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6 14:15
엄마한테 오랫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뭐해요.` 하니까 학교라고 바쁘니까 끊으시랍니다. 요즘 대학교 평생 교육원에서 한국무용을 배우시는데(처음 들었을땐 도대체 왜?) 아주 신이 나셔서 제 전화나 문자도 대꾸를 잘 안해줍니다. 그래도, 오랫만에 가족한테 전화한건데.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 받아서 무슨 일 있나해서 다시 한번 걸었더니, 시험기간에 며칠 밤새서 자고 있는데 깨웠다면서 오만 역정을 다냅니다. 아니, 대체 이집은 가족간의 정이 없나.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번에 저에겐 말도 없이 중국여행을 다녀왔기에 잘 다녀오셨느냐고 말을 건냈더니 편찮으시답니다.
-중국가서 빼갈 먹어서 술병 나셨군요.(농담)
-뭐?!!(당황하신듯)내가 넌 줄 알어, 정신 놓고 술먹게!!
-농담이에요. 왜 화를 내고 그래.
-아빠한테 농담하는 아들이 어딧어.
-아니;; 아빠한테 농담하면 안되는 건가?
-..... 감기다. 여기 눈이 많이 와서 그래.
-음. 엄마는 중국가서 아빠 못 먹는 술 먹어서 술병 난거라던데.
-너나 너네 엄마나 똑같애!하여튼간에...
-그래서 우린 술병 같은거 안나지.ㅎ(농담)
-너 지금 낼모레 예순인 사람한테 뭔 소리하는거냐.
-아니, 그냥 몸 관리 잘하라구요. 나이 먹는데 쓸데없는데 화 좀 내지 말고.
-뭐가 쓸데 없다는 거냐. 아들 새끼라곤 하나도 필요가..
-것봐. 쓸데없잖아. 그러니까 화내지 말라고.ㅎ(농담)
-....너 살을 뺐나?
-.....................
-살은 뺐냐고.
-식사 잘하시고, 몸관리 잘하세요. 다 걱정되서 그러는 거니까, 끊을게요. 저 밥먹으러 나갑니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 마디도 안하고 만났다 하면 엄청 싸워대던 부자지간이었는데, 그것도 풀어지더군요. 물론, 떠올리면 상처도 많지만 싸우면서 서로 상처만 준 것 같아 마음을 다르게 먹고 아버지를 대하니 아버지도 변하시구요. 지금도 저렇게 화도 잘내고 하지만서도 이젠 웃음이 납니다. 20대 중반 되니까 다시 `아빠`라고 부르게 됐구요.
이제 슬슬 점심을 먹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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