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

2012.12.28 14:26

조성용 조회 수:2777


[사운드 오브 마이 보이스]

학교 선생으로 일하는 동안 다큐멘터리를 만들려는 피터와 그의 여자 친구 로나는 한 컬트 집단을 몰래 취재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 컬트 집단의 리더는 자신이 먼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메기인데, 처음엔 피터와 로나는 그녀 이야기를 믿지 않지만 피터는 서서히 그녀에게 끌려가는 것 같고 로나는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걱정합니다. 게다가 이들이 한 단계씩 메기에 접근할수록 메기와 그의 신도들은 더욱 더 위험하게 보여져만 가고 그런 와중에 한 가지 의문이 의심들 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이를 좀 뻔하게 다루는 편이지만 영화엔 상당한 긴장감이 화면 뒤에 맴돌고 있고 각본도 쓴 브릿 말링은 컬트 집단의 리더로써 좋습니다. (***)



 

[레미제라블]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각색한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은 그리 좋은 뮤지컬 각색물이 아닙니다. 앨런 파커의 [에비타]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들로 꽉꽉 채우면서 강행군하는 시도는 받아들일 법하지만, 배우들의 잦은 클로즈업과 불만족스러운 편집으로 영화는 자주 갑갑해지고, 그들이 돌아다니는 배경을 좀 더 잘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보는 동안 내내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원작이 좋기 때문에 2시간 30분은 꽤 잘 흘러갔고, 제 머리가 계속 불평하는 동안 제 가슴은 원작의 정서적 힘을 인정했습니다. 그 외에 여러 불만들이 많지만, 노래와 음악을 기대하고 오신다면 돈은 낭비하지 않으실 겁니다. (***) 




[주먹왕 랠프]

30년 묵은 8비트 전자오락 게임인 다고쳐 펠릭스에서 계속 이것저것 부셔대는 악당 역할을 계속 반복해 온 랄프는 최근부터 자신의 역할에 신물이 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밤이 되면 오락실에 있는 다른 게임 악당 캐릭터들과 한 자리에 모여 고충을 털어놓지만, 이게 그리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는 늘 자신의 게임 속 캐릭터들에게 따돌림 받기 일쑤이지요. 그러다가 결국 그는 다른 게임들 속에 들어가서 메달 하나 따려고 하는데, 이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고 의도치 않게 큰 위기를 조장하기도 하지요. 신선한 소재는 아니고, 생각보다 적은 게임들을 다루는 이야기도 진부한 편이지만, [주먹왕 랄프]는 그 익숙한 이야기와 설정 속에서 상당한 유쾌함과 재미를 쏟아내면서 우릴 즐겁게 하는 잘 만든 디지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랄프와 그가 슈가 러시라는 게임에서 마주치게 되는 또 다른 왕따 캐릭터 바넬로피는 정이 가는 2인조이고, 저보다 더 많이 비디오 게임을 많이 하신 분들이 애들보다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으실 것입니다. 평범하지만 근래 들어 가장 많이 웃으면서 본 애니메이션입니다. (***)


 


[신의 소녀들]

2005년 루마니아에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픽션인 크리스티안 문쥬의 [신의 소녀들]은 참 난감한 상황에 빠진 두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흡인력 있게 그려냅니다. 독일에서 잠시 그녀의 고향으로 돌아온 알리나는 그녀의 고아원 친구 보이치타를 데리고 독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녀는 곧 이게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보이치타야 여전히 알리나를 친구 그 이상으로 사랑하고 있지만 정교회 수도원에 자리를 굳혀왔으니 안 가려고 하고, 이러니 알리나는 그녀와 함께 수도회에 머무르지요. 한데 얼마 안 되어 알리나는 정신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그녀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니 수도원 신부와 수녀들은 결국 자신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합니다. 150분이란 긴 상영 시간이 좀 버겁고 중반에서 늘어지는 편이지만, 문쥬의 전작 [4개월, 3... 그리고 2]의 그 절제된 접근 방식은 본 영화에서도 효과적이고, 올해 깐느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두 주연 여배우들과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그나저나, 영화는 상영 시간 거의 내내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상황의 여러 복잡한 면들을 주시하는 동안 편을 들거나 의견을 표하지 않는데, 하나 확실한 건 마지막에 가서도 그들이 자신들이 정말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를 잘 이해를 못한 것 같더군요. 한심하기도 해라.... (***1/2)

   



[콘 티키]

  노르웨이 인류학자 토르 하이에르달은 폴리네시아 군도 주민들의 조상이 동남아시아에서 온 게 아니라 남아메리카에서 뗏목을 타고 해류를 따라 왔다는 자신의 가설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1947년에 그 시대 고증에 맞추어 진짜 뗏목을 만들어서 다섯 동료들과 함께 페루의 카야호 항구를 떠났고 8000km에 걸친 대장정 끝에 폴리네시아의 라로리아 섬에 도착해서 자신의 가설이 설득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최근 DNA 연구는 그 가설이 틀릴 가능성이 많음을 지적했지만, 어쨌든 간에 그들의 항해는 재미난 이야기였고 나중에 하이에르달은 항해 동안 찍은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한 오스카 수상 다큐멘터리도 만들었지요. 최근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 파이널 리스트 9편 중 하나에 오른 [콘 티키]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망망대해에서 기대할 법한 여러 볼거리들을 잘 제공하면서 우릴 지루하게 하지 않지만, 영화 속 중심 캐릭터들이 꽤 평면적인 가운데 그들의 중요 난관이 해결되자마자 이야기를 서둘러 끝내는 것도 좀 아쉬웠습니다. 영화 보고 나서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 본 관련 자료들에 비해 영화는 덜 재미있고 덜 상세해서 전반적으로 평범한 기성품 모험 드라마 혹은 망망대해 버전의 [웨이 백] 그 이상은 아니지만 이게 나쁜 건 아닙니다. (**1/2)




