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다가 동생이 올 한 해 잘한 일들들 적어보길레, 저것 좀 괜찮은 힐링방법이네! 싶어서 듀게에 함께 나누고자 글 올려요.

한 해 한 해가 나이가 드니 시간이 지나가는 속도는 빨라지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점점 희미해져가고 잘 한 일도, 못 한 일도 점점 기쁨이나

충격 등 감정 자체의 기복이 없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덤덤함이라기보다는 뭔가 무감각 내지는 무심함이요. 그래서 적어놓고 "아, 올 해는 이랬군!"

복기하고 싶어져요.

근데 써놓고 보니 완전 제자랑 투성일거 같네요. 뭐 어때요. 자랑할게 이거라도 있어야죠. ㅠ_ㅠ;;;

 

2012년 저의 잘 한 일을 얘기해보겠어요. (부끄럽네요.-.-;;;)

 

 

1. 강아지를 데려왔어요.

 

이건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뽑고 싶어요. 강아지는 털 날리고 손이 많이가고 무엇보다도 나중에 책임질 수 없을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의

큰 수술 후 집안 분위기와 어린 막내동생의 철없음, 특히 아침마다 학교 (네 대학교예요-.-) 가는 일에 스트레스 받아 짜증내던 일들이 한번에 해소되었어요.

처음에 데려올 때는 걱정이 많았지만 우리 집에 오자마자 적응한 한달 반짜리 강아지는 저희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 몰라요. 정말 막내아들 애기, 우리

강아지- 애칭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온 식구가 떠리 찬가를 불러라. 둥둥둥 떠리 간식 풍악을 울려라. 우리 강아지 최고 강아지. 아이고 우리 떠리!! 찬가를

부릅니다. 아빠도 엄마도 이기적인 막내 동생도 떠리만 보면 어쩔줄 몰라요. 집안 분위기가 너무 좋아지고 집도 안정되어가고- 정말 이 털복숭이가 복덩어리

라는 것을 깨달아요.

근데 털 깎으러 갈 때도 온 식구가 동물 병원에 우르르 몰려가 창피하게 구는 건 안 자랑...(아이고 우리 떠리 화이팅!!! 예쁘게 미용해라!!! 라며 응원의 말들을..)

 

 

 

 애기 떠링

 

 

 

 

2. 대학원에 합격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막막했던 한 해.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는 것의 의미도 점점 퇴색되어가고 머리 속이 비어

간다는 느낌만 받았어요. 학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나서, 야심차게 그림을 그려도 '내가 아직 많이 모자라고 배우지 못 했다. 나의 이 얄팍함.' 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이 했지요. 그러나 대학교 다닐 적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를 너무 한 탓에 학점이 바닥이었고 대학원에 가려니 아무도 안 붙여주는 성적이고...

나는 초조했고.............. 점점 썩어가고 아무도 안 될거라고 확신했지만....ㅠ_ㅠ;;;;

좋은 교수님 덕분에 원하던 미학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학업계획서를 봐주던 친구들 덕분에 합격한 것 같아서 더 기분이 좋습니다. 내년 3월에는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원하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미술계에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3. 남자친구와 잘 지냅니다.

 

남자친구와 대학교 때부터 만나서 지금까지 햇수로 사년을 잘 지내오고 있습니다. 굴곡진 일들도 많았고 남자친구는 군대를 이년 사개월이나 다녀오는 만행을

저질렀으나- 난 기다리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고 내 할일을 한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지나있다. 군대를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남자친구는 이미 군대를 다녀와있다!

라는 정신승리 +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잘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제대 하고 나서는 바로 취업도 했고 너무 좋은 곳으로 취직해서 지금은 한국에 없네요....뭐여......-.-

하지만 군대도 버텼는데 이까짓 해외 파견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하하. 각자의 위치에서 할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또 다시

손잡고 알콩달콩 서로 엉덩이를 뻥뻥 차며 노는 날들이 있겠지요.

 

 

4.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본래 마른 몸이었는데 급격히 살이 찌고 없던 근육이 모두 지방으로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급기야는 모두 너 왜 이렇게 살이 쪘니? 라는 말과 함께 이모는

너 은퇴한지 몇년 되서 몸이 엄청 불어난 체조선수 같다. 라는 말로 저를 경악하게 해주셨습니다. 이모부가 있는 병원에 종합검진을 받았어요. 혹시 갑상선에 이상이

생긴 걸지도 몰라서요. 엄청 피곤하고 맨날 자고 먹고 자고 졸리고~ 졸리고~ 졸리고졸리고 졸리고~ 저는 이모부께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제가 갑상선에

이상이 생겼나요? 그래서 제 목이 이렇게 두꺼웠던 것이여요?!" 라며 목을 부여잡았습니다. 이모부는 목을 눌러보시더니 갑상선이 부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라며 제

목이 두꺼운 이유가 갑상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지만 이상 없었어요. 네 저는 그냥 목이 두꺼웠습니다. -_- 

나이가 들어서 기초대사량은 떨어졌는데 먹는건 더 먹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로 살이 찐거죠. 그래서 헬스를 시작했어요. 52kg (여기에 근육은 11kg 나머지 다 지방) 에서

47kg 으로 줄이는데 성공했습니다. pt를 받고 식단 조절을 하고... 근데 운동하니 아토피도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덜 괴롭더라구요. 건강한 신체를 처음 가져봤습니다.

 

 

5. 다문화 가정 교과서를 만들었어요.

 

베트남의 문화를 알고 한국 어린이들이 베트남에 대해서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교과서를 만들었어요. 경기도 교육청과 서울시 교육청에서 사서 배포합니다.

내년에 초등학생들이 이걸 보겠지요. 저는 여기에서 삽화를 그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중간중간 베트남 분들과 의사소통의 문제로 마찰도 있었지만 제가 그린 책이

나온다고 하니 기분이 좋더라구요. 거기다가 제가 돈 하나 받지 않고, 어떤 이익이나 댓가를 바라지 않고 그냥 여기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으로 즐거웠다는데 큰

의의를 둡니다. 저는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늘 놀림받고 왕따인 애가 베트남 혼혈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제일 잘생기고 예쁜 그 어린친구

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너의 엄마 나라는 정말 자랑스러운 나라야!! 나중에 듀게에도 책 이미지를 올려보고 싶어요.

 

 

 

일단은 여기까지예요.

별로 없네요..-.-;; 사실 안 좋은 일 한건 더 많은데 그건 너무 많아서 안 적고 다 잊어버릴래요. 으허허허허.

모두 자기자랑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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