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이던데

작가는 데뷔 후 꾸준히 상을 받았더군요.

첫 페이지를 조금 읽다가 호흡도 좋고 흥미로워서 그대로 사서 집에와서 읽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요.

 

특히 이런 부분들요.

 

 

"그러니까 병신 같은 놈, 고양이도 안 기르는 새끼, 고양이도 모르는 새끼, 고양이도 이해 못하는 새끼, 카레 하나도 못 먹는 새끼,

커피엔 꼭 생크림을 올려야 한다고 믿는 새끼, 세상 평범한 새끼, 평범한 것 외에는 아무 장점도 없는 새끼......"

 

 

"나는 남들과 다르다. 사실 이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관념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자아를 규정하는 한 방식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고양이 애호가들도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하겠죠. 그걸 비판하자는 건 아니고. 하지만 모든 인간들이 자신의 특별함을 내세워 타인을 무시하진 않지요.

그런데 걔들은 그러거든요. 보통 '이해'나 '교감', '소통' 같은 단어를 들먹이면서.

(중략)

결론부터 말하면 그들이 고양이 비애호가를 모자란 사람 취급을 하는 까닭은, 그게 그들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얄팍한 수작이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실제로 빛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폄하하고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반짝임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요.

보통 자신의 특별함을 간단히 추구하려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을 짓밟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고양이 애호가인 애인과의 헤어짐을 말하면서 시작하는 소설인데 취향에 대한 논평과 취향을 존중하거나 무시하는 따위의

여러 정황들이 아주 재미있는 말투로 그려지더라구요.

 

찬양 일색이지만 일단 저는 작가랑 하등 관계는 없는 사람이구요.

 

그냥 두번째 인용된 문장과 같은 말을 저도 줄곧 해왔거든요. 고양이 애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잘난척 하는 방식 말예요.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순수함을, 자신의 착함을, 자신의 청빈함을....주로 내적가치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드러내기 위해서

스스로 그 반대에 놓인 가치들이 있다고 규정하고, 규정된 그 가치를 폄하하는가.

그들의 말투나 태도가 날서 있진 않지만 그거야말로 대놓고 잘난척하는 사람들보다 별로거든요 저는.

 

자신의 자아가 특별하고 아름답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그저 평범한, 혹은 그렇지 않은 일들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거

이것도 취향일까요? 존중해야 할까요.

 

현실 속에서 전 살짝 쪼개면서 님만 그렇게 고귀하고 특별한거 아님 ㅋ 하고 면박주는 악동 역할을 자청하는 편이라

취존 그것 참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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