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5 11:31
지금 이거때문에 헌법소원도 붙어있고, 거기서는 나름 헌법 상의 기본권에 기한 주장을 하고 있겠죠.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하고있는 가장 실질적인 주장은 "번호가 바뀌면 내 삶에 불편이 많다" 입니다. 주로 사업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거래처에 내 011 전화번호로 뿌린 명함이 몇장인데, 이게 010으로 바뀌면 어쩌라능? 내 거래처 다 끊기면 책임짐?" 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죠. 며칠 전에는 신문에 탈북자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탈북하면서 북에 남긴 가족들에게 본인의 017 번호가 전달되어 있는데, 나중에 북에 남은 가족들도 탈북해서 나한테 연락이라도 하면? 전화번호 바뀌어 있어서 연락 안되면 어쩌라능?
근데 제가 사업을 안해봐서 그런가.. 실감이 안나요. 그러니까 문제는 두 가지 방향에서 볼 수 있겠죠? 내 번호가 바뀌어버리면 누가 나한테 옛날 번호로 걸어오는 전화를 못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상대방이 내 번호를 모르는 번호인줄 알고 안받을 수 있다.
일단 착신의 경우 착신번호 연결 서비스가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잖아요? 저도 019를 쓰다가 010으로 넘어온지 1년이 넘었는데, 방금 옛날 019 번호로 걸어보니 아직 연결되고 있군요. 제가 예전에 뿌려놓은 011 전화번호를 보고 누가 저에게 일을 주려고 전화를 011로 한다면... 못받을 일은 없는 거잖아요? 위 탈북자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혹시 이거 돈드나요? 전 공짜인 것 같던데. 만약 유료인 통신사가 있다면 010 통합을 밀어부치는 방통위가 그 정도는 푸쉬해줘야겠죠. 이건 공짜로 하라고.
그리고 제가 거는 전화를 상대방이 안받을 수 있다는 것은 좀 심각해보이긴 하는데... 번호 바뀌면 전체적으로 "번호 바뀌었습니다. 저장해주세요." 라는 문자를 뿌릴 수 있고, 특정인에게 걸었는데 안받는다면 그 사람에게 "저 xxx입니다. 번호 바뀌었어요." 라고 인지시킬 수 있겠죠. 그런 후에도 안받으면 그건 내 전화번호를 오해해서가 아니라 그냥 받기 싫어서겠죠.
이렇게만 생각하면 010 통합이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치명타라는 주장이 잘 이해가 안되는데... 제가 사업을 안해봤다보니 좀 의아해요. 이렇게 쉽게 반박당할 이야기로 이렇게 오래 억지를 부리지는 않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차라리 "011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는 나를 표현하는 고유식별번호가 되었다. 근데 왜 국가가 맘대로 010 이라는 맘에 안드는 번호로 바꾸라고 하냐. 이건 강제개명이나 다름없다. 자유를 달라."는 주장, 즉 번호 자체에 대한 애착은 좀 이해가 됩니다만(어이없다고 쉽게 무시할 수도 있지만, 실제 이런 주장이 포함된 사건은 헌재에서 공개변론까지 열리는 등 아주 큰 사건이 되었습니다 ㅡㅡ;;),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피해가 있다는 주장은 영 이해가 안가네요.
p.s. 01x 번호로 버티는 사람들 중에는, 일부겠지만 보상금을 바라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은 아마도 휴대전화 서비스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탈로 넘어올 때 거액의 보상을 준 적이 있다는 소문과, 아직 삐삐를 쓰는 사람들에게 통신사가 해지하면 돈을 주겠다고 꼬시고 있다는 소문인 것 같습니다. 사용자가 1명이라도 남아있는 이상 통신사는 함부로 서비스를 종료할 수 없고,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들때매 전국망을 유지하면 유지비만 수억 들기때문에 차라리 그 사람들에게 몇백씩 주고 끝내버리는게 타산이 맞다는 그럴듯한 계산과 함께요. 그런데 이번에 케이티가 소송을 감수하고 화끈하게 2G 서비스를 종료하는 걸 보니, 갑자기 이 소문의 신뢰도가 확 떨어지네요. 나름 그 뿌리가 공기업인 케이티가 이렇게 나온다면 재벌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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