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보면서 제일 답답하고 암울했던 영화는 '주온'이었습니다.

주온에 나오는 모자의 증오는 구체적인 대상도 목적도 없고 그저 그들과 닿는 모든 이들의

불행만을 끊임없이 전염시킬 뿐이었어요.

링의 사다코의 원한도 뭔가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죠. 물론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결론만 나고 역시 전염병처럼 원한을 퍼트리고 있지만요.

주온이 보여주는 불행의 시작은 그저 운이 아주 나빴을 뿐이예요. 그냥 그 집에 우연히 살게

되었다가, 그 집에서 놀았다가, 그 집에 들렸다가, 그 집에 살았던 사람과 가까운 사람이었다가...

주온의 실체가 되어 나타난 것이 도리마가 아닐까 싶어요. 품에 칼을 품고 다니다가 그저

저 사람이 행복한 듯 웃고 있다는 것이 이유가 되어 그를 찌르는 거죠.

총을 들고 학우들에게 난사하거나, 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머리를 노리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구요.

 

주온에 나오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보는 흔한, 그냥 우리 자신이예요. 그저 보통 사람들인게죠.

그런데 인연도 없는 원한이 찾아와서 덮치는 거예요. 그저 어깨가 스쳤다든가 하는 이유로요.

(엄마, 아빠가 놀러갔을 때 친구들을 불러 난잡한 파티를 벌이지도 않았단 말예요.)

그 이전의 영화들처럼 공포가 해소될 구멍이 전혀 없어요. 막막하게 닥쳐오는 불행의 전말을

지켜볼 뿐이죠. 주온 이후에도 이전에도 이렇게 콱 틀어막힌 답답한 영화는 본 적이 없군요.

그래서 흔히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같은 것 따위는 어디에도 없고, 무작정

우울할 따름이예요.

그런데도 제가 이 영화를 가끔 들여다보는 이유는 뭘까 싶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01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00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314
178 핫케이크 해피니스 [9] 칼리토 2013.08.01 2066
177 [게임 이야기] 수난 2대 [10] Mk-2 2014.10.13 2067
176 디아블로3 vs 게등위.jpg [15] 자본주의의돼지 2012.01.10 2068
» 목적없는 증오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영화 '주온' [2] 스위트블랙 2010.12.15 2076
174 핸드폰에서 사람 이름 찾을때 초성만으로도 검색되는걸 오늘 알았습니다. [22] chobo 2012.10.10 2076
173 저번주 놀러와에서 김태원 씨가 불렀던 '차갑다' [2] 2012.09.11 2084
172 [바낭] 이승환옹 또 콘서트 하시는군요 [5] 로이배티 2012.08.29 2088
171 [물고온영상] 뜨거운 린지 로한 [4] EEH86 2011.06.22 2093
170 롯데는 치킨 팔아서 이대호 연봉 준비할려는 걸까요? 이대호와 각하가 물에 빠졌을때? [9] chobo 2010.12.09 2099
169 [마지막 병원일긔] 퇴원이 눈에 보이네요. 언능 한량복귀하고 싶어 좀이 쑤셔요. [7] Paul. 2011.08.25 2119
168 아름다운 사랑영화가 될 수 있었던 '마담 뺑덕' (약간의 스포일러) [6] KEiNER 2014.10.06 2129
167 디아블로3, 한동안 뜸했던 손수조 이야기, 현영희 리스트에 올라, "네가 뭔데 박근혜를 욕해" 쵸크슬램(음?) 당할뻔했던 김문수. [3] chobo 2012.08.10 2139
166 헤어지고 난 뒤의 헛헛함. [2] 얼룩송아지 2012.03.25 2155
165 아이돌 어이없는 동영상 모음 [2] @이선 2010.12.05 2156
164 [바낭] 오늘 인피니트 컴백 무대 영상 + 관련 잡담 [8] 로이배티 2013.07.18 2171
163 녹은 치즈 먹어도 될까요 [4] 노루잠 2012.08.03 2193
162 금요일 밤인데 술한잔 하고 계신 듀게분들 손들어 보시죠 [30] 루이스 2011.06.10 2200
161 아싸 뜨거운물 나온다!!! [4] 자본주의의돼지 2011.01.17 2212
160 이틀뒤면 그가 나오네요. [1] utopiaphobia 2012.12.22 2212
159 친박계, 헌법학자 "박정희 독재" 발언에 발끈 정갑윤 "말 가려서 하라" vs 박지원 "독재를 독재라 하지" [8] 知泉 2011.09.20 22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