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예전에 조금 오고가면서 본적은 있었어요.본 장면이 하필 새벽의 사관생도들이라 제 기억에는 좀 묵직한 종류의 영화로 남았죠. 새벽특유의 청색 공기에 하얗게 질린 사관생도들, 위기감 가득한 박자.  잘 모르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리라 생각했습니다. 지루하고 과도하게 길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었구요.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전 엄청나게 길고 좀 자연스럽게 비극적이고 민속냄새나는 종류의 서사들을 좋아합니다. 브란덴부르크가의 사람들이라든가.. 까리마조프..박경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볼 생각을 안했는데 어느 새벽 정말 충동적으로 봤어요.


일단 보기 시작하니 상당히 밝고 장난스러운데다가 의외의 흡입력에 놀랐고 영화의 정체성이 파악이 안되서 혼란스러웠어요. 영어가 꽤 나오지만 대사들이 아주 세련되지는 않다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미군 군사훈련 상관의 대사는 원래 그런 거라고는 해도 좀 빤하고 타국 입장에서의 미국 사람식의 어법에 대한 편견이 보였거든요. 그 외의 대사는 러시아어가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미국 영화라면 이럴리가 없죠. 배우들이 영어가 빈약하다고 해도 러시아어로 말한다는 설정하에 영어로 말하게 할텐데.. 그래도 영화가 러시아쪽인지, 미국쪽인지 혼란스러워한건 하나는 러시아인 몇몇에 대한 다소 코믹한 초상이었고 영화의 때깔이 뭔가 할리우드적인 냄새가 난다고 느껴서 그랬어요. 그렇지만 점점 갈수록 확실해졌어요. 이건 러시아에서의 사랑이라기보다는 러시아에 대한 사랑 수준이잖아!! 정치와 역사가 끓어오르던 시점인데도 직접적인 비판이 될만한 목소리는 다 뭉뚱그려져있기도 하고, 좀 멍청한 관료인 장군도 과장된 코믹 캐릭터라 그쪽으로 관심이 기울어져 오히려 제정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게 되요. 러시아 전통에 대한 향수나 국가색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얼마나 실제에 가까운지는 몰라도 그냥 보기에 즐겁고 위용있는 장면이 많았어요. 전 영화상의 (어디까지나 영화상의) 남자들의 우정에 잘 감동하는 편인데 주인공 안드레이의 친구들이나 안드레이는 과잉인것 같으면서도 그런 스킨쉽이나 감싸기, 막힘없는 눈물이 왠지 사랑스럽고 마음에 와닿았어요. 여주인공이 안드레이에게 마음을 연것도 그런 러시아적인 과잉에 가까운 감정표현이나 솔직함이었죠. 감독은 원하는 바를 성취한 것 같아요. 러시아적인 정서도 풍경도 궁금해지고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강요당했단 생각은 안들고 프로파간다적인 향취는 적어도 영화를 볼때는 전혀 못느끼기거든요. 뭔가 진득한 정서가 필요하실때 보세요. 눈도 정화되구요.


곁들일 포인트 두가지는 정말 러시아 농촌 미녀같은 느낌의 하녀 두냐샤와 언제봐도 기묘하게 야성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줄리아 오몬드입니다. 줄리아 오몬드가 출연한 작품들을 전 대개 인상적으로 봤는데 한번도 그 배우를 알아보질 못하고 새롭게 빠져들었어요-_-;; 굉장히 개성적인데 말입니다. 안드레이역의 올렉...뭐뭐도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얼굴을 갖고 있더군요. 그렇게 바보같은데도! 전 바보를 동정하기보다 혐오하는 축인데도!


정치적인 메세지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정치적인 메세지는 러시아의 과거보다 오히려 현대과학문명에 맞춰져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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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합니다. 요가를 하면서 경쟁하지도 무리하지도 정답을 찾으려 하지도 말고 페이스에 맞춰 편히 하라고 모든 요가 선생이 강조를 하는데...전 한국 스포츠센터 타입의 운동에 가까운 요가를 하려고 자꾸 무리를 하죠. 마지막의 휴식시간 십여분이 너무 길고 그때도 스트레칭을 더 해야할것 같아요. 사실 그 휴식때문에 피곤하지 않고 결리거나 근육 피로도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효율떨어지고 스트레스는 더받는 성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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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실수로 사온 유염버터를 어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rimi에서 찾은 유염버터를 사용하는 핀란드식 아몬드 케잌이란걸 구워봤습니다. 버터 3/4컵 설탕 1/4컵 밀가루 2컵의 레시피대로 하니 수분이 너무 적어 임의로 요거트를 더했어요. 얇게 펴서 아몬드를 뿌려 굽는건데 원래대로 하면 케잌보다 비스켓에 더 가까웠을 것 같아요. 지금도 좀 과자같은 느낌의 ...뭔가..뭔가가 탄생했어요.. 제 입맛에는 안맞는게 잘 없어서 이것도 잘 맞고 어른 취향에 잘 맞는 맛이라 생각합니다. 겉은 좀 바삭하고 다소 도톰한 껍질이고 속은 고소하고 조금 더 부드럽죠. 달지 않아서 잼같은 걸 발라 아침식사용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아요. 핀란드식이라고 막연히 적어놨지만 정체를 모르겠어서 finnish cake으로 구글을 무한히 돌려도 비슷한 게 잘 안나오는군요. 이게 대체 뭔지 아시는 분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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