요즘 고민하는 문제하고도 닿아있었고요.
어제 미국과 한국의 배우 수준에 대한 글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이지만
한국은 이십대, 길게 봐야 삼십대를 지나면 주연배우를 할 수 없는 구조이지요.
그런데 이게 쇼비지니스 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한국에서 결혼한 여자, 나이든 여자는 여자가 아니에요. (일본도 비슷한 것 같더군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겠습니다만)
못생긴 여자는 한창 나이에도 여자가 아니고요.
그 나이 먹어서까지 여자이고자 하면 뭔가 흉측한 일이 됩니다.
'여자'가 뭔가. '여자'답게 산다는 게 뭔가.... 이런 질문으로 들어가면 한 없겠습니다만.
예전에 소설가 김사과가 그랬죠.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학교갈 때 입고 가는 옷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다도시는 이혼 후 발표한 에세이에서 말했었죠. 아이와 함께 자는 한국식 부부문화가 싫었다고요. 난 여전히 여자인데.
그리고 오정희는 옛우물에서 씁니다. 더이상 여자가 아닌 여자에 대해서. 그런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사실 저도 아직 개념 정리가 안되어서 같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예전에 듀나님의 섹스앤더시티 리뷰를 읽다가 한 단락에서 멈칫했습니다. 이 부분이에요.
"우린 캐리 브래드쇼를 1998년에 만났습니다. 10년 넘게 알고 지냈다고요. 그 동안 캐리 브래드쇼는 30대에서 40대로 접어들었고 결혼도 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캐리도 좀 성장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원래 캐리는 그런 거 할 줄 모르는 여자라고요? 네, 저도 그렇게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캐리와 빅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캐리가 하는 짓은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고해도 50대 남자랑 결혼한 40대 여자가 할 일이 아니에요. 20대 초반이라면 애가 어리다고 이해는 하죠. 하지만 마흔을 훌쩍 넘은 여자가 이러는 걸 보면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캐리야 처음부터 포기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별로 낫지는 않습니다. 우선 전 사만다의 성생활을 구경하는 게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이 사람의 자유분방함에는 해방감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10여년 동안 같은 소동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왜 저 사람은 다른 오락을 찾지 못하나, 상상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듭니다. 후반에 이 사람이 저지르는 소동은 그냥 민망할 뿐이고요. 그나마 책임감 있는 성인의 삶을 살고 있는 미란다나 샬롯은 조금 낫지만 그래도 많이 낫지는 않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 드라마는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싹뚝 잘라버렸으니까요."
사만다나 캐리는 제 생각엔 계속 '여자'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이 바람직한 성인의 태도는 아니었을지라도...
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20대에나 할법한 그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한심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전 그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요.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이야기도 나왔었는데 거기 나오는 사람들도 나이만 먹었고 하는 일이 전문직이다뿐이지 하는 짓은 십대 아이들과 다를 바 없죠. 그게 바람직하다는 건 아닙니다만.
할말이 많은데 정리가 잘 되질 않네요.
아무튼 여자는 여자로 살 때 행복한 것 아닐까요? 누군가의 엄마라거나 아내라거나 그런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더이상 여자가 아니라는 자각은 어느 순간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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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성스럽다는 칭찬은 기분 좋지만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외부에서 부여하는 여성성에 저를 억지로 끼워맞추고 싶지는 않고요.
제가 해서 행복하고 기분이 좋으면 그걸로 만족해요.
듀나님이 말씀하신 '성장'은 책임감있는 성인으로서의 성장이 아닌가요?
페트로브스키따라 사랑찾아 직장 버리고 파리까지 가는 용기는 대단하지만, 어디까지나 책임져야 할 식솔이 없는 싱글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고요.
구두사는데 4천만원은 들이면서 저축한 돈이 없어 친구의 결혼반지를 팔아 전세금 마련하는 에피소드를 보면 철딱서니가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