 [타워]

  감독 김지훈이 [화려한 휴가]를 내놓았을 때 저는 그의 영화에 시큰둥해 하면서 진부한 재난영화를 만들었다고 빈정거렸는데, 이제 그는 재난에 가까웠던 [7광구]에 이어서 정말 진부한 재난 영화 [타워]를 내놓았습니다. 줄거리만 들어도 [타워링] 짝퉁인 본 영화는 시작부터 오글거리는 것은 기본인 가운데 형편없는 각본과 안 좋은 연기들로 제 신경을 내내 건드렸는데, 적어도 영화는 [7광구]에 비하면 비교적 나은 편이고 자주 흔들리는 카메라와 산만한 편집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화재는 위협적으로 보이기 했습니다. 곧 국내 출시될 [타워링]이나 다시 보렵니다. (**)  


P.S.

 [타워] 스코어는 너무 신파로 흘러가지 않아서 좋은데, 한스 짐머의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존 파웰의 [플라이트 93], 그리고 크레이그 암스트롱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너무 많이 참고한 것 같더군요.



[피치 퍼펙트]

[피치 퍼펙트][브링 잇 온]의 합창 팀 버전쯤으로 봐도 될 것입니다. LA에 가서 DJ로써 경력을 쌓고 싶지만 아버지에게 설득 당해 대학에 들어온 우리의 여주인공 베카는 작년 전국 대회 때의 민망한 사건 이후로 다시 재기하려는 여성 합창 동아리에 어쩌다가 들어가게 되는데, 온갖 스테레오 타입들이 바글바글한 이 동아리에서 일이 잘 돌아갈 리는 없고, 여기에다가 그에 못지않은 스테레오타입들로 가득한 같은 대학 남성 합창 동아리와도 다시 한 번 경쟁하게 된 판에 베카는 그 동아리 신입 회원이자 같이 캠퍼스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제시와 가까워지지요. 이야기야 정말 뻔하고 식상하고, 노래 부른다 하면 영화는 징그러울 정도로 인공적이지만, 이런 식상함 속에서도 안나 켄드릭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다른 신입단원 팻 에이미를 맡은 레벨 윌슨의 통통 튀는 조연으로써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브링 잇 온]이나 [글리] 좋아하시고 영화 속의 민망한 코미디 하나를 견디실 수 있다면 저와 달리 이 영화를 더 좋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플라이트]

 10 여년 만에 실사 영화로 귀환한 로버트 제메키스의 신작 [플라이트]의 주인공 윕 위테이커는 보기만 해도 문제 있는 사람입니다. 아침에 숙취에 고생한 것도 그런데 코카인도 흡입하고 곧바로 공항에 나가서 일하러 가는데, 그의 직업은 다름 아닌 비행기 조종사입니다. 조종 중에도 슬쩍 보드카 마시는 것도 그런데 날씨까지도 별로 안 좋으니 그가 조종하는 비행기에 탄 승객들과 승무원들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지만, 나중에 비행기가 아주 심각한 위기에 빠질 때 그는 진짜 무모하기 그지없는 방법을 시도해서 승객 대부분을 구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 아찔한 순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영화는 그에 이어지는 길고 긴 위테이커의 추락을 차분하면서도 깊숙하게 관조하고, 개봉될 때부터 오스카 후보 지명이 거론된 덴젤 워싱턴의 통제된 능숙한 연기는 가면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인간을 우리에게 과장 없이 보여주면서 드라마를 탄탄히 지탱합니다. 그의 주변을 맴도는 켈리 라일리, 브라이언 개러티, 브루스 그린우드, 멜리사 리오, 그리고 올해의 마당발 조연인 존 굿맨도 든든한 조연들이지요. (***1/2)  






[아비트라지] 

 리처드 기어가 연기하는 월 스트리트의 명망 높은 금융 사업가 로버트 밀러는 겉보기엔 번듯한 비즈니스 맨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 합병을 앞 둔 그의 금융 투자 회사는 부도 직전이고 그 때문에 그는 감옥에 들어갈 수 있으니 그걸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지만, 상대방은 거래를 계속 질질 끌어대고, 그가 애써 조작한 회계 장부는 들통 나기 직전이고, 그의 밑에서 일하는 자신의 딸이 진실을 알 가능성은 가면 갈수록 커져갑니다. 그러다가 그는 자신의 정부와 같이 야간 드라이브를 하다가 졸음운전 때문에 사고를 치고, 이는 그의 인생에 또 다른 문제를 불러들입니다. 이 일이 합병 거래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그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지만 밀러가 사고에 관여했음을 금방 눈치 챈 사건 담당 형사는 그를 서서히 압박해 오지요. 밀러는 그리 좋은 인간은 아니지만, 영화는 그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과정을 느릿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 흥미진진한 캐릭터 드라마 스릴러로 만들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특히 리처드 기어의 노련한 연기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